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대비 건보료율 상한 높이는 안 검토…5년간은 괜찮지만

복지부 "5년내 8% 상한에 도달하지는 않을 것"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저출산·고령화에 '지속가능성' 모색
의료비 증가 주범 '비급여'에 메스…'혼합진료' 금지하고, 효과없으면 퇴출

 정부가 고령화에 대비해 건강보험료율의 법적 상한인 8%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

 향후 5년간은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겠지만, 고령화 등으로 의료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의료비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비급여 의료 행위에 '메스'를 들이대 급여와 비급여가 뒤섞인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효과성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게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정부는 급격한 고령화로 의료비가 급증함에 따라 보험 재정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건강보험료율 상향 조정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료는 법에 따라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 부과할 수 있게끔 묶여있는데, 지난해 건강보험료율(7.09%)이 7%를 돌파하면서 상한에 가까워졌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동결됐다.

 배경에는 저출생과 총인구 감소, 저성장 기조 때문에 보험료 수입이 정체돼 재정의 지속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 있다.

 정부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보험료율은 일본 10∼11.82%, 프랑스 13.25%, 독일 16.2%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다만 복지부는 2차 종합계획이 적용되는 2028년까지는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적일 것이므로, 원론적 수준에서 적정 보험료율을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준비금이 올해(30조6천379억원)부터 2027년까지 쭉 30조원대를 유지하고, 2028년에도 28조4천209억원(2.7개월 지급 가능) 규모가 될 것으로 추계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종합계획에서 추계한대로라면 2028년까지는 보험료율이 8%를 넘지 않을 거라 법정 상한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고령화 등으로 점점 상한에 점점 가까워질 것이므로 향후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적자를 예상하는 다른 기관들의 자료가 있는 것 같은데, 굉장히 미시적·단기적으로 추계해 정확도가 높은 복지부 분석과는 달리 다른 기관들에서는 거시적으로 분석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거시적 분석은 장기 추세를 추정할 때는 좋을 수 있지만, 5년 이내의 재정을 전망할 때는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도 흑자가 예상되는 등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방식과 지원 규모도 재검토하고, 관련 법의 개정도 추진한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정부는 국고로 보험 재정에 일정액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 규정이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만 적용되는 탓에 논의를 거쳐 법률을 개정하려는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새로운 재원 발굴에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의 자진 신고나 사전 납부 절차를 마련하고, 새로 등장한 형태의 소득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로운 소득 행태인 유튜브 수익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한 것처럼 새 재원을 발굴하고 가능한 부과 방식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과도한 '비급여 끼워팔기' 금지…주기적으로 효과 재평가

 정부는 환자나 소비자가 적정한 수준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우선 급여 항목에 비(非) 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을 섞는 '혼합진료'를 금지한다.

 혼합진료를 모두 막는 것은 아니며, 의료적 관점에서 당장 필요성이 크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급여는 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에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를 뜻한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들로서, 의학적 근거는 인정받았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비용을 지불해 주지 않는 항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비급여 항목이 아니라, 일부 문제가 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혼합진료를 금지하려는 것"이라며 "금지 대상이나 방식, 시행 시점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주기적으로 의료기술을 재평가해 효과성 등을 검증하고, 문제가 있는 비급여 항목은 목록에서 퇴출해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게 할 방침이다.

 기존 급여 항목도 안전성, 비용효과성 등을 재평가해 효과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비용이 드는 급여 항목은 가격을 조정하거나 퇴출하고, 반대로 꼭 필요한 항목은 보상을 강화한다.

 급여와 비급여의 '중간단계'쯤으로 볼 수 있는 선별급여 항목도 임상적 근거를 중심으로 평가를 강화해 효과가 없는 항목은 퇴출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선별급여 지급액은 2017년 2천520억원에서 2022년 1조978억원으로 4.4배로 늘었다.

 환자·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비급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비급여 항목의 명칭·코드도 표준화하고, 항목별 권장가격을 제시한다.

 '마늘주사'나 '신데렐라주사'처럼 일부 비급여 항목은 의료기관마다 다른 이름을 쓰는데, 앞으로는 성분명을 기반으로 비급여 명칭을 분류·표준화한다는 방침이다.

 ◇ 국산 원료 쓴 필수의약품 약가 지원…'생존위협질환 치료' 신약 신속 등재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한다.

 보건 안보 차원에서 국산 원료로 만든 신규 국가필수의약품 성분의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오리지널약 가격의 68%로 산정한다. 최초 등재 복제약(59%)보다 약값 산정률이 더 높다.

 국가필수의약품은 항결핵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등 필수적이지만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으로, 복지부 장관 등이 지정한다.

 이미 등재된 국가필수의약품 성분의 복제약은 원료를 외국산에서 국산으로 바꾸면 약 가격 지원 상한액을 인상하는 절차를 연내 마련한다.

 환자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고가의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중증질환치료제 신규 등재 시 투약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목표한 효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제약사가 약값의 일부를 환급하는 '성과기반환급형' 등의 위험분담제를 적용한다.

 등재 후 일정 기간이 지났거나 경제성 평가를 생략한 약제는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재평가해 고가 중증질환치료제의 사후관리도 강화한다.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은 허가·평가·협상을 병행해 건강보험 등재까지 걸리는 시간을 330일에서 '150일'로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신속 등재 대상이 되는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에는 신경모세포종 등 소아희귀질환 2개만 해당했지만, 내년부터는 질환의 범위를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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