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도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첫 공식인정…개별심사 거쳐 구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폐암 사망자 1명 피해 인정…참사 12년만
살균제와 환경·유전적 요인 구분 안 된단 이유로 신속심사 않기로

 폐암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됐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피해가 세상에 드러난 지 12년 만이다.

 환경부는 5일 오후 서울역 인근 회의실에서 열린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뒤 폐암으로 숨진 30대 남성 1명의 피해를 인정하고 구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폐암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사실상 인정받지 못해왔다.

 앞서 2021년 7월 폐암 피해를 인정받은 피해자가 1명 있었으나 이 사례는 젊은 나이(20대)에 폐암이 발생했고 피해자가 흡연자도 아닌 등 가습기살균제 외엔 폐암 발병을 설명할 요인이 없어 개별적 인과관계 검토 끝에 피해를 인정받은 경우라고 환경부는 부연했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와 폐암의 상관성을 인정하고 피해를 구제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폐암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되는 데는 2021년 3월부터 작년 12월까지 고려대 안산병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가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성분 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HMG)에 의한 폐 질환 변화 관찰 연구'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P HMG에 노출되면 폐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근거가 이 연구로 마련됐다.

 연구 결과를 보면 쥐 기도에 PHMG 농도를 달리해 2주 간격으로 5번 나눠 투여한 결과 20주 후  모든 쥐에서 폐 염증·섬유화가 확인됐고 40주 뒤에는 1㎏당 0.2㎎과 1.0㎎ 노출된 각각 1마리와 5.0㎎ 노출된 9마리에서 폐 악성종양이 발생했다.

 54주 뒤에는 0.2㎎ 노출 1마리, 1.0㎎ 노출 3마리, 5.0㎎ 노출 14마리에서 폐 악성종양이 확인됐다.

 작년 3월에는 고려대 안산병원과 국립환경과학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 고신대에 소속된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에 사람 폐 폐포세포가 저용량 PHMG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과 관련된 유전자 위주로 유전자가 변형된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PHMG에 장기간 노출되면 정상적인 폐포 세포에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신청자 가운데 폐암을 진단받은 사람은 206명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장인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날 위원회에서 이 206명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경부는 "폐암이 발병했다고 모두 피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고 신청이 들어오면 개별로 검토하겠다"라면서 PHMG에 노출된 피해자, 나이가 어린 피해자, 담배를 피우지 않은 피해자 등  피해구제위 위원 간 이견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자부터 먼저 구제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경부는 "환경·유전적 요인으로 폐암이 발생한 경우와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폐암이 발생한 경우를 구분할 수 없으므로 신속심사는 적용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신속심사는 피해 인정 신청자가 의무기록을 제출하지 않아도 국민건강보호법상 요양급여비 청구자료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구제급여 지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간질성 폐질환과 천식, 폐렴 등에는 신속심사가 적용된다.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신속심사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개별 심사만 진행되면 폐암 피해자들이 다시 수년간 판정을 기다려야 하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흡연이나 고령을 이유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센터는 직업성 폐암의 경우 흡연자이거나 고령자이더라도 벤젠·석면 등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에 노출된 직업력이 있으면 산업재해로 인정받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피해구제위원회에서는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던 피해자 총 136명에 대해 구제급여 지급이 결정됐다. 또한 피해는 인정받았으나 피해 등급이 결정되지 않은 피해자 357명 피해 등급이 정해졌다.

 이번 위원회로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는 5천176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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