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응급·소아의료 한계…국민 생명 위협

필수분야 인력 이탈에 '휘청'…심혈관흉부외과 의사 60대 이상이 23%
분만병원 없는 취약지가 전체의 42%…소아 입원 진료 중단 사태도

 정부가 31일 중증·응급, 소아·분만 진료체계 전반을 개편하고 보상을 강화하는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내놓은 데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의 기반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

 특히 지난해 7월 서울 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은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민낯을 극명히 보여줬다.

 이에 앞서 2019년엔 편도제거 수술 후유증으로 초응급 상태가 된 5살 아이가 대학병원에 도착하기 5∼6분 전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아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후 결국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는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에서 의료진 부족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두 달 가까이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응급의료센터나 권역 심뇌혈관질환 센터 등 중증·응급질환 대응체계 자체는 마련돼있지만, 연계가 미흡해 체계적인 환자 이송, 전원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인력이 부족해 야간 등 취약시간대가 발생하고 있다.

 급성심근경색 응급환자의 11.2%(2020년 기준)가 최초 병원에 이송된 이후 다시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고, 중증 응급환자가 적정시간 내에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지 못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가운데 이 비율은 낮아지기는커녕 2018년 50.3%에서 2021년 51.7%로 오히려 올랐다.

 또 중증·응급질환 분야에는 24시간 의료진 대기가 필요하지만 의료인력 부족으로 당직 등 근무 부담이 커 인력이 이탈하는 등 긴급상황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밤낮없는 과중한 업무, 그에 비해 낮은 임금으로 인해 필수의료 분야 전공을 기피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소아·분만 의료의 문제는 더 구조적인 부분에서 기인한다.

 출산율 하락이 계속되면서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2018년∼2021년 사이 분만의료기관 중 의원은 279곳에서 218곳으로 61곳 줄었고, 병원은 145곳에서 132곳으로 13곳 줄었다. 종합병원도 86곳에서 79곳으로 7곳 감소했다.

 250개 시군구 중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분만 취약지는 현재 105개(42%)에 이른다.

 분만 취약지에 사는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 인근에 분만 시설이 없어 대도시까지 이동해야 하며, 응급상황 발생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현장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이 산부인과 기피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의료체계가 무너지기 직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3천308개에서 3천247개로 61개나 줄었다.

 대형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에 오겠다는 의사가 없어 응급·입원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68.2%에서 2021년 34.4%, 2022년엔 27.5%로 2년 사이 40%포인트(p) 넘게 떨어졌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중증 소아를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지방에 거주하는 소아·청소년 환자와 그 가족의 어려움도 커지는 상황이다.

 2019년 기준 소아입원환자가 자신의 거주지역에서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받는 비율은 서울 93.9%, 충북 52.6%로 큰 격차를 보였다.

 지역별로 병상 및 의료인력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2020년 기준 인구 1천 명당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병상 수는 서울·부산은 2.8, 경남 1.4, 충북 1.7로 지역 간 격차가 컸다. 인구 1천 명당 의료기관 종사 의사 수도 서울이 3.2인 반면 충북은 서울의 절반인 1.6에 불과했다.

 정부는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 보조인력의 총량 자체도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동결된 상황에서 의료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의사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35년에는 의사가 9천654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필수의료 분야에 인력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해당 분야 의사의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심장혈관흉부외과 등 필수과목 의사의 60대 이상 비율은 2011년 8.1%에서 2020년 13.9%로 늘었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의 경우 7.9%에서 23.4%로 거의 3배로 늘었다. 산부인과의 경우 3명 중 1명(33.1%)이 60대 이상이다.

 이같은 상황이 길어질수록 해당 전공 의대생이나 전공의에 대한 교육·수련이 미흡해질 수밖에 없고, 나이 많은 의사들이 곧 진료현장을 떠나게 되면 필수의료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0일부터 의료현안협의체를 본격 가동했다. 양측은 '필수의료 강화 및 의료체계 개선'을 이번 협의체의 운영 목적으로 하는 데 뜻을 모으고 이번 대책에 담긴 핵심 과제를 논의해나가기로 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의협 "관리급여, 환자 치료권·의사진료권 훼손…철회해야"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정부가 비급여 항목이었던 도수치료 등 3개 의료행위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데 대해 "환자의 치료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훼손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태연 의협 부회장은 이날 오후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료계의 지속적인 협의 요청과 전문가들의 의학적 의견을 무시하고 오직 실손 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해 관리급여를 강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의협은 정부의 부당한 조치가 국민 건강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임을 밝히며 강한 유감을 밝힌다"며 "관리급여 선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신설된 관리급여에 본인부담률 95%가 적용돼 사실상 비급여와 다를 바 없다면서 "이는 국민을 기만하고 오직 행정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옥상옥 규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리급여라는 새로운 급여 유형은 국민건강보험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며 "정부는 법적 권한도 없이 국민의 치료 접근성을 마음대로 재단하려는 자의적 권한 행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의료계의 비급여 항목 과잉 진료가 관리급여 지정을 자초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정부가 비급여 증가의 책임이 의료계에만 있는 것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노화로 인한 지방간 억제하는 핵심 근육호르몬 작용과정 밝혀"
국내 연구진이 운동하면 분비되는 호르몬 '바이글리칸'이 노화로 인한 지방간 완화의 핵심 인자로서 기능하는 것을 확인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내분비·신장질환연구과 소속 임주현 연구원 등이 노인과 노화한 쥐의 근육·혈액 데이터 등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진은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서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는 근육·혈액 데이터를 분석해 노인들의 조직 데이터에서는 근육 호르몬인 '바이글리칸'의 양이 크게 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자체적으로 쥐를 이용해 실시한 동물 모델 실험에서도 젊은 쥐에 비해 노화한 쥐는 혈액과 근육의 바이글리칸 양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진이 노화한 쥐를 4개월간 운동시킨 결과, 노화로 인해 감소했던 바이글리칸 양이 증가했으며 근력과 근육 크기 등 근 기능이 개선됐다. 또한 근육에서 분비된 바이글리칸은 간으로 이동해 간세포 노화와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했으며, 최종적으로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억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더해 진행된 근육 세포 실험에서 연구진이 배양 세포에 바이글리칸을 주입한 결과, 일부러 약물을 통해 근육 세포를 위축시켰음에도 근관세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