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속도·양 조절하는 새로운 뇌세포 메커니즘 찾았다"

美 연구팀 "음식 맛·포만감 신호 함께 뇌세포 제어…식사 속도·양 조절"

 식사할 때 위장에서 뇌로 보내는 신호가 과식을 막아준다는 기존 통념과 달리 첫 한 입 먹었을 때 혀 미각 세포(미뢰)에서 느껴지는 음식의 맛이 뇌간에 있는 뇌세포를 자극해 위장에서 보내는 신호와 함께 음식 섭취를 줄이도록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카블리 기초 신경과학연구소 재커리 나이트 교수팀은 23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음식에 끌리게 만드는 바로 그 미각이 뇌 꼬리 뇌간에 있는 섭식행동 제어 회로를 작동시켜 음식 먹는 속도와 양을 제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나이트 교수는 "뇌간의 세포들이 입에서 나오는 신호와 훨씬 나중에, 장에서 나오는 신호를 사용해 먹는 속도와 양을 조절하는 구조를 발견했다. 이는 식사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며 "이는 위고비 같은 체중 감량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파블로프가 한 세기 전 음식의 시각, 후각, 미각이 소화 조절에 중요하다고 제안했고 1970년대와 1980년대 연구에서도 음식 맛이 식사 속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제안이 있었으나 이를 제어하는 뇌세포가 뇌간 깊숙이 있어 접근과 연구가 어려웠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그 결과 음식을 쥐의 위장에 직접 넣으면 PRLH 뉴런이 위장관에서 보내는 영양 신호에 의해 지속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입으로 음식을 먹을 때는 장에서 나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고, PRLH 뉴런은 활성화 반응이 크게 감소하면서 입에서 나오는 신호에 의해 제어되는 새로운 활동 패턴을 보였다.

 논문 제1 저자인 트루옹 리 연구원(박사과정)은 "뇌간 세포들이 맛에 대한 지각에 의해 활성화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며 "이는 식욕 조절 시스템에 포만감 외에도 다른 구성요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배가 고플 때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이 직관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뇌는 음식 맛을 두 가지 방식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맛있으니 더 먹어'라는 신호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천천히 먹지 않으면 탈이 날 거야'라는 신호도 된다는 것이다.

 나이트 교수는 "그 사이의 균형은 얼마나 빨리 먹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PRLH 뉴런의 활동이 쥐가 음식을 얼마나 맛있게 느끼는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면 식욕이 떨어지는 현상과 일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GCG 뉴런이 위장에서 보내는 신호에 반응하기 시작하는 데는 몇 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뉴런은 장에서 오는 신호에 의해 활성화돼 섭취한 음식의 양을 추적하고 수십 분 동안 포만감이 지속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트 교수는 "PRLH 뉴런과 GCG 뉴런은 한 세트로 음식에 대한 신호를 처리하는 구조를 형성한다"며 "하나는 미각을 사용해 먹는 속도를 늦추게 하고, 다른 하나는 '정말 많이 먹었어'라는 위장의 신호를 사용해 먹는 것을 멈추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먹었다'는 장의 신호에 대한 CGC 뉴런의 반응은 위고비 같은 약물에서 모방한 호르몬인 GLP-1을 분비하는 것"이라며 "이 연구를 통해 체중 감량 약물들이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Zachary Knight et al., 'Sequential appetite suppression by oral and visceral feedback to the brainstem',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7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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