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腸) 질환'(IBD)은 위장관에 만성 염증이 나타나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포괄하는 질병명이다. 이처럼 위장관 염증이 오래가면 대장암(결장암)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 그래서 IBD의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건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장에 많이 나타나는 'C형 렉틴 수용체'(CLRs)와 같은 선천 면역 수용체는 IBD의 발생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CLRs는 장 미생물 총의 조절과 병원체 차단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장의 항상성'(intestinal homeostasis)을 유지하려면 CLRs가 균형 있게 작용해야 한다. 면역계와 골격계의 항상성 유지에 관여하는 '수지상세포 면역 수용체'(DCIR)도 일종의 'C형 렉틴 수용체'다. DCIR은 지금까지 선천 면역과 적응 면역 반응을 모두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면역 반응을 강화하려면 DCIR 발현을 차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DCIR 신호가 직접 대장암과 장 염증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발견은 새로운 대장암 치료제 개발과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삶의 질 개선 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
암의 전이는 원발 암(primary tumor) 종양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가 혈액 등을 통해 다른 기관으로 옮겨가 새로운 종양을 형성하는 걸 말한다.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와 전이암의 씨앗이 되는 암세포를 '순환 종양 세포(circulating tumor cells)', 줄여서 CTCs라고 한다. CTCs는 혈액 1㎖당 적게는 1개, 많게는 10개가량 존재한다. 암 환자의 혈액에서 CTCs를 분리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암의 유형에 따라 CTCs의 생성률과 반감기(혈액 내 생존 기간)는 크게 다르다.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의 스콧 마닐라스 생물공학과 석좌교수팀은 이에 관한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2021년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논문 참조) 생쥐의 몸 안에 생긴 췌장암, 소세포폐암, 비소세포폐암 등 3개 유형의 암 종양에 실험했더니 CTCs의 반감기는 짧은 게 40초, 긴 게 250초로 나왔다. 또 공격적으로 전이하는 소세포 폐암은 1시간당 10만여 개의 CTCs가 원발 암에서 이탈했지만, 비 소세포 폐암과 췌장암은 각각 약 60개에 불과했다. 진짜 암에 걸린 생쥐나 CTCs를 이식받은 생쥐나 전이암이 생기는 위치는 같았다. 예컨대 어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박테리아를 매개로 한 암 치료법 논문이 유력 학술지에 실렸다. 화순전남대병원은 핵의학과 민정준·유수웅·권성영·강세령 교수팀의 논문 '박테리아 매개 암 치료를 위한 분자 영상 접근방법(Molecular imaging approaches to facilitate bacteria-mediated cancer therapy)'이 '어드밴스드 드러그 딜리버리 리뷰스(Advanced Drug Delivery Reviews·ADDR)'(영향력지수 17.873)에 게재됐다고 27일 밝혔다. 이 논문은 암 치료에 사용되는 박테리아를 영상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과 활용 사례 등을 정리했다. 민정준 교수가 교신저자로, 유수웅·권성영 교수가 공동 1저자, 강세령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했다. 유수웅 교수는 난치성 종양에서 박테리아를 이용한 병합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과제 책임자로, 지난 2월 '혁신형 의사 과학자 공동연구사업 병원 협의체'로부터 우수 연구자상을 받았다. 교신저자인 민정준 교수는 박테리아를 이용한 암 치료 및 체내 영상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로, 분자영상테라노스틱스 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우리 몸 안에 있는 단백질 중 가장 많은 게 1형 콜라겐이다. 섬유아세포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 콜라겐은 대부분의 뼈, 힘줄, 피부 등에서 발견된다. 그런데 암세포가 독특한 콜라겐을 만들어 면역계 공격을 피하는 데 이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췌장암이 생긴 생쥐 모델에 실험한 결과, 암 종양이 소량 생성하는 이 콜라겐은 특이한 구조의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을 형성했다. 그러면 이 세포외 기질이 종양 내 미생물 총의 구성을 바꿔 면역계의 공격을 막았다. 보통 콜라겐과 형태가 다른 이 콜라겐은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한 암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 연구는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 센터의 라구 칼루리 박사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21일((현지 시각) 셀 프레스에서 발행하는 '동료 심사' 종양학 저널 '캔서 셀'(Cancer 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섬유아세포가 생성하는 보통 콜라겐과 암세포가 만드는 특수한 콜라겐의 기능이 어떻게 다른지 규명한 것이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칼루리 박사는 "암세포는 전형과는 거리가 먼 독특한 콜라겐을 만들어 자기를 방어하는 세포외 기질
