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경미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신경병증성 통증이 척수에서 비신경세포인 반응성 별세포(astrocyte)가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를 과도하게 생성, 분비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남민호 박사팀은 22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김형일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별세포가 신경병증성 통증을 유발하는 핵심 기전을 새로 규명하고 이를 통한 맞춤형 치료 및 모니터링 표적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옷에 쓸리는 정도의 자극에도 불에 타는 듯한 극심을 통증을 느끼는 경우로,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10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지만,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척수에서 통증 신호의 전달이 과도하게 민감해지는 '중추 민감화' 현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분자 수준의 원인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별세포에서 GABA가 과분비되면 신경세포에서 칼륨 이온(K+)과 염화이온(Cl-)' 수송을 담당하는 'KCC2 운송체' 단백질이 감소하고 염화이온 농도가 높아지면서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지속적 흥분'(Tonic Excitation) 현상이 일어나 신경병증성 통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지된 포도당(18F-FDG)을 이용한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통해 별세포에서 과분비된 가바에 의한 신경세포의 '지속적 흥분' 현상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신경병증성 통증 모델 생쥐의 척수에서는 포도당 대사 증가가 관찰됐으며, GABA를 생성하는 핵심 효소인 모노아민 산화효소B(MAOB)를 억제해 GABA가 생성되지 않게 하면 척수에서의 포도당 대사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포도당을 이용한 양전자 단층촬영이 치료 진행 정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 예후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실험에 사용한 MAOB 억제제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파킨슨병 등 치료에 대한 적용 외에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 효과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남민호 박사는 "별세포의 GABA 분비에 의한 지속성 흥분이 척수 신경 과민성의 원인이자 신경병증성 통증의 핵심 기전"이라며 "이 결과들은 신경병증성 통증의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실험 및 분자 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