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밝혀진 코로나 '비밀 무기', 뇌 밖에서 뇌 염증 일으킨다

혈액 매개 인자로 '혈뇌장벽' 뚫고 염증 신호 보내
코로나19 사망 환자 뇌 조직서 뚜렷한 신경염증 표지 발견
미 스탠퍼드 의대, 저널 '네이처'에 논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약 3분의 1은 흐릿한 생각(fuzzy thinking), 건망증, 집중력 저하, 우울증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호소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뇌 조직에 직접 침투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코로나19 환자의 뇌 조직에 신종 코로나가 존재하는지를 놓고도 과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그런데 코로나19 사망 환자의 뇌 조직에서 염증과 신경망 손상을 가리키는 분자 표지(molecular marker)가 발견됐다.

 이들 표지는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 퇴행 질환 사망자의 뇌 조직에 남은 것과 아주 흡사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로 전신 염증이 진행되면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 너머 뇌 조직까지 염증 신호가 전달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가 뇌에 침투하지 않아도 뇌 조직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이 연구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독일 자를란트 대학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21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공동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8명과 다른 질병 사망자 14명(대조군)의 뇌 조직 샘플로부터 모두 6만5천309개의 세포를 분리해 단일세포 RNA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했다.

 여기서 나온 유전자 수천 개의 개별 활성 수위를 분석한 결과, 뇌의 모든 주요 세포 유형에 존재하는 유전자 수백 개의 활성 수위가 실험군과 대조군에서 달랐다.

 이들 유전자의 다수는 염증 반응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었다.

 또 의사 결정, 기억, 수학적 사고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코로나19 사망자의 대뇌 피질 뉴런(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인 분자적 변화가 관찰됐다.

 대뇌 피질 뉴런은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으로 나뉘어 고차원적 뇌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 논리 회로를 구성한다.

 그런데 피질의 가장 바깥층에서 흥분 뉴런의 억제 신호와 억제 뉴런의 강화 신호 흔적이 발견됐다.

 이런 종류의 신호 불균형은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 퇴행 질환이나 인지 기능 결함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 환자의 뇌 조직에 T세포가 훨씬 더 많다는 것도 확인했다.

 건강한 뇌엔 병원체를 찾아 공격하는 T세포가 거의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단일 세포 유전자 분석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뇌에 존재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이는 뇌 조직에서 발견된 신경염증 표지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스탠퍼드대 의대의 토니 뷔스-코라이(Tony Wyss-Coray) 신경학 교수는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몸 전체에 염증 반응이 생기면 염증 신호가 혈뇌장벽을 통과해 전달되는 것 같다"라면서 "이렇게 되면 뇌에 신경염증이 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뇌혈관 세포에 존재하는 혈뇌장벽은 외부 세포나 단백질 등이 함부로 뇌 조직에 들어오지 못하게 고도의 '선택적 투과'만 허용한다.

 
감염 6개월 이내에 생길 수 있는 코로나19가 후유증

 뷔스-코라이 교수팀은 뇌 밖의 혈액 매개 인자(bloodborne factor)가 혈뇌장벽을 통해 뇌 조직에 염증 신호를 보내면 실제로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는 걸 이전의 연구에서 확인했다.

 어린 생쥐의 혈액이 늙은 생쥐의 인지 기능을 되살리고, 늙은 생쥐의 혈액은 어린 생쥐의 '지적 능력(mental ability)'에 나쁜 영향을 주는 이유를 이 발견 덕에 설명할 수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19 사망 환자의 뇌 조직에서 발견한 신경염증 표지가, 많은 코로나19 환자, 특히 신경학적 증상을 호소하거나 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에게도 존재할 거로 연구팀은 추정한다.

 뷔스-코라이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에게 브레인 포그나 피로감 같은 신경정신과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이번 연구 결과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레인 포그(brain fog)는 말 그대로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증상을 말한다.

 보통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피로감, 우울증 등을 동반하는데 방치하면 치매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비급여 항목' 보고제도에 의료기관 95% 참여…나머지 5% 과태료 부과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 보고제도에 전체 의료기관의 95%가 참여했다고 보건복지부가 10일 밝혔다. 복지부는 올해 4월 15일 비급여 보고 제도를 전체 의료기관 7만2천815곳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했다. 지난해에는 병원급 의료기관 4천245곳만 참여했다. 비급여 보고제도는 의료법 등에 따라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 비용과 내역 등을 보건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제도다.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는데, 이런 비급여 현황을 파악해 국민이 합리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에 정보를 보고하지 않은 의료기관 5%는 의료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올해 보고 기간(4월 15일∼6월 30일)에 각 의료기관은 3월 진료내역 중 비급여 항목별 단가, 빈도, 상병명, 수술명 등을 보고했다. 올해 보고 항목은 총 1천68개로, 지난해(594개)보다 474개 늘었다. 복지부는 이번에 모은 비급여 보고 자료를 분석해 특정 질환 치료·수술 비용이나 진료 안전성·효과성 등 필요한 정보를 올해 안에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특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
암 치료용 가속기 전원장치 국산화 성공
한국원자력의학원은 5일 선택적 암 치료에 쓰이는 가속기 핵심 장치인 고전압 전류장치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의학연구소 홍봉한 의료용가속기연구팀장 연구팀이 붕소중성자 포획 치료용 양성자 2.4메가전자볼트(MeV)급 탄뎀 가속기 1천200㎸ 고전압 전원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탄뎀 가속기는 전기장으로 입자를 가속해 이온빔 분석이나 중성자 포획 치료용 중성자를 만드는 데 쓰는 장치다. 붕소 중성자 포획치료는 인체에 무해하면서 암세포에 집중되도록 만든 붕소 약물을 암 환자에게 주입한 후 가속기로 만든 중성자를 쏘아 붕소가 방사선을 방출하도록 해 주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원자력의학원은 이 치료법에 필요한 고출력 양성자 가속기를 규모가 작고 전력을 적게 써 효율적인 대전류 양성자 탄뎀 가속기로 대체하는 연구를 2019년부터 진행 중이다. 이번에 개발한 전원장치는 입자 가속을 위한 에너지를 가속관에 전달하는 핵심 장치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진경 원자력의학원 원장은 "탄뎀 가속기의 핵심 장치 개발 성공으로 첨단 붕소 중성자 포획치료기의 국내 개발을 앞당겨 해외 선도 기술과의 격차를 줄이고 난치 암 환자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