20~30대 통풍환자 왜 급증할까…"하이볼·소맥 등 영향 커"

"급격한 금식 다이어트도 원인…성인병 관리하고 음주·과식·과당음료 조절해야"

 '짐이 곧 국가다'라는 발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국왕 루이 14세는 1638년에 태어나 77세(1715년)에 숨을 거뒀다.

 당시 유럽인의 평균 수명이 50세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기록으로 보자면 상대적으로 장수를 누린 셈이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 조선의 왕은 숙종이었다. 숙종은 1661년에 태어나 58세(1720년)에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왕 중 40세를 넘기지 못한 왕이 11명이나 되고, 전체 왕들의 평균 수명이 46세에 그치는 만큼 숙종 역시 장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두 명의 왕은 공교롭게도 같은 질병으로 고통받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통풍'(痛風)이다.

 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묘사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루이 14세나 숙종처럼 고기와 술을 즐기며 뚱뚱한 사람에게 잘 생겼다는 의미로 '황제병', '귀족병'으로 불렸다.

 실제로 루이 14세는 사후에 이뤄진 해부에서 위·창자의 부피와 길이가 보통 사람의 두 배에 달했을 정도로 재위 동안 폭식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숙종도 업무에 쫓겨 낮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밤에 너무 많이 먹는 습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통풍은 최근 우리나라 젊은 층에서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통풍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43만953명에서 2022년 50만9천699명으로 18.3% 증가했다.

 통풍 환자 증가세는 20~30대가 견인했다. 연령대별 증가율은 20대 48.5%, 30대 26.7%, 40대 22.6%, 60대 17.1%, 50대 6.9%, 70대 3.8%로 각각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에서 통풍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로 고지방·고단백 음식 섭취와 신체활동 부족을 꼽는다.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정수 교수는 "요즘 젊은층 중에는 과도한 음주와 함께 치킨, 고기류 등의 고지방·고단백 음식을 안주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이들 술과 음식에는 몸에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통풍을 유발할 수 있는 퓨린이 많이 들어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서로 다른 주류를 섞어 마시는 혼합 술은 통풍에 더 치명적이라는 게 송 교수의 지적이다.

 송 교수는 "하이볼, 맥사, 막맥, 소맥, 칵테일과 같은 혼합 술은 이미 알코올 자체만으로도 몸을 산성으로 만들어 요산 배출을 방해하는 데다, 탄산과 과당까지 함유하고 있어 혈중 요산 농도를 과다하게 높임으로써 통풍 발작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통풍은 처음 발작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해가 갈수록 통증이 발생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관절 손상과 신장결석 등 만성 콩팥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통풍 결절(혹)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신발조차 제대로 신지 못하거나 관절이 손상되고 변형돼 장애가 남는 경우도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통풍 환자가 통풍이 없는 사람에 견줘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 심부전 등의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최대 1.64배까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통풍 치료는 급성기 염증을 최대한 빨리 완화하고 염증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고요산혈증을 치료해 혈액 내 요산 농도를 유지하고 요산 침착에 의한 관절이나 장기 손상을 예방해야 한다.

 통풍을 예방하려면 과음이나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비만하다고 해서 체중 감량을 너무 심하게 하면 오히려 혈중 요산 농도가 증가해 일시적으로 통풍이 악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퓨린이 많이 함유돼 있어 피해야 할 음식으로는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를 포함한 육류와 내장류, 등 푸른 생선(청어, 고등어 등)이 꼽힌다.

 반면 퓨린이 적게 함유된 곡류(쌀, 보리, 밀, 메밀 등)와 감자, 고구마, 유제품(우유, 치즈 등), 계란, 야채류, 해조류(김, 미역 등), 과일 등은 적당한 운동과 함께 하면 통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

 송정수 교수는 "요즘은 몸짱이 되려는 사람 중에서도 단백질을 권장량보다 초과해 섭취하거나, 너무 과격한 운동으로 몸속에 있는 세포가 깨지면서 그 세포 안에 있는 요산이 올라가 통풍이 유발되는 사례도 있다"면서 "평상시 너무 심한 운동은 삼가고, 고단백질 음식만 편식하기보다는 균형된 식단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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