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더 줘도 안 해'…돈만으론 못 살리는 필수의료의 현실

 정부가 붕괴 직전의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이 기피하는 고난도 수술의 수가(酬價), 즉 의료 서비스의 대가를 대폭 인상했지만, 전체 진료비에서 필수의료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의료의 근간을 이루는 소아청소년학과나 산부인과에는 환자들의 발길마저 끊기고 있어 의사들의 '월급'을 더 올리는 등 재정적 보상만으로는 무너져가는 필수의료 생태계를 복원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적극적인 수가 인상 정책에도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19.8%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20%를 밑돌고 있다.

 수술 등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보상은 늘었지만, 전체적인 진료비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양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자들의 발길마저 끊기고 있다는 점이다. 필수의료의 근간인 소아청소년과의 연간 환자 수는 2016년 605만 명에서 올해 상반기 394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저출생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진료 인프라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분만을 책임지는 산부인과 역시 같은 기간 604만 명이던 연간 환자 수가 올해 상반기 436만 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환자가 줄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아이나 산모가 위급할 때 기댈 곳이 사라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의 저수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해서 상대가치점수를 인상해왔다.

 심장수술, 대동맥박리 수술, 신장이식, 태아치료 등 의사들이 기피하는 고위험·고난도 수술 항목 다수는 2023년에서 2025년 사이에 상대가치점수가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이런 재정적 보상만으로는 무너져가는 필수의료 생태계를 복원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 재확인됐다. 고된 업무 강도, 잦은 의료 소송의 위험, 24시간 응급 상황에 대한 부담감 등은 단순히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마치 낡고 부서진 집의 벽에 페인트칠만 새로 한다고 해서 집이 튼튼해지지 않는 것과 같다.

 김미애 의원은 "단순히 수가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의사들이 필수의료 현장으로 돌아오게 만들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수가 현실화와 더불어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는 근무환경 개선, 지역별 의료 격차 해소 등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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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연구팀 "산모 환경호르몬 노출, 자손 후각 발달 악영향"
부산대학교 연구진이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내분비계 교란물질에 산모가 임신기 및 수유기에 노출되면 자손의 정상적인 후각 신경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대는 분자생물학과 정의만 교수 연구팀이 임신 중 초기 신경 발달 시기의 내분비계 교란물질 노출이 후각 신경 및 후각 신경의 기원인 뇌실하 영역에서 세포사멸을 일으키는 것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냄새 탐지 능력이 감소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체내 호르몬의 정상 기능을 교란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화장품, 캔, 플라스틱, 페인트, 의약품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인간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정 교수팀은 알킬페놀 계열의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옥틸페놀이 마우스의 후각 신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후각 신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뇌 발달이 활발히 진행되는 임신기부터 수유기까지 어미 마우스에 옥틸페놀을 투여해 자손 마우스가 옥틸페놀에 노출되도록 했으며, 이를 성체가 될 때까지 사육하며 영향을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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