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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달라진다" …AI가 경고한 미래 시나리오
4월의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탄 사람들의 이마에는 벌써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봄이 이렇게 덥다고?"라는 투덜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유치원 앞 버스정류장에선 부모들이 "선풍기라도 달아달라"며 민원을 넣는다. 스마트폰 날씨앱은 연일 '폭염경보'를 울리며 사용자들을 긴장시키고, 아파트 베란다의 온도계는 38도를 가리킨다. 낮에 달궈진 아스팔트는 열기를 뿜어내며 도시의 온도를 식히지 못한다. 냉방 수요는 연일 급증해 전력망이 위태롭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여름작물의 수확 시기는 예측 불가능해졌고, 일부 노년층과 저소득층은 에어컨 없이 버티다 응급실을 찾는다. 심지어 '열사병 경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 모든 장면은 AI가 예측한 2035년 한국 여름의 풍경이다. 챗GPT, 제미나이(Gemini), 그록(Grok) 등 주요 AI 모델이 기존 기후 예측 시나리오 등을 분석해 공통으로 내놓은 결론은 하나였다. "한국의 여름은 지금보다 훨씬 길고, 뜨거우며, 사회 시스템 전반의 취약함을 드러낼 것이다"라는 것이다. 이런 AI의 예측은 단순한 미래 예언이 아니라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미래를 피할 길은 정말 없을까"라고 말이다. ◇ AI가 그린 2035년 여름은 "지속형 재난의 시대" AI들은 우리나라의 2035년 여름을 단순한 계절적 더위로 보지 않았다. 이는 더 이상 '참아내는 계절'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지속형 재난으로서 우리 사회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챗GPT는 2035년 우리나라의 여름이 지금보다 훨씬 덥고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과 주요 기후 연구기관의 분석을 인용했는데 2030년대 중반 한국의 여름철 평균기온은 현재보다 1.5~2.0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며, 한반도 대부분 지역에서 여름철 극한 고온 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도 서울을 비롯한 내륙지역에서는 연평균 폭염일수가 15~20일가량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과거 평균 약 75일이던 여름은 기후변화로 인해 2035년께는 90일 가까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변화는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는 계절 구조 변화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커지면서 시간당 50㎜ 이상 쏟아지는 국지적 폭우가 늘어나고, 이로 인한 도시 침수와 하천 범람 위험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챗GPT는 예상했다. 제미나이는 2035년 우리나라 여름이 지금보다 훨씬 더 덥고 길어지며, 폭염과 열대야는 더 이상 이례적인 현상이 아닌 일상적인 기후 패턴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최악의 폭염'으로 여겨지는 날씨가 2035년에는 '보통의 여름날'이 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면서, 폭염 일수가 현재보다 훨씬 늘어나고 극심한 폭염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밤에도 기온이 25℃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이 빈번해져 밤잠을 설치는 날이 늘어날 것이며,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가 빨라지고 끝나는 시기가 늦어져 짧은 봄과 가을 대신 길고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극단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봤다. 그록은 2035년 우리나라의 여름은 현재보다 약 25~30일 길어지고, 평균 기온은 26.5~28℃로 상승하며, 폭염 일수는 30~40일, 열대야는 20~30일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체감온도가 33~35℃를 넘는 날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로는 제주도와 남해안이 아열대 기후로 전환되고, 내륙 대도시는 도시 열섬 효과로 더 심각한 폭염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AI들의 예측을 종합하면, 10년 뒤 우리나라는 4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초장기 여름이 전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도심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밤에도 열기를 식히지 못해 수면 장애와 심혈관 질환 환자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장마는 늦어지고 폭우는 좁은 지역에 집중돼 도심 침수와 농작물 피해를 반복적으로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예측은 AI 모델이 현재의 기후 데이터와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 전망일 뿐 정책적 대응과 사회적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AI는 현재의 기후 모델과 온실가스 시나리오를 따르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예상치 못한 자연 현상 등으로 인해 실제와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 더운 미래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럼에도 AI들이 2035년 우리나라의 여름 기후 전망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과연 이런 미래를 피할 수 있는가?"이다. 전문가들은 그 해답이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 가속화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내연기관차의 조기 퇴출, 에너지 효율 개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녹지 확대도 필요하다. 옥상과 벽면에 식물을 심어 열섬현상을 줄이고, 공원 등 녹지 공간을 늘려야 한다. 전력망 혁신과 냉방권 보장도 요구된다. 스마트그리드 기술로 전력망 효율을 높이고, 취약계층이 최소한의 냉방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농업·물관리 혁신도 중요하다. 고온·가뭄에 강한 작물 개발, 스마트팜 확산 등 농업 재해를 줄이는 기술적 대응이 시급하다. 일상 속 작은 실천도 도움이 된다. 불필요한 전등을 끄고,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을 사용하는 것, 여름철 적정 실내 온도(26~28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전력 부하를 줄일 수 있다. 2035년 우리나라의 여름은 AI의 경고처럼 뜨거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폭염의 계절은 '견뎌내야 하는 여름'이 아닌 '함께 준비한 여름'이 될 수 있다. 폭염의 계절을 '살아남는 계절'로 만들지 않을지는 결국 우리의 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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