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은 허향숙 박사 연구팀과 경북대 의대 석경호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항암제 '이브루티닙'(Ibrutinib)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예방 효과를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전날 노화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노화 세포'(Aging cell) 온라인판에 실렸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Aβ)의 축적물인 '노인성 반'(Aβ plaques)과 과인산화된 타우(Tau)의 응집체인 '신경섬유 얽힘'을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이다.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세포만 골라 사멸하는 특수 표적 항암제인 이브루티닙은 진행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등 림프종 환자에게 치료제로 쓰이지만, 퇴행성 뇌 질환에 대한 효능을 평가한 연구는 이전에 없었다. 연구팀은 이브루티닙이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에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인자인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타우 인산화를 모두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유도되는 신경 염증을 완화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이브루티닙 투여가 신경돌기 생성을 촉진하고 장기 기억 향상을 유도한다는 점도 밝혀냈다. 허향숙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기존 약물의 새로운 타깃을 설정하는 '신약 재창출
면역력이 손상된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만성 감염될 수 있다. 이처럼 힘이 떨어진 면역계는 신종 코로나를 뿌리 뽑지 못한다. 하지만 약해진 전력으로 계속해 바이러스를 공격한다. 이런 만성 감염 환경에서 변이한 신종 코로나가, 실험실에서 제조된 치료 항체는 물론 회복 환자의 항체까지 회피할 수 있다는 걸 미국 하버드 의대의 블라바트닉 연구소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약한 면역 공격이 지속된 5개월간 신종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엔 여러 개의 RBD(수용체 결합 도메인) 돌연변이가 생겼고 이 중 일부는 이후에 보고된 변이 코로나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변이가 갑자기 확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단·중·장기로 나눈 코로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신종 코로나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 발생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는 감시 체제를 구축해 돌연변이의 영향을 덜 받는 표적으로 항체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론 T세포 중심의 세포 면역을 활용하는 쪽으로 개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이 연구 결과는 16일(현지 시각) 저널 '셀(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은 자가면역 질환을 앓다가 신종 코로
신부전(renal failure)은 인구 고령화로 급증세를 보이는 질환 중 하나다. 대략 만 65세 이상 인구의 11%가 만성 신부전일 거로 추정된다. 그러나 신부전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어, 증상이 심해지면 신장 투석(透析·dialysis)을 계속해야 한다. 이런 신부전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 신장 섬유증이다. 그래서 신장 섬유증은 신부전의 유력한 예측 지표로 꼽힌다. 염색체 말단을 싸고 있는 텔로미어(반복된 염기서열의 DNA 조각)가 짧아지는 게 신장 섬유증의 근인(根因)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 시 염색체 말단의 손상과 염색체 간의 비정상 결합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진다. 그러다가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져 염색제를 보호할 수 없게 되면 세포 분열이 중단되고 노화가 진행된다. 이 연구를 수행한 스페인 국립 암 연구 센터(CNIO)의 마리아 블라스코 박사 연구팀은 1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블라스코 박사는 CNIO의 '텔로미어 앤드 텔로메라아제 연구 그룹(Telomeres and Telomerase Group)' 책임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이 계속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덴마크, 영국, 남아공, 브라질, 일본 등에서 면역 회피 능력이 강해진 변이 코로나가 잇따라 보고됐다. 특히 위협적인 건 브라질과 남아공에서 나타난 변이 코로나다. 이들 변이형은 전파력이 강한데다 항체를 일부 무력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접종자 선호도가 높은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도, 브라질·일본·남아공발 변이 코로나를 중화하는 덴 항체 효과가 확연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 연구를 수행한 기관이 미국의 라곤 연구소(Ragon Institute)라는 것이다. 라곤 연구소는 하버드의대와 이 대학의 최대 수련병원 MGH(매사추세츠 종합병원), MIT(매사추세츠공대)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학제(multidisciplinary) 면역치료 연구기관이다. 하버드의대의 알레한드로 발라스 조교수 연구팀은 최근 저널 '셀(Cell)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라곤 연구소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15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중화항체는 표적 바이러스에 단단히 결합해 세포
