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의 '대명사' 여수 갯장어

부드러운 육질과 고소한 맛 일품…단백질 많아 영양도 풍부
일본에 전량 수출되던 '귀한 몸'…내수 늘면서 대중화

 '얼마나 저 깊은 뻘의 하늘을 건들고 다녔으면 / 한 점 토막에도 검고 푸른 문신을 가졌을까 / 당신은 한점으로도 깊고 오늘 바다는 당신 때문에 더 붉지' (임호상 作 '하모에게' 일부)

 여수 바다를 사랑하는 시인은 은빛 비늘을 가진 갯장어(하모·ハモ)를 그리워했다.

 깊은 바다를 유영하다 지상에 올라온 갯장어는 여름을 손꼽아 기다려온 미식가와 만난다.

전남을 대표하는 해양 관광지 여수는 '여수 밤바다'로 널리 알려졌지만, 볼거리 말고도 맛있는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봄 도다리, 여름 하모, 가을 전어, 겨울 굴'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수는 제철 음식이 풍부하다.

부드러운 봄 햇살이 뜨거워질 무렵, 성미 급한 미식가들은 갯장어를 찾아 나선다.

 살이 충분하게 차오르지 않은 갯장어라도 괜찮다.

 지난여름, 입안 가득 차올랐던 갯장어의 부드러운 육질과 고소한 맛을 소환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양식을 할 수 없는 갯장어는 기름기가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여름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살이 차오른 갯장어

 갯장어는 보통 일본어인 '하모'라 불리는 참장어다. 7월쯤 살이 차올라 가장 맛이 있다.

 여수에서는 데침(샤부샤부)으로 주로 먹는데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꼽힌다.

 이맘때면 국동항이나 신월동에 밀집한 갯장어 식당은 전국에서 몰려온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갯장어 데침은 갯장어 뼈와 무, 양파, 생강 등을 넣어 푹 끓인 육수가 기본이다.

 팔팔 끓여 나온 육수에 부추, 깻잎, 버섯 등을 넣은 뒤 갯장어를 살짝 데쳐 먹는다.

 순이 죽은 깻잎을 깔고 뜨거운 육수에 오그라든 갯장어를 올린 뒤 된장이나 간장, 고추냉이를 조금 올려 먹는다.

 취향에 따라 생양파에 갯장어를 올려도 되고, 상추에 싸 먹어도 된다.

 식당마다 개성을 살린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면 갯장어 특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장어 특유의 고소함이 지나쳐 느끼하다면 생강을 먹으면 된다.

 데친 요리도 유명하지만, 회·물회·통장어탕·구이로도 먹을 수 있다.

바다에서 올라온 갯장어

 여수에서는 여수연승협회 소속 어선 36척이 갯장어를 잡고 있다.

 청정 해역인 금오도 부근에서 주로 작업을 하는 데 주낙(연승)을 이용해 잡는다.

 올해 여수지역 어민들은 5월 10일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어민들은 긴 낚싯줄에 전어나 전갱이를 매달아 갯장어를 유인한다.

 오후에 낚싯줄을 던져놓고 날이 밝을 무렵 끌어올린다.

 갯장어는 이빨이 날카로워 바늘이 끼워진 채 낚싯줄을 자른다.

 여수에서는 5월부터 8월 말까지 갯장어를 잡는다.

 지난해 여름에는 288t을 잡아 40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10%가량 줄어 1kg당 2만6천∼3만5천원선에 거래된다.

 10여 년 전에는 어획량의 80∼90%가량을 일본에 수출했지만, 내수가 늘면서 10% 정도만 수출한다.

여수 국동항에 정박중인 어선들

 여수연승협회 정창훈(65) 회장은 "7월에 갯장어의 몸통이 가장 굵어 제맛을 느낄 수 있다"며 "15년 전만 해도 가격이 비싼데다 전량 일본에 수출하는 바람에 일반 서민들은 맛보기조차 어려운 고급 어종이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이어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거의 국내에서 소비되는데, 주산지인 여수에서 먹는 하모가 제맛이다"며 "맛도 좋고 무엇보다 보양식이어서 몸에도 좋아, 이때가 아니면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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