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아닌 PA 중심 병원?…의사는 반발, 간호사는 제도화 요구

정부 '전문인력 중심 병원' 한다지만 전문의 구인난에 병원 고심
간호계 "근거·보상 없이 업무 떠넘겨…법 제정해 지위 보장해야"
의사단체 "PA 제도화는 불법 무면허 의료 허용…국민건강 위협"

 정부가 '전문인력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선포했지만 전문의 구인난을 겪는 병원들에선 'PA(Physician Assistant·진료지원) 간호사 중심 병원'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반발이 나온다.

 간호사들은 병원과 정부가 법적 근거·보상 없이 업무를 떠넘겼다며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고, 의사들은 PA 제도화가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고 반발한다. 환자들은 환자들대로 급격한 제도 도입에 따른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 병원들 "'PA 중심 병원' 될 듯…제대로 된 의료개혁 맞나"

 1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수련병원 전공의 의존도를 낮춰 전문인력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원팀'으로 일하는 구조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상급종합병원들의 만성적인 전문의 구인난과 인건비를 고려하면 결국 PA 간호사가 대거 투입돼 전공의 업무의 상당수를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A 간호사는 수술 보조 등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하는 간호사를 일컫는 말로, 간호계에서는 '전담간호사'라는 말을 사용한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장 A씨는 "있던 전문의도 빠져나가는 추세인데 어디서 누구를 뽑아오나"라며 "말만 교수지 일은 훨씬 힘들고 페이는 바깥(개원가)의 반 이하다. '빅5' 병원 일부나 지방 전문의들을 좀 데리고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방 수련병원장 B씨는 "현재 일부 병원에서 (의사 대신) 당직으로 들어가는 PA 간호사들이 있다고 들었고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지금 당장 전공의 없이 뭘 하겠다고 하는 건 'PA를 대폭 늘려 (의사 업무하는 것을) 합법화시켜주겠다'는 말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다른 병원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전문의를 어디서 구하나. 전공의들이 안 돌아오면 전문간호사나 PA 간호사를 점점 확충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수련병원 관계자도 "전문의 인건비 등 문제로 지금 상황을 보면 병원들이 '전문의 중심' 병원이 아니라 'PA 중심' 병원으로 가는 것 같다"며 "제대로 된 의료개혁이 맞나 싶다"고 말했다.

 ◇ 간호사들 "근거·보상 없이 업무 떠넘겨…간호법 제정해야"

 간호사들은 병원과 정부가 법적 근거나 보상 없이 의사 부족으로 인한 업무를 PA 간호사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간호법을 제정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간호사들이 숙련도에 따라 응급환자 약물 투여, 수술 보조 등 일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C씨는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점점 투입되는 간호사도, 하는 업무도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병원에서 신규 일반 간호사를 설득, 압박해 PA로 보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범사업에선 3년 이상의 임상 경력 보유자에 한해서 일반 간호사를 PA로 전환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은 또 코로나19 때와 달리 위험 부담이 있는 근무나 추가 근무에 대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의 작년 조사에 따르면 전담간호사 역할을 하는 간호사들의 45%가량은 '보상이 전무하다'고 답했다.

 C씨는 "PA들이 필요할 때만 활용되고 나중에 업무 등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간호법 제정도 중요하고, PA의 지위를 보장하는 시행령을 세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의사들 "PA 법제화 국민건강 위협"…환자단체도 급격한 도입 우려

 여야가 각각 PA 법제화 내용을 담은 간호법안을 발의해 조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의사들은 "의사 고유 업무 침해이자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종용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의 지침에 대해 "검체 채취 등 인체 침습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어 국민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료기록·진단서 초안 작성 등을 허용한 데 대해서도 "당연히 의사의 업무이고 아직 이와 반대되는 판례가 없다"며 "간호인력의 업무 범위에 이를 넣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고 반발했다.

 의협은 "전문의 없는 '전문인력 중심 병원'은 헛소리"라며 "예비 전문의인 전공의 비율을 줄여 마치 비전문 인력인 것으로 호도하고, 간호사를 숙련된 전문 인력이라며 포장해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규탄했다.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추진되는 PA 법제화에 환자단체의 우려도 크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병원이 결국 의사보다 싼 인건비를 주고 전공의 대신 PA를 부려먹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정부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안은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너무 급하게 만들어졌다"며 "전공의가 수술실서 해왔던 업무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PA가 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논의한 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체계를 만들고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해 투입해야 하는데 PA로 들어오는 간호사들 경력은 들쭉날쭉하고 교육과정도 마련돼 있지 않아 환자 안전에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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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1일 수련 재개로 상당수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환자들은 환영의 뜻과 함께 기대감을 나타냈다. 1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의료대란' 당시와 다를 바 없이 북적였지만, 전공의처럼 보이는 의사 가운을 입은 청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어 차이가 있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환자의 개인정보 예방을 위해 병원 내 촬영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병원 곳곳에 비치된 채 의정 갈등 사태의 흔적으로 남은 가운데, 흰 가운의 젊은 의사들이 바쁜 발걸음을 재촉했다.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도 안정세를 찾은 분위기였다. 의료진은 각자 진료나 수술을 위해 바삐 걸음을 옮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다만 이들은 전공의 복귀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치는 등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환자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전공의 복귀를 환영하며 기대감과 안도감을 드러냈다. 서울대병원에서 아들의 신장 이식 수술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한 어머니는 "이식을 받기 위해 7월 초부터 입원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수술받을 사람이 많아서 대기 중인데 전공의가 복귀하면 더 빨라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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