알츠하이머병이나 ALS(일명 루게릭병) 같은 신경 퇴행 질환 환자는 전 세계에 5천만 명이 훨씬 넘을 거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신경 퇴행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 약은 고사하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법조차 나온 게 없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 신경 퇴행 질환이 어떤 원인으로 생기는지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블룸버그 공중보건대 과학자들이 세포의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분자 스위치' 효소를 발견했다. 세포의 스트레스 반응은 세포 사멸과 신경 퇴행 질환을 일으키는 유력 인자로 꼽힌다. MARK 2라는 이 효소는 신경 퇴행 질환의 치료법을 찾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연구 표적이 될 거로 보인다. 이 연구 결과는 11일(현지 시각) 동료 검토 학술지 'PLoS 생물학'에 실렸다. 연구팀은 신경 퇴행 질환의 핵심적 특징인 세포의 단백질 독성 스트레스(proteotoxic stress) 반응에 주목했다. 단백질 독성 스트레스는, 세포의 주요 영역에 손상된(잘못 접힌) 단백질이 쌓이는 걸 말한다. 세포가 단백질 독성 스트레스에 활발히 반응하면 단백질 생성량이 줄어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반응에 문제가 생겨 단백질 합성의 축소가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은 AI 기반 조직분석 플랫폼으로 암 환자 치료 반응을 92.4%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11일 밝혔다. 루닛은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논문을 이달 13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되는 미국캐나다병리학회(USCAP)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루닛은 미국 암연구학회(AACR)와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AI 플랫폼 '루닛 스코프 IO'가 분류한 환자의 암조직 종양침윤림프구의 세 가지 면역학적 형질(3-Immune Phenotypes·3-IP)에 따라 면역항암제 치료 예후가 달라진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번 USCAP에서 발표하는 연구는 병리과 전문의와 루닛 스코프 IO의 환자 3-IP 분류 정확도 비교 검증을 목표로 했다.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의 병리학 연구팀과 데이터를 활용했다. 그 결과 3-IP를 분류할 때 병리학 전문의 집단의 정확도는 평균 80.5%, 루닛 스코프 IO의 정확도는 92.4%였다. 연구를 총괄한 김석휘 아주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조직 분석을 통한 3-IP 분류는 면역항암제 반응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루닛 스코프 IO의 정확도는 앞으로 AI가 환자 치료에서 크게 활용될 수 있
암 종양은 기저막(basement membrane)으로 싸여 있다. 암세포가 분열하고 성장할 땐 기저막이 보호 기능을 한다. 하지만 종양에서 떨어진 암세포 무리가 전이할 때 기저막은 뚫고 나가야 할 장벽이기도 하다.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연구진이 유방암 종양의 기저막 연구에서 아주 흥미로운 특성을 발견했다. 암 종양의 기저막은 기본적으로 뻣뻣한 성질을 가졌다. 그런데 종양 기저막은 원래 크기의 두 배까지 팽창하는 탄력성을 겸비했고, 크게 팽창할수록 뻣뻣한 경직성도 따라서 높아졌다. 이는 팽창하면 탄력성이 커지는 보통의 라텍스 풍선과 전혀 다른 것이다. 연구팀은 기저막의 이런 특성이 종양의 성장 및 전이 능력을 제한할 거로 보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다. 9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번 연구가 특히 주목받는 건 암 종양의 전이를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암 사망은 대부분 암세포의 전이에서 비롯된다. 암의 전이란 특정 부위의 원발암에서 한 무리의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혈액으로 타고 다른 부위
노인성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의 최대 위험 요인은 APOE 4 유전자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약 절반이 이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APOE 4 유전자가 뇌세포의 지질 대사 및 스트레스 반응 능력을 손상하는 분자 경로가 처음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세포와 효모균 실험을 통해, 비타민 B 복합체인 콜린(choline)을 충분히 섭취하면 이런 손상 결과를 상당히 많이 반전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자연 상태의 콜린은 달걀, 육류, 생선, 콩, 견과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최소 권장 섭취량은 하루에 남성 550㎎, 여성 450㎎이지만, 대부분 이 기준에 미달하는 게 현실이다. 이 연구는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의 피카우어 학습 기억 연구소 과학자들이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3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인간의 APOE(아포지질단백질 E) 유전자엔 APOE 2·3·4 등 3종이 있는데 APOE 4만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커지는 것과 연관성을 보인다. APOE 4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약 14%로 추정된다. APOE 2는 오히려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방어적이며, 가
천식,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염증성 폐 질환은 모두 치료가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의 치료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폐 손상은 거의 막지 못한다. 사이토카인은 주로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활성 물질로 수용체를 통해 세포 간의 신호전달 등을 조절한다. 특히 사이토카인은 면역계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데 인터페론, 인터류킨, 케모카인, 종양괴사인사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그래서 만성 염증 질환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주로 사이토카인 차단 치료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런데도 사이토카인의 분비와 염증 촉발 경로는 지금까지 상세히 규명되지 않았다. 마침내 의학계의 이런 해묵은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포 소포인 엑소좀(exosome)이 사이토카인 분비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게 요지다. 엑소좀에 실려 배출되는 사이토카인은 아주 특별한 장비를 써야 검진이 가능할 만큼 극미량이었다. 이 발견은 전혀 알지 못했던 사이토카인 분비 채널을 새로 찾아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불치병에 가까운 COPD 등 만성 염증 질환에도 치료의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