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을 떠나 영국에서의 삶이 올해로 27년째다. 강산이 세 번쯤 바뀐 제법 긴 시간을 타국에서 살았다.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이 맞는다면 영국도 절반은 내 고향이다. 하긴 영국 여권을 갖고 있으니 법적으로는 영국인이 된 지 오래다. 물리적으로 멀리 있다 보니 모국의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교제가 뜸해지고, 대신 영국에서 만나는 친구나 지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 또한 편하긴 하나 '역시 영국인'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주 친하게 지내는 영국인 지인이 한 명 있다. 명문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하고, 금융인으로 오래 일하다 지난해 말 퇴직했다. 그는 퇴직한 다음 날 필자의 레스토랑을 찾아와 "free man(자유인)"이라며 소주 한 잔과 삼겹살을 함께 나눴다. 그는 웬만한 한국인만큼 한국을 안다. 그 래서 모 지방의 홍보대사까지 맡아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 영락없는 '지한파'다. 며칠 전 한국에서 온 지인에게서 식사하자는 연락이 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한국의 지자체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 그중 다소 놀란 사실은 상당수 지자체가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었다. 화려한 지자체 건물, 수많은 축제와 행사 등으로 미뤄볼 때 이해되지 않았다.
비빔밥은 건강에 가장 이상적인 음식 중 하나다. 저명한 의학 저널 중 하나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무병장수를 위한 식사는 야채를 많이 먹고 고기를 적게 섭취한다는 내용이 있다. 비빔밥이 여기 속한다. 보통 야채(80%)와 고기(20%)의 어울림이다. 음식에서 어울림은 각 재료의 특성을 살리되 전체로는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마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세계에 알린 주역으로 꼽히는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36)가 작품에 녹아있는 문체를 이해하고 서양의 사상으로 융합해 어울림으로 번역을 한 것과 같다. 우리 음식 가운데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가장 먼저 등장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비빔밥은 일상에 녹아 있다. 필자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만 하여도 도시락을 매일 가지고 다녔다. 겨울철에는 보통 3교시가 끝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도시락을 난로 위에 올렸다. 난로 옆의 친구는 선생님 눈치를 보며 도시락을 위의 것은 아래로 아래 것은 위로 바꿔줬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면 그 도시락을 들고 아래위 좌우로 잘 섞이게 흔들었다. 도시락 뚜껑을 열면
직장인 유모 씨는 최근 점심으로 편의점 간편식을 주문해 먹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외식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매일 외부 음식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기가 부담스러워진 탓이다.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나머지 시간은 휴식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는 물론 '시성비'(시간 대비 만족도) 측면에서도 만족한다고 유씨는 설명했다. 최근 '1만원으로 먹을 게 없다'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일반화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간편식 퀵커머스'가 인기다. 퀵커머스는 주문 1시간 내외로 배송해주는 물류 서비스다. 원래 생필품을 중심으로 활용되던 배달 서비스였는데 최근에는 그 영역이 간편식으로 확장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최애 서비스'로 부상했다. 27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편의점 GS25의 퀵커머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1% 늘었다. 도시락을 비롯한 간편식 매출이 90.6% 급증하면서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치킨, 고피자 등의 즉석조리식품으로 매출 증가율이 146.9%에 달했다. 특히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 시간대 오피스(사무실) 상권의 성장률이 눈에
고수온 등 기후 변화로 오징어와 고등어 등 국내산 수산물 어획량이 전반적으로 줄면서 밥상에 오르는 수입산 수산물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 수산물 매출에서 수입산 비중은 최대 70%까지 높아졌다.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오른 국산 수산물보다 노르웨이·칠레산 연어와 우리 원양어선이 포클랜드에서 잡아 온 오징어, 베트남산 새우 등의 인기가 높다. 대형마트가 판매하는 수입 수산물은 대만산 꽁치와 오만산 갈치, 브라질산 문어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이마트는 수산물(건해산물 제외) 매출에서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50%를 처음 넘었다고 27일 밝혔다. 이 비중은 지난 2021년 45%에서 2022년 46%, 지난해 48%, 올해(1∼9월) 51% 등으로 매년 높아졌다. 롯데마트 수산물 매출에서 수입산 비중은 지난 2021년 65%에서 지난해 70%로 높아졌으며 올해 역시 70%를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수입산 비중은 2021년 46%에서 올해 48%로 높아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온 상승 등으로 국내산 수산물의 조업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해 연어·새우·고등어·주꾸미 등 수입산 수산물 매출이 증가했다"며 "수입산 가격이 국산보다 다소
