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세계인이 즐기는 한국 떡

 우리나라의 떡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음식이다.

 또한 한국 음식 문화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명절, 의례, 잔치에 꼭 있어야 하는 상징적 음식이기도 하다. 또한 종류와 맛, 조리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 한국의 떡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가치가 있다.

 전통 떡을 디저트로 발전시킨 떡카페는 국내는 물론 뉴욕, 캐나다, 일본에도 진출해 이제는 세계인이 즐긴다.

 서양에서는 떡이라는 개념이 한국처럼 명확하지 않았다.

 디저트 형태가 주를 이루고 밀가루를 쓰는 오븐 제빵이 서양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맛으로 보더라도 설탕과 버터를 주로 사용해 무겁고 진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떡은 쌀과 천연 재료를 써 소화가 잘되고 열량이 낮은 건강식이다.

 최근에는 떡의 질감도 쫀득한 맛과 폭신폭신한 맛, 부드러운 식감 등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약선에서는 떡의 기본이 되는 쌀을 맛은 달고 편평한 성질로 본다.

 주로 인체의 비장과 위로 들어간다.

 쌀은 탄수화물이 풍부해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소화가 잘되는 편이다.

 항산화 성분인 오리자놀과 비타민 B군이 포함돼 피부 건강을 개선하고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

 섬유질과 미네랄은 혈압을 조절하고 심혈관 건강을 증진하는 효능도 있다.

 필자가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시루떡을 만들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가 재료를 준비하며 어린 필자가 그것을 받아내 조리 과정을 도왔던 기억은 아름다운 합 주 같았다.

 어머니는 밤새 불린 쌀을 건진 다음 소금 간을 하고 동네 어귀에 있던 디딜방앗간으로 향하곤 했다.

 커다란 새총 모양의 디딜방아 위에 발을 올리면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엄마 손을 보며 발을 디뎌야 다치지 않는다."

 그 말씀대로 조심스레 발을 맞추면 어머니는 살짝 미소를 띠며 "그래, 잘한다.

 우리 아들 참 잘하네" 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방앗간에서 빻아낸 쌀가루는 체에 내려서 고운 가루를 만들었다.

 여기에 볶은 콩과 살짝 데쳐 말린 솔잎을 더해 다시 디딜방아에 빻으면 고소한 향이 방앗간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쌀가루와 콩가루, 솔잎은 어머니의 손끝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니는 물에 단맛이 나는 신화당을 풀어 쌀가루 위에 뿌리고 다시 한번 체에 내렸다.

 손으로 살살 섞어가며 쌀가루가 손끝에서 뭉쳐질 만큼의 적당한 상태가 되면 이제 떡을 찔 준비가 됐다.

 작은 가마솥에 물을 붓고 떡 시루를 올린 뒤 어머니는 가마솥에 불을 지피셨다.

 물이 끓어오르면 삼베 보자기를 깔고 쌀가루를 먹기 좋은 두께로 솔솔 고르게 뿌린다.

 그 위에 콩가루와 솔잎이 섞인 혼합물을 얇게 뿌려 층층이 쌓아 올리고 깊숙이 칼금을 넣는다.   시루와 가마솥 사이의 틈은 쌀가루 반죽으로 메워 수증기가 새지 않도록 단단히 막았다.

  이윽고 가마솥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부엌은 은은한 솔향으로 가득 찼다.

 떡이 완성되면, 어머니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시루를 뒤집어 백설기를 꺼내셨다.

 드러난 눈부신 흰 떡은 마치 새하얀 눈이 쌓인 겨울 아침 같았다.

 어머니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 한 조각을 잘라 건네주시던 솔 향기 어린 백설기의 맛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 떡 한 조각에 담긴 따스함과 정성,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은 지금도 마음속에 소중히 자리하고 있다.

 어린 시절, 디딜방아와 작은 가마솥에서 시작된 그 순간은 필자의 삶에서 가장 풍요롭고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손자병법 군쟁(軍爭)의 장은 전쟁에서 적과의 경쟁과 교전 과정에 필요한 전략적 움직임, 시간과 지형의 활용, 적을 기만하는 전술 등을 다뤘다.

 우리나라 떡과 비교해 떡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쓰임새, 그리고 조화로운 구성을 연결해봤다.

 먼저,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시간을 지배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손자는 군쟁에서 유리한 지형과 적절한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떡의 조리 과정에서도 타이밍과 열의 활용이 중요하다.

 예로 시루떡은 찌는 시간이 짧거나 길면 떡의 조직이 무너질 수 있다.

 떡을 만드는 환경(시루나 불의 온도, 수분 조절)은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찹쌀떡(인절미)은 찹쌀을 적절히 찌고 타이밍에 맞춰 치대는 과정에서 떡의 질감이 결정된다.

 손자가 적합한 지형을 점령해 승기를 잡으라는 원칙과 비슷하다.

