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소장이식 성공 20년…환자·의료진 '눈물의 재회'

서울성모병원 국내 첫 소장 이식 성공 20주년 기념 심포지엄 개최

  "죽도 지금 한 공기씩 먹거든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아요."

 20년 전인 2004년 4월 28일 서울성모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소장 이식 수술이 성공했을 때 환자 이모(당시 56세)씨가 전한 소감이었다.

 이씨는 다른 질환으로 인해 소장과 대장 대부분을 잘라내고 정맥주사로 영양을 공급받으며 살아왔지만 합병증으로 남아 있던 장까지 막혀 이식 외에는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2일 병원 대강당에서 소장 이식 후 생존 20년을 맞은 이씨와 이씨의 수술을 집도한 이명덕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등이 모인 가운데 '국내 첫 소장이식 성공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20년 전 치료 과정을 함께했던 이 교수와 의료진은 환자의 건강을 기원하며 격려 인사를 건넸다.

  이씨는 "소장 이식 당시 사진을 보며 눈물이 났다"며 "감회가 새롭고, 의료진들을 다시 만나 진심으로 감사하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기를 바란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기념식에는 괴사성 장염으로 소장을 절제해 두 살 때 이식을 받은 김모 군도 참석했다. 김군의 보호자는 "소장 이식 수술 후 현재까지 수액주사 없이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며 건강히 지내고 있다"며 의료진에 감사를 표했다.

 스물한 살의 나이에 소장 이식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가, 전례가 없었던 뇌사자 소장 이식을 무사히 마치고 16년째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환자 한모 씨도 이날 기념식에 왔다.

 한씨는 이 교수에 대해 "지금까지도 환자가 소장 이식 수술 받았던 날을 잊지 않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따뜻한 의사 선생님"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소장이식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의료 선진국에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수술 때마다 걱정이 많았고, 단순히 소장을 이어줬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라 환자가 주사 끊고 밥 먹고 살 붙는걸 봐야 성공이라 할 수 있어서 회복되는 날까지 하루하루 마음을 같이 졸였었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이어 "(수술 성공은) 장기 이식과 관련된 모든 병원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보탠 결과라 생각하며, 난도가 높은 수술에 늘 긴장했지만 환자와 보호자분들이 어려운 과정을 잘 극복해 나가고 건강하게 생활하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병원에 따르면 최근 장 질환이 증가하면서 질병이나 수술, 외상으로 인해 소장을 잘라내며 생기는 '단장증후군'은 늘고 있다. 이들은 영양수액을 맞으며 생활하는데 감염이나 혈전 등으로 합병증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또 소장 이식 수술은 다른 장기에 비해 면역 거부반응이 강하고, 대변이라는 오염원에 노출돼 있어 감염 위험성이 높아 향후 패혈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성모병원은 "첫 소장 이식 성공 이후 이명덕 명예교수와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은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에 새 생명을 전해왔다. 현재까지 병원의 소장 이식 건수는 18건으로 국내 최다"라고 밝혔다.

 윤승규 서울성모병원장은 "의료진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곧 치료받은 환자들의 생명과 행복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병원은 고난도 중증 질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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