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생이별 '유박비료 비극' 언제까지

 7살 '꼬기'(웰시코기·수컷)는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커온 반려견이었다. 여느 개들처럼 산책을 너무나 좋아했고, 특히 잔디밭에만 가면 무척이나 잘 놀았다. 그러면서도 순하고 참을성이 많아 주인이 '퉤' 하고 말하면 먹던 간식도 뱉어내고, 뒤로 물러선 채 간식을 쳐다보고만 있을 정도였다.

 그런 꼬기가 지난 5월 26일에는 가족을 따라 이웃집 잔디 마당을 찾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날도 꼬기는 잔디밭에서 코를 킁킁거리며 흥겹게 노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전까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꼬기가 집에 돌아온 지 이틀만인 28일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날 꼬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26일 낮에 찾았던 이웃집 잔디 마당이었다. 꼬기는 그날 낮 마당에서 놀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온 이후부터 구토를 계속했다. 구토는 이튿날 아침까지 총 50여 차례나 이어졌고, 가족들은 27일 오전 부랴부랴 꼬기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수의사는 잔디밭에 뿌려진 '유박비료'를 먹은 게 의심된다고 했다.

 유박(油粕)은 식물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말하는데, 우리말로는 '깻묵' 정도에 해당한다. 이 찌꺼기에 질소, 인산, 칼륨 등의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고 해서 유박비료라는 이름으로 농작물은 물론 화단, 잔디관리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문제는 유박비료의 주요 원료로 쓰이는 피마자(아주까리)에 '리신'(ricin)이라는 맹독 성분이 들어 있어 동물이나 사람이 먹을 경우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리신은 청산가리보다 1천 배 이상 독성이 강해 1㎎만으로도 건장한 성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2013년에는 리신 성분이 담긴 우편물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배달되는 테러 사건도 있었다.

 견주 배 모(50) 씨는 "(꼬기가) 옆집 마당에서 잘 뛰어놀고 문제없이 집에 돌아온 터라 유박비료를 먹은 줄 몰랐는데, 밤새 구토를 계속해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수의사가) 유박비료가 의심된다고 해서 옆집 주인에게 물으니 최근 마당에 유박비료를 뿌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꼬기는 이날 수액주사를 맞고 잠시 증세가 호전되는 것으로 보여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날 밤에도 구토와 혈변이 지속됐고, 한 번도 소변을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28일 오전에는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할 정도가 돼 다시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수의사는 꼬기가 살 가망이 희박하다고 했다. 맥박이 느려지고, 혈압이 떨어진 꼬기는 이날 저녁 무렵 정신을 잃었고, 꼬집어도 반응이 없는 상태가 됐다. 24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아 신부전이 생긴 것은 물론 간부전, 장 괴사 등의 다발성 장기 부전증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수의사의 설명이었다. 꼬기는 결국 28일 오후 8시께 지켜보던 가족 곁을 떠났다.

 사실 리신 성분을 함유한 유박비료가 반려동물을 죽음으로 내몬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북대 수의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실험 및 독성 병리학'(Experimental and Toxicologic Pathology)에 발표한 논문(2011년 1월호)을 보면, 2007년 15마리의 개가 갑자기 심한 구토, 복통, 출혈성 설사 등의 독성 증상을 보이다 13마리가 며칠 만에 숨져 부검한 결과, 이들 모두가 리신 성분의 유박과 커피 찌꺼기가 섞인 비료를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유명 커피 전문점이 커피 찌꺼기와 리신 성분이 함유된 유박을 섞어 만든 비료를 화분 등에 쓰라며 고객들에게 나눠줬는데, 이 냄새가 고소하고 모양도 동물 사료와 비슷한 탓에 개들이 앞다퉈 먹다가 변고를 당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유박비료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아직도 그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피마자 유박을 쓰면서도 '유기질'(有機質) 비료라는 긍정적인 의미만 앞세우고 있다. 

 정부가 비료 포장지 전면에 빨간색 글씨로 '개, 고양이 등이 섭취할 경우 폐사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구를 넣도록 규정을 강화했지만, 이마저도 표현을 아예 넣지 않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한 경우도 많다.

 이에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피마자 성분을 대체한 유박비료의 생산만 허용하거나, 동물이 유박비료를 먹이로 인식하지 않도록 비료를 만들 때 향을 첨가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 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잔디마당에 뿌려진 유박비료를 먹은 '꼬기'는 결국 이틀 만에 숨졌다.[견주 제공]

 배 씨와 그 가족은 꼬기를 잃은 지 1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심한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한다. 반려견을 좀 더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반려동물의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 죽음의 원인(질병 또는 사고)에 대한 분노·슬픔에서 비롯된 우울증 등이 뒤섞여 이런 증후군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국민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얻게 되는 긍정적인 측면만큼이나 반려견을 잃은 후 생기는 펫로스 증후군이 견주의 정신건강에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반려동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무엇보다 유박비료가 가지는 위해성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유박비료 살포 장소에 반려동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더욱 강화될 수 있고, 유박비료를 먹은 것으로 보이는 반려동물에 대한 위세척과 수액주사 등의 빠른 응급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비료 제조업체의 인식 변화, 정부·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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