 손자는 적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이라고 했다. 적을 혼란스럽게 하고 기만을 통해 승리를 얻는 전략이다.

 한국 떡의 다채로운 종류와 조리법은 지역적, 계절적 환경에 따라 최적화된다.

 송편은 쌀가루 반죽에 깨, 팥, 밤 등 다양한 속을 넣어 만든 떡이다.

 지역과 기호에 따라 속 재료가 달라진다. 손자가 항상 강조하던 유연하고 창의적인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무지개떡은 단순한 떡처럼 보이지만 층층이 색을 쌓는 과정에서 기술적 숙련과 예술적 창의성이 발휘된다.

 손자가 말한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한 전략'과 같다.

 적의 자원을 소진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라는 손자의 가르침이 있다.

 전쟁에서 자원의 절약과 적의 약점을 파악해 활용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떡이야말로 재료의 효율적 사용이 가장 중요한 음식이다.

 백설기는 단순한 재료 중 하나인 멥쌀로 만들지만, 의례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

 단순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는 손자의 철학과 일치한다.

 때로는 백설기에 팥, 깨, 대추, 견과류 등 다양한 재료가 쓰이지만, 이것은 약이 되게 한 합리적인 배합이다.

 손자는 또 기만과 변화를 활용하라고 했다.

 변화무쌍한 전략과 기만의 중요성이다.

 떡의 형태와 맛은 조리 방법과 재료의 조합에 따라 다양하게 변한다.

 천연 재료(쑥, 치자, 백년초 등)를 활용해 떡에 색을 입히거나 설탕 대신 꿀을 섞어 건강한 단맛을 더하는 등 계절과 건강에 따른 변화를 보여준다.

 빠른 결단과 유연성은 손자가 꼽은 군쟁에 필요한 대처 능력이다.

 떡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상황에 맞게 조리법을 조정해야 한다.

 송편의 반죽이 너무 질거나 되면 재료의 비율을 즉시 조정해야 모양과 맛을 살릴 수 있다.

 떡 제작이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유연성과 빠른 결단을 요구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략적 접근은 손자의 철학과 한국 떡의 공통점이다.

 손자는 상황에 따라 전략을 유연하게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떡의 조리 과정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재료의 조합과 조리법은 계절, 행사,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떡을 만드는 과정도 단순한 음식 준비가 아니라 전략적 사고와 세심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군쟁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의 떡 문화는 아주 오래됐다.

 청동기시대 유적인 나진 초도패총에서 양쪽에 손잡이가 달리고 바닥에 구멍이 여러 개 난 시루가 출토됐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떡은 시루의 역사와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곡물의 가루로 찐 시루떡이나 쌀을 찐 다음 절구에 쳐서 만든 인절미, 절편 등을 만들어 먹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또한 삼국시대의 다른 여러 고분에서도 시루가 출토됐다.

 삼국유사 등의 문헌에도 떡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삼국유사 중 '가락국기'(駕洛國記)에 제향을 모실 때 차림 음식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조정의 뜻을 받들어 세시마다 떡, 술 등 여러 가지를 갖춰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발해 사람도 시루떡을 해 먹었음이 '발해국지장편'(渤海國志張篇)에 나와 있다.

 조선시대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석탄병'(惜呑餠)이라는 음식이 눈길을 끈다.

 설명은 '맛이 차마 삼키기 안타까운 고로 석탄병이라 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석탄병은 감설기 떡으로 멥쌀가루에 감가루, 설탕, 밤, 대추, 잣, 꿀, 녹두, 감, 계피, 귤을 섞어 찐 시루떡이다.

 이후 떡은 궁중과 반가를 중심으로 더욱 사치스럽게 발전했다.

 특히 궁중에서는 각색 메시루떡, 각색 차 시루떡 등을 높게 고여 연회에 썼다.

 조선시대 음식 관련 조리서에 등장하는 떡의 종류만 해도 무려 200여 가지에 이르고 떡을 만드는 데 사용된 재료의 가짓수도 100여개나 된다.

 그중 설날에 떡국을 끓여 먹는 풍습도 특별히 의미가 있다. '조선상식'에 나와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흰색의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함으로써 천지 만물의 신생을 의미한다고 했다.

 떡가래의 모양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시루에 찐 떡을 길게 늘여 가래로 뽑는 것에는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축복의 의미가 담겨 있다.

 가래떡을 둥글게 써는 이유는 태양과 같이 새해가 밝게 빛나며 무사 안녕하기를 바라는 기원이 담겨 있다.

 최근에는 꿀떡에 우유를 부어 먹는 '꿀떡 시리얼', '오!그래놀라', '떡까페' 등 한국의 어른 입맛'으로 통하던 떡이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K-ricecake Tteok'으로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아울러 해외 인플루언서가 다양한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관심도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그야말로 K-푸드에 신흥 강자로 등극하고 있는 한국 떡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

 ▲ 한국약선요리 창시자. ▲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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