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지켜본 아이들…트라우마 겪지 않게 하려면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 착륙하면서 179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한순간에 소중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의 정신적인 충격과 이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의료계는 재난 트라우마가 사고 직후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희생자 중 11명이 초중고생으로 확인되면서, 사고를 접한 또래 아이들의 트라우마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정윤희(40, 서울 양천구) 씨는 "동생 또래 애들도 하늘나라에 갔으니까 많이 격려해주고 좋은 기도를 해주고 오자고 아이한테 말해서 같이 오게 됐다.

 아이가 처음에는 TV를 가릴 정도로 무서워해서 이불 뒤집어쓰고 그랬는데, 엄마 아빠가 좋은 말을 계속 옆에서 해주니까 긍정적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윤정(40, 서울 강동구) 씨는 "학교에 가거나 하면 선생님들한테 (제주항공 참사 관련) 이야기를 듣고, 놀이터에서도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아이들한테 더는 그런 슬픈 뉴스가 나오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김계화(41, 경기 위례) 씨는 "아이들한테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까 또는 다른 일들을 할 때 생각이 조금 나지 않을까 생각은 든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아이들은 화면, 소리 등 외부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어렵기 때문에 트라우마에도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피해자와 같은 학교나 같은 지역에 있다든가 개인적인 연결고리에 있는 아이들은 심리적인 취약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기질적으로도 불안정성이 높았던 아이들의 경우에는 위험성이 훨씬 더 높아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라우마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데요.

 일반적으로는 긴장과 불안이 높아져 수면이나 식사 패턴이 변화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 트라우마 반응을 제대로 표출하기 어려워 겉으로 보기엔 평소와 별로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트라우마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취학 아동의 경우 화면이나 소리 등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반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자극에 노출되기 쉬운 연령대의 경우에는 이를 선별해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죠.

 이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배승민 교수는 "아이를 가장 잘 아는 부모가 관찰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누적되기 전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제일 잘 회복하는 방법으로 개입해서 도와줄 수 있는 것도 바로 부모"라고 말했습니다.

 학교 내에서 교사의 관찰도 중요합니다.

 배승민 교수는 "선생님의 경우 주변에서 평가하기 어려운 학습 변화를 관찰하는 게 필요하다.   또 교우 관계의 미묘한 변화 역시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트라우마는 사건 직후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노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심리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배승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의 회복과 연결감 그리고 지지감의 회복"이라면서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 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아이가 어려움을 계속 명백하게 보인다면 그때는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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