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중단 항암제, 환자가 수입하는 현실…"세금도 환자몫"

항암제 '리소드렌' 공급중단에 환자만 '골탕'…"한달 55만원 약값이 135만원 돼"
환자단체 "환자만 볼모 되는 문제 되풀이…정부 긴급도입권 폭넓게 적용해야"

 50대 정모(여)씨는 간헐적이던 복부 통증이 작년 6월부터 온종일 계속될 정도로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 촬영을 한 동네병원에서는 복부 장기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 했고, 서울 A대학병원에서는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통해 부신피질암으로 최종 진단했다.

 흔히 부신암으로 부르는 부신피질암은 우리 몸속 2개의 신장 위쪽에 위치한 부신이라는 기관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부신은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을 생산하는 기능을 하는 조직이다.

 부신암은 악성도가 높아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 혈관을 통해 다른 장기로 전이가 쉽게 발생하는 편이다.

 의료진은 정씨의 종양 크기를 줄이는 치료와 동시에 항암제 '리소드렌'(성분명 미토테인)을 함께 처방했다.

 리소드렌은 2001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수술이 불가능한 기능성 및 비기능성 부신피질암 환자 치료용 항암제로 허가를 획득했다.

 부신암은 2020년 기준으로 연간 253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해 전체 암 중 0.1%를 차지했다.

 이 약은 원래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건강보험 급여 대상 평가 심사에 올랐지만, 효능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하루 3일씩 리소드렌을 복용하는 정씨는 1개월 치 약값으로만 55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갑자기 병원에서 국내 공급사 사정으로 이 약의 공급이 끊겨 처방전을 내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다만 병원 측은 만약 약을 계속 먹고 싶다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레소드렌을 직접 신청하라고 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하지만,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희귀·필수의약품을 수입해 공급하는 식약처 산하기관이다.

 이에 정씨는 센터에 연락해 리소드렌 항암제 2개월 치를 수입 신청했다.

 암 치료에 몰두해야 할 암 환자가 직접 항암제 수입까지 나선 것이다.

부신의 위치와 구조

 하지만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하자 그간 55만원이던 1개월 치 약값은 85만원으로 30만원이 뛰었으며, 운송비와 통관비를 포함한 부대비용으로만 5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센터는 환율에 따라 약값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예치금으로 300만원을 요구했다.

 정씨는 "대체재가 없는 항암제를 수입해오던 회사가 공급을 중단하면 투병 중인 암 환자가 직접 항암제 수입을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고통스럽다"면서 "세금을 포함해 항암제 가격이 2배 이상으로 뛰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센터에)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도 정씨의 불안은 여전하다.

 기존에 먹던 약이 다 떨어지고 1월에 항암제 수입을 신청했지만, 아직 이 약을 먹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에서는 약이 들어오기까지 6∼8주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리소드렌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은 데다, 업체의 일방적인 공급중단에 따른 환자의 비용 부담 상승 부분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향후 수급 모니터링위원회를 통해 추가적인 조치를 논의해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희귀의약품센터에서 신청받아 약을 구하는 게 최선인 상황"이라며 "다만 의약품 수입 시 발생하는 세금 부분은 국세청 등 정부 부처가 함께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환자단체에서는 환자의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희귀의약품이나 이에 준하는 항암제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긴급도입권 등을 폭넓게 적용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회장은 "그동안에도 이런 사례가 많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업체는 제재받지 않고 환자만 볼모가 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중증 암 환자는 오롯이 암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의약품 공급자나 보험재정 관점에서만 바라보기보다는 더 많은 중증 환자의 생명을 구한다는 측면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적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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