최근 고물가 여파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대형마트 식품 매출이 호황을 보이면서 마트 내 식당가도 붐비는 손님으로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집밥 식재료도 구매하고 외식으로 끼니도 해결하는 '잡식성 소비'가 이미 대형마트에서는 보편화된 모양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8월 매장 내 패밀리 레스토랑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전문 식당도 매출이 16% 늘었다.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 특성상 아웃백이나 애슐리퀸즈, 빕스 등의 패밀리 레스토랑 인기가 높았다. 해당 기간 이마트에 입점한 패션이나 화장품 등의 비식품 매장 매출이 1% 감소한 것과 눈에 띄게 대비된다. 홈플러스(2월 결산법인)에 입점한 식음료 매장도 올해 3∼8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늘었다. 특히 식품 중심으로 리뉴얼(재단장)한 '메가푸드마켓' 점포의 식음료 매장 매출은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동점의 식음료 매장 매출은 지난해 12월 입점한 패밀리 레스토랑 '쿠우쿠우'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20% 급증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올해 1∼8월 식음료 매장 매출이 5
쌈을 싸서 먹는 것은 우리네의 오랜 전통이다. 얼마나 쌈을 즐기는지 꼭 먹어야 하는 날도 있다. 정월대보름의 복 쌈이다. 건강과 행복 풍년을 기원하는 커다란 의식이다. 마치 미국 추수감사절날 칠면조요리를 먹는 것과 같다. 지난 2022년,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손흥민 선수가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 출연해 자신의 득점왕 수상을 위해 헌신했던 에릭 다이어, 위고 요리스,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등 동료를 불러 한국식으로 고기를 채소에 쌈을 싸먹기도 했다. 에릭 등 여러 동료는 금 세 쌈 싸먹는 식사법을 익혀 해당 콘텐츠는 1천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쌈은 지금처럼 포장 용기가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 음식을 보관하거나 이동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었다. 또한 쌈으로 싸지 않을 음식이 거의 드물었다. 일본의 경우 생선을 숙성시켜서 순수하게 회만 소스를 찍어 먹는다. 우리나라는 이와 다르게 살아있는 싱싱한 활어를 바로 잡아 회를 떠서 쌈으로 싸서 먹는다. ◇ 볼락의 추억 아주 오래전 일이다. 필자는 아내와 함께 휴가차 거제도를 방문했다. 거제에 사는 지인의 작은 통통배를 타고 앞바다에서 낚시했다. 아내는 처음 하는 낚시인데 줄만 넣
'귀족 포도'라 불렸던 샤인머스캣의 가격이 3년 만에 50% 넘게 내려갔다. 이에 따라 샤인머스캣의 가격이 거봉보다 싼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샤인머스캣 평균 도매가격(가락시장 경락 가격)은 2㎏에 1만1천404원으로 같은 무게의 거봉(1만5천993원)보다 4천600원가량(29%) 저렴했다. 샤인머스캣 월평균 도매가격은 지난 7월과 8월만 해도 거봉보다 몇백원씩 더 비쌌으나 지난달에 품질 저하로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면서 거봉보다 훨씬 싸졌다. 샤인머스캣은 이제 ㎏당 가격이 캠벨얼리와 비슷해졌다. 지난달 캠벨얼리 평균 가격은 3㎏당 1만6천571원이다. 샤인머스캣 도매가격은 지난 2021년 9월만 해도 2만4천639원에 이르렀으나 3년 연속 하락하면서 54% 낮아졌다. 지난달 도매가격은 지난해 9월(1만5천120원)보다는 25% 내려간 수준이다. 지난달뿐 아니라 지난 6∼8월에도 샤인머스캣 월평균 가격은 각각 3년 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내려갔다. 이달에도 샤인머스캣 도매가격은 작년 동기(1만900원)나 전달(1만1천400원)보다 낮은 8천원 내 외에 그칠 것이라고 농촌경제연구원이 최신 과일 관측 보고서에서 전망했다. 샤
한국도로공사는 휴게소 음식의 맛·품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2024년 휴게소 음식 FESTA'를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8월부터 예선·본선·국민투표를 거쳐 선정한 '2024 휴게소 BEST음식 명품 맛집 11선'과 'ex-food 11선'을 대상으로 경진이 펼쳐졌다. 명품 맛집은 휴게소에서 지역 유명 맛집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현재 158개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ex-food는 휴게소 소재 지역 특산물 등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각 휴게소 특색에 맞게 개발된 메뉴다. 경진대회에서는 음식의 맛과 메뉴의 참신성 등을 학계 및 음식 분야 전문가 등 외부 평가위원과 내부 임직원,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를 거쳐 명품 맛집 부문 대상은 칠곡(부산)휴게소의 한미식당(대표메뉴 치즈시내소)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보성녹차(영암)휴게소의 보성꼬막비빕밥, 우수상은 음성(하남)휴게소의 이정동묵밥이 선정됐다. ex-food 부문 대상은 섬진강(부산)휴게소의 웰빙 청매실 재첩비빔밥이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진영(순천)휴게소의 할매잔치국수, 우수상은 내린천휴게소의 참살이 산나물 비빔밥이 선정됐다. 이 외에 안성(부산)휴게소의
편의점 CU는 주류 시장의 고급화 바람을 타고 프리미엄 막걸리 '탁올'을 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탁올은 '탁월한 가격과 올바른 품질'의 줄임말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막걸리보다 품질을 높였다. 가격은 500㎖ 한 병에 7천원 후반대로 보통 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막걸리보다 낮다. 탁올의 쌀 함유량은 47.4%로 일반 막걸리(10% 내외)보다 5배가량 높아 진한 쌀 향과 고유의 단맛을 느낄 수 있어 파전, 육류,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CU는 설명했다. 막걸리 제조 과정에서 단맛을 내기 위해 일부 첨가하는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의 인공 감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도수는 12도다. 조희태 BGF리테일 주류팀 MD(상품기획자)는 "전통적으로 중장년층의 술이라고 여겨지던 막걸리가 최근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화하면서 젊은 층까지 소비층이 넓어지고 있다"라며 "막걸리 본연의 맛과 품질은 높이면서 합리적 가격대의 상품들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