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경기도 수원의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어 다시 같은 산부인과로 돌아와 출산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정모(35)씨는 지난 10일 70여km 떨어진 수원 쉬즈메디 병원에서 3.7㎏의 건강한 남아를 출산했다.
출산 예정일보다 3주가량 앞서 양수가 터지는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의료진의 신속한 대응으로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을 회복했다.
정씨가 의정부에서 서울을 지나 수원에 위치한 쉬즈메디 병원의 선택은 특별한 개인적 기억에서 비롯됐다.
1991년, 정씨는 당시 수원 연무동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이기호 원장의 도움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성장 과정에서 그는 어머니로부터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이기호 원장의 헌신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해 들었다.
막연한 감사로 남아 있던 이름은, 임신 이후 ‘출산 장소’라는 현실적인 선택 앞에서 분명한 방향이 됐다.
정씨는 집 근처 병원을 다니다 출산을 앞두고 수원으로 병원을 옮겼다.
물리적 거리는 멀었지만 마음의 거리는 오히려 가까웠다.
“나를 세상에 맞이해 준 곳에서 내 아이도 태어나게 하고 싶었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이유였다.
출산의 순간, 또 하나의 인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기를 받아낸 이는 바로 이 원장의 아들인 이지훈 원장이었다.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이어온 부자가 세대를 건너 같은 가족의 탄생을 함께한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조차 쉽게 마주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산모 정씨는 출산 후 부자 관계를 알게 됐고, 그 순간의 감정을 “특별한 인연 속에 있다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한 의료 행위를 넘어 가족의 기억과 시간, 감사가 하나로 이어진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의료진 역시 깊은 의미를 전했다. 아버지 이기호 대표원장은 “친정엄마가 저한테 아기 낳은 산모분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고, 이렇게 좋은 인연이 있다는게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아기를 받아낸 아들의사 이지훈 원장은 “아버지와 함께 생명의 탄생을 맞이해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출산은 흔히 개인적 사건으로 여겨지지만, 때로는 공동체적 기억으로 남는다.
한 세대의 손길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감사의 마음이 공간을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은 ‘귀소본능’에 가까운 정서적 회귀를 보여준다.
의료기관이 단순한 치료 공간을 넘어 삶의 서사를 품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한 병원에서 시작된 인연은 35년의 시간을 건너 또 하나의 생명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한 두 세대의 의사는 의료가 기술을 넘어 관계의 역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휴먼메디저널=김종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