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형병원 전공의 부족 심화…소아과는 붕괴 직전

비인기 분야 기피 현상, 지역 간 의료 격차 커져
정부 "필수의료 분야 보상 강화…진료 기반 확충"

 전국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레지던트) 미달 사태가 잇따라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산부인과·외과·흉부외과 등 비인기 분야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필수의료 체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뚝뚝'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집계한 2023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는 총 53명으로 전체 정원 208명 중 25%에 불과했다.

 올해 부산에서는 지역 종합병원 6곳 모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1명도 뽑지 못했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5년 만에 처음으로 전공의 지원자가 없었다.

 해운대백병원은 5년 넘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고신대복음병원도 전공의 없이 전문의만 남아있는 상태다.

 광주의 조선대병원과 광주기독병원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단 1명도 충원하지 못했다. 전남대병원은 정원 2명을 채웠지만, 1∼4년 차 전체 인원 16명 중 6명만 근무 중이다.

 충청지역에서 유일하게 소아외과 수술이 가능한 충남대병원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했다. 대전성모병원·건양대병원·을지대병원 등 대전의 다른 종합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68.2%에서 2021년 34.4%, 2022년 27.5%로 2년 사이 4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 의료 공백 가시화…곳곳서 진료 차질

 이처럼 전공의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아청소년과 의료 체계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소아청소년과로 오겠다는 의사가 없어 응급·입원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2020년부터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하다가 결국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한때 중단했다.

 길병원은 최근 전문의 2명을 충원해 입원 진료를 재개했으나, 근본적인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해 채용 절차를 계속 진행 중이다.

 마찬가지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지난해 4분기 기준 평균 진료 대기 일수가 22일로, 2017년 1분기보다 15일이나 늘었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중증 소아를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지방에 거주하는 소아·청소년 환자와 그 가족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2019년 기준 소아입원환자가 자신의 거주 지역에서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받는 비율은 서울 93.9%, 충북 52.6%로 큰 격차를 보였다.

 아울러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국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3천308개에서 3천247개로 61개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분야 '적신호'

 일부 지역에서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과목이라고 불리는 산부인과·외과·흉부외과·비뇨의학과 등 분야에서도 전공의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선대병원과 아주대병원은 올해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은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비뇨의학과 모두 전공의 지원자가 '0명'이었다.

 필수의료 분야에 인력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이 분야 의사들의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심장혈관흉부외과 등 필수 진료과목 의사 중 60대 이상 비율은 2011년 8.1%에서 2020년 13.9%로 늘었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의 경우 7.9%에서 23.4%로 늘었으며, 산부인과의 경우 3명 중 1명(33.1%)이 60대 이상이었다.

 경기도 안성에서는 2021년 말 분만이 가능한 마지막 산부인과가 문을 닫아 1년 넘게 원정 출산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내 유일한 공공 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도 분만실을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관계자는 "한 해 배출되는 의사 수는 정해져 있는데, 양질의 의료인들은 수도권 대도시 위주의 주요 병원으로 몰려 그 외 지역에선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버겁다"고 설명했다.

 ◇ 의사 부족·지역 간 격차…정부 대책 마련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사 인력 부족과 지역 간 쏠림 현상으로 필수의료 분야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소송 등에 휘말릴 위험이 높거나, 중증·응급 환자를 다루고 진료수가가 낮은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과 함께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소도시 간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최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중증·응급·분만·소아 진료 분야에 대한 수가 보상을 강화하고 지방 의료 인프라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긴급 수술을 위한 병원 순환당직 체계를 시범 운영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늘리는 등 필수의료 진료기반을 확충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에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의료취약지 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방안은 해당 지역에 대형 병원이 들어서는 것"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수가 강화 방안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주영 순천향대 천안병원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대학병원으로 돌아와 응급 및 중증 환자를 볼 수 있도록 하려면 의료과실 형사처벌에 대한 적극적 면책을 법으로 보장하고 급여·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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