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질병은 삶의 일부…암 걸리지 않고 살아가는 게 기적"

암 전문의가 쓴 신간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아버지 목숨 앗아간 암 정복하러 종양내과 전문의 된 김범석 서울대 교수

 아버지가 폐암에 걸렸을 때, 소년은 절에서 1천80배를 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가빠질 정도로 매 순간 정성을 다해서 절을 했다. 그러나 염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쉰이라는 한창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 소년의 나이는 열일곱에 불과했다.

 

 가세는 순식간에 기울었고, 어머니는 해보지 않았던 식당 일에 나섰다. 대출이 이어지면서 갚아야 할 돈은 갈수록 늘어났다. 압류 위기와 빚을 갚으라는 독촉 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뿐이었다. 12시간씩 앉아 방석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공부했다. 꿈쩍도 하지 않았던 성적이 기적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서 그가 원하던 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사람은 왜 암으로 죽는가'라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그는 의대에 진학했다.

 

 바쁜 의대 생활을 경험한 후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건 전공의가 된 이후였다. 레지던트가 된 첫날 밤 그는 네 장의 사망진단서를 썼다. 그 묵직한 책임감 속에 "다시 어제의 인턴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가 목도한 죽음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소설에서 보듯, 사람은 시름시름 앓다가 천천히 가는 것이 아니었다. "죽음은 직선적이지 않았다. 임계점을 넘어가면 몸은 한순간에 꺾인다."

 

 열이 나면 호흡이 거칠어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과 폐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든다. 줄어든 혈류량만큼 심폐기능이 떨어진다. 그러면 다른 장기로 가야 하는 혈액의 흐름이 멈춘다. 뇌로도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의식이 희미해진다. 심장이 펌프질을 못 하니 온몸이 붓는다. 소변이 안 나오기 시작하고, 팔다리가 붓고 폐도 붓는다. 폐부종이 생기니 숨을 쉬어도 폐로 산소가 들어가지 않는다.

 

 이처럼 임계점을 넘으면 죽음의 속도는 등속도가 아니라 가속도로 변한다. 이쯤 되면 몸은 뒤죽박죽이 된다. 어디까지가 패혈증이고, 어디까지가 호흡부전이고, 어디까지가 저혈압성 쇼크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경계가 모호해지고 총체적 난국에 빠진다.

 

 "인간의 몸에는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더 이상 가역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흐름출판)는 서울대 암병원 종양내과 김범석 교수가 쓴 책이다. 암 치료의 역사와 함께 저자가 경험한 암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암에 대한 정보와 함께 암을 치료하는 수술, 방사선, 항암과 같은 표준치료법부터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최신 항암제 정보도 기술했다. 의학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암을 정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상세히 설명한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한쪽을 억누르면 내성이 있는 다른 세포가 자라고 그 세포를 억누르면 일부가 진화하며 또 다른 내성 세포가 생긴다. 암세포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나는 그에 맞는 무기를 투여하여 대응해 나간다. 그렇게 서로 장군멍군을 부른다."

 

 조절되지 않는 증식, 자궁으로의 침윤(浸潤), 면역 회피, 혈관 형성 등 태아의 특징이 암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부분은 흥미롭다. 생명이 움트는 과정과 죽음이 깃드는 과정이 같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암이란 생명과 죽음이 하나의 흐름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암과 싸우는 과정을 통해 "죽음과 질병이 삶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무수한 세포 분열 속에서 암에 걸리지 않고 살아가는 건 어쩌면 기적이라고 덧붙인다.

 

 "의사인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암에 걸리지 않은 것이 기적이다. 이렇게 세포가 빨리 분열하고 그 과정이 60년, 70년, 80년 지속되는데 그 항하사(恒河沙·무한히 많은 수량) 같은 숫자의 세포 중에서 암세포 한두 개 안 생긴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30억 개의 DNA 염기를 품은 30조 개의 세포들이 수십 년 동안 조화롭게 기능하며 우리 몸이 질서 있게 유지된다. 이 사실 자체가 놀랍고 경이롭기 그지없다. 우리는 이를 단순히 '살아 있다'고 표현하는데, 극도로 희박한 확률의 사건들이 매 순간 끊임없이 펼쳐지는 기적이다."

4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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