세균의 레트론(Retron) 유전자는 1980년대에 처음 발견됐다. 이 유전자의 암호로 생성되는 역전사효소는 정체불명의 RNAㆍDNA 혼합 분자를 만들어낸다. 특이하게도 이 유전자는 세균에 감염하는 바이러스, 즉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약칭 '파지')에서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레트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오래 세월 베일에 싸여 있던 레트론 유전자가 박테리아의 유전체에 내장된 '자폭 스위치'에 관여한다는 걸 유럽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분자 스위치는 세균 무리에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이 스위치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버그'(다제내성균)의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유럽 분자 생물학 연구소'(EMBL)의 아타나시오스 티파스 박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8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시스템 생물학자인 티파스 박사는 현재 EMBL 유전체 생물학 유닛(연구 그룹)의 리더를 맡고 있다. 세균의 유전체엔 수백 종의 독소ㆍ항독소 시스템이 들어 있는 거로 알려졌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들 시스템은 파지를 억제하는 데 쓰일 거로
한밤중에 잠자다 깨면 대부분 잠을 설쳤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하룻밤 자는 동안에도 잠시 깼다가 다시 잠들기를 100회 이상 반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면 도중 짧은 각성이 반복되는 덴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이 관여했다. 노르아드레날린 수위는 각성-수면과 연동해 상승-하강을 반복했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인체의 '투쟁 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과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위가 상승하지만,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놀라운 사실은, 뇌가 이렇게 짧은 각성을 되풀이한다고 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정상적인 수면의 한 부분이고, 오히려 기억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과학자들은 말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중개 신경의학 센터'의 마이컨 네데르하르트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2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면 연구자들은 잠자는 동안 노르아드레날린
한풀 꺾인 듯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6월부터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유형인 BA. 4, BA·5와 델타크론 변이(Deltacron variant)의 확산이 이렇게 급박한 국면 반전을 가져왔다. 전파력이 가장 강한 오미크론 변이에서 파생한 이들 변이의 공통점은 델타 변이의 돌연변이를 승계했다는 것이다. 특히 델타크론은 오미크론 변이와 델타 변이에 함께 감염됐을 때 생기는 '재조합 변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5개의 코로나 '우려 변이'(variants of concern)는 모두, 변이 이전의 '원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표적으로 개발된 치료 항체와 백신이 잘 듣지 않는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백신이나 치료제를 회피하고 살아남는 쪽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수를 바꿔가며 엄청난 규모로 빠르게 진행된 백신 접종은 신종 코로나의 진화 압박을 가중했을 수 있다. 특히 델타 변이는 5개의 '우려 변이' 중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로 꼽힌다. 다른 변이보다 감염증이 더 심하고 치명률은 가장 높다. 다시 팬더믹(대유행)을 몰고 오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델타 변이와 동일한 돌
나이가 들면 뇌의 면역세포 가운데 하나인 '신경아교세포'(glial cells)가 만성적으로 활성화하곤 한다. 이처럼 신경아교세포가 장시간 활성 상태로 있으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뇌 안에 더 많이 생성된다. 아직 인과관계가 입증된 건 아니지만, 이들 단백질이 뇌 안에 많이 축적되는 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특징이다. 수면 교란도 알츠하이머병에 관여하는 주요 병리학적 요소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수면 장애가 알츠하이머병을 부추기는 게 뇌의 염증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커지는 이유를 일정 부분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발견은 알츠하이머병 고위험군의 발병 전 치료 표적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아울러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검진법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Irvine)의 브라이스 맨더 조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발행하는 저널 '슬립'(Sleep)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엔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 등의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논문의 핵심은 고령자의 뇌 염
장(腸)의 미생물 중에는 건강에 이로운 종도 있지만, 질병을 일으키는 것도 없지 않다. 장 세균이 관여하는 병은 자가면역 질환, 염증성 장 질환, 대사 증후군, 신경정신 질환 등 의외로 많다. 이른바 '새는 장'(leaky gut) 가설은 장 세균의 질병 유발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로 널리 알려졌다. 해로운 세균이 장을 벗어나 갖가지 질병으로 이어지는 만성 염증 반응을 촉발한다는 게 이 가설의 핵심이다.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미스터리는 따로 있다. 어떻게 해서 장을 탈출한 병원성 세균이 수십 년간 숨어 지내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세균은 사람의 몸 안에 오래 머물면서 건강에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마침내 의학계의 이런 해묵은 의문을 풀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숙주 내 진화'(within-host evolution) 현상을 틀로 삼아 어떻게 장 세균이 다른 기관에 질병을 일으키는지 설명했다. 장 세균이 장기간의 진화를 거쳐 장의 방어벽을 넘어가는 능력을 갖추면 병원성이 더 강한, 다시 말해 질병을 일으킬 위험이 더 큰 세균으로 변한다는 게 요지다. 이런 세균은 장 밖의 다른 기관으로 이동한 뒤 면역계 감시망을 피해 숨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