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연결' 방해 유전자로 기억력 되살려"

뇌세포 CCR 5 수용체 억제→중년 이후 기억력 회복에 효과
HIV 감염 차단제 '마라비록', 유전자 제거와 동일한 효능
미국 UCLA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인간의 뇌는 기억을 하나씩 따로 보관하지 않는다.

 서로 연관된 기억을 한데 묶어 저장하는 게 뇌의 일반적인 기억 방식이다.

 중요한 기억을 떠올리면 시간상으로 연결된 다른 기억들이 꼬리를 물고 상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뇌는 관련 기억을 연결하는 기능을 점차 상실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이 뇌의 '기억 연결'(memory linking)에 관여하는 핵심 분자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중년에 해당하는 생쥐 모델에 실험해, 이 메커니즘이 손상됐을 때 복원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HIV(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차단제가 이런 효능을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견은 중년 이후의 기억력을 강화하고 치매 증상에 조기 대처하는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거로 기대된다.

 UCLA 의대의 알시누 실바 신경생물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5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인간 세포의 표면엔 많은 수용체가 있다.

 어떤 분자가 세포에 들어가려면 자기에게 맞는 수용체와 먼저 결합해야 한다. 세포를 방(房)이라고 하면 표면 수용체는 문을 여는 손잡이와 같다.

 실바 교수팀은 CCR 5 수용체의 생성 코드를 가진 같은 이름의 유전자에 주목했다.

 HIV가 뇌세포에 감염하면 기억 상실을 유발한다. 이때 바이러스는 CCR 5 수용체와 결합해야 뇌세포에 들어갈 수 있다.

 실바 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은 2016년 12월 CCR 5 유전자에 관한 중요한 논문을 하나 내놨다.

 이 유전자가 활성화해 뇌세포 표면에 CCR 5 수용체가 늘어나면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의 학습ㆍ기억 능력이 약해진다는 게 요지였다.

 이번에 연구팀은 인간의 중년 나이에 해당하는 생쥐 모델에 실험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나이를 염두에 뒀다.

 서로 연결된 두 개의 우리(cage) 안에 생쥐를 넣고 CCR 5 유전자가 생쥐의 기억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테스트했다.

 뇌에 이식한 미세 현미경을 통해 새로운 기억이 형성될 때 어떤 부위의 뉴런이 흥분하는지 관찰했다.

 CCR 5 유전자의 발현 도를 높이자 생쥐는 기억을 잘 연결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두 개의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걸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뇌세포의 CCR 5 유전자를 제거했더니 생쥐는 기억 연결 능력을 회복했다.

 실바 교수는 전에 연구한 적이 있는 HIV 감염 차단제 '마라비록'(maraviroc)을 생쥐에 시험했다.

 2007년 FDA 승인을 받은 이 약은 뇌에서 CCR 5가 발현하는 걸 억제한다.

 늙은 생쥐에게 마라비록을 투여하자 DNA에서 CCR 5 유전자를 제거한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다시 말해 기억력이 약해진 늙은 생쥐의 기억 연결 능력이 다시 강해졌다.

 마라비록이 에이즈 환자의 훼손된 인지 능력을 복원할 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중년 이후 기억력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팀은 마라비록에 대한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기억 상실의 초기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연구는 기억의 진화라는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던졌다.

 왜 인간의 뇌는 기억 연결을 방해하는 CCR 5 같은 유전자가 필요할까 하는 것이다.

 연구팀이 내놓은 설명은 곱씹어볼 만하다.

 실바 교수는 "만약 모든 걸 기억한다면 인간은 삶을 영위할 수 없다"라면서 "CCR 5 유전자는 덜 중요한 기억의 파편을 걸러냄으로써 중요한 경험을 연결하게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美·日처럼…"전담간호사 역할 정립해야"…복지부 "제도화 시행"
의료기관에서 특수분야 간호를 전담하는 간호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간호사의 역량 개발을 위해 분야별 교육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10개 분야 전담간호사 교육을 실시하는 미국과, 19개 분야 인정간호사 교육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교육을 통해 전담간호사의 전문 역량을 본격적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전담간호사 확대가 필요하다며, 다른 직역과의 논의를 통해 전담간호사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간협)은 18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방안'을 주제로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담간호사'란 지난 2월 시작된 전공의 집단 병원 이탈로 발생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의사 업무 일부를 간호사에게 위임하면서 이들에게 붙인 가칭이다. 'PA 간호사'나 '진료지원인력'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이전에도 의료현장에서 수술장 보조 및 검사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 상황 시 보조 등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암암리에 대신해왔다. 전공의 사직으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지난 2월 27일부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