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 장기화에 대형병원앞 약국 울상…"구조조정해야 하나"

"교수 휴진일에 매출 반토막"…1년치 처방 늘어 재고관리 어려움도
약국 직원들도 '직장 잃을라' 불안…"하루빨리 결론 나기를"

 "이 상태가 계속되면 구조조정뿐 아니라 폐업까지 생각해야 할 거예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전공의 파업 장기화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약국은 텅 비어 있었다. A씨는 "손님이 아무도 없지 않나. 평소에도 금요일은 외래 진료가 적어 손님이 많지 않지만 전공의 파업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20일 중하순 시작된 전공의 파업이 두 달 반 가까이 이어지면서 대형병원과 근접한 이른바 '문전약국'의 한숨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병원들이 외래 진료·수술 등을 축소하면서 처방 건수도 줄어든 탓으로, 환자들이 처방전을 들고나와 쉴 새 없이 약국으로 들어서는 대형병원 앞 분주한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인근 약국 앞에는 지하철역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서 있었다. 손님들이 처방받은 약을 사고 가까운 혜화역이나 종로 등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제공하는 편의다.

 25인승 셔틀버스지만 탑승 손님은 6명이었다. 약국 직원은 "파업 전엔 셔틀버스에 손님들이 가득 들어찼는데 지금은 ¼ 수준"이라고 했다.

 전공의에 이어 주요 병원 의대 교수들마저 주 1회 휴진을 결정하면서 문전약국의 경영난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대병원 앞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이모(36)씨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개별 휴진을 했던 지난달 30일에는 매출이 반토막 날 정도로 타격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근처 약국은 오후에 아예 문을 닫아버렸더라"라며 "파업하는 의사들도,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정부도 다 이해는 되지만 저희 입장에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느낌이다. 어떻게든 하루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약국들은 전공의 파업 이후 재고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진료 간격이 길어지면서 장기간 복용할 약을 한 번에 처방해주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약사 오순희(49)씨는 "진료 한 번에 1년 치, 심하면 2년 치 약을 처방해주니 미리 약을 많이 매입해둬야 한다"며 "늘어난 재고를 관리하기도 어렵고 환자분들도 한 번에 가져가기 어려워 택배 배송을 해야 할 때도 있어 일이 더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 고모(41)씨도 "1년 치씩 약을 받아 가는 분들이 늘면서 약이 부족한 경우도 종종 있다"며 "환자는 줄어드는데 약을 미리 샀다가 팔리지 않으면 손해는 고스란히 저희가 져야 하니 여러모로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력 감축 등 '몸집 줄이기'를 고민하는 약국도 적지 않다.

 A씨는 "현재 10여명의 직원이 있는데 이 상태가 계속되면 나부터 어떻게 될지 모른다. 파업 사태 이전으로 매출이 돌아가라면 2∼3년은 걸릴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차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환자가 늘었다"며 "(대형)병원이 다시 정상적으로 진료를 한다고 해도 그 환자들이 한 번에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약국에서 일하는 직원 허모(38)씨도 "근무하는 인원이 30명인데 매출이 줄어드니 인건비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약국 입장에선 인원 감축을 고민하게 되고 직원들은 권고사직을 당하지는 않을까 불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교수들의 사직과 휴진 등으로 의료계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라 문전약국 운영자와 직원들은 더욱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애초 정부 방침보다 적은 1천500명 안팎으로 줄었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백지화 후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확정하면 1주일간 집단 휴진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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