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가 하루 5명 환자도 안 보는 보건지소 64%…배치 부적절"

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정보공개 청구로 보건지소 진료실적 공개
"지자체들, 민원 두려워 '값싼' 공보의 불필요하게 배치"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이 배치되는 전국 보건지소 10곳 중 6곳은 하루에 5명도 안 되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의 보건지소는 하루 평균 1명의 환자도 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불필요한 지역에까지 공보의를 파견함으로써 의료 인력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2023년 한 해 보건지소 의과 진료실적에 따르면 서울과 주요 도시, 그리고 진료 건수가 0건인 곳을 제외했을 때 전국 보건지소 1천228곳 중 791곳(64.4%)에서는 일평균 5명 이하의 환자를 진료했다.

 일평균 3명 이하의 환자를 보는 곳은 524곳(42.7%)이었고, 일평균 1명의 환자를 채 보지 않는 곳도 170곳(13.8%)이나 됐다.

 또 대공협이 지난해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기준 서울 및 주요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보건지소 1천275곳 중 반경 1㎞ 내 민간 병의원이 있는 보건지소는 총 526곳(41.3%)이었다.

 기준을 반경 4㎞까지 확대할 경우 전체의 64%인 818곳의 보건지소 인근에 최소한 한 개 이상의 민간 병의원이 있었다.

 이성환 대공협 회장은 연합뉴스에 "필요성이 떨어지는 보건지소까지 공보의가 배치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교도소나 노숙인 진료소 등 실제 공보의가 필요한 곳에서는 공보의가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공보의 320명을 대상으로 한 대공협 자체 설문 결과, 응답자의 58%는 보건의료기관 내 자신의 배치가 합당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민간 의료기관과의 기능 중복'(54.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공보의와 민간 의료기관의 협력 방안을 물었을 때는 '민간 의료기관 주변 공중보건의 미배치(축소)'가 67.3%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대공협은 보건지소 내 불필요한 공보의 배치의 요인으로 지역사회의 민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두려움을 꼽았다.

 지역 내 민원에 따라 공보의를 배치하게 돼 적재적소의 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대공협은 각 지자체가 민간 의사를 채용할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값싼' 공보의에만 의존한다고도 비판했다.

 일례로 전북 부안군의 경우 공보의 20명(의과·치과·한방)을 1년간 고용하는 데 고작 2억1천600만원만 소요된다.

 1인당 연간 1천80만원으로, 한 달에 90만원꼴이다.

 이 회장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기본급에 진료 장려금, 소정의 여비 등만 부담하면 돼 민간 의사 채용 없이 공보의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 공백은 중증·응급환자들이 제때 의료기관에 도달하지 못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건데, 현 상황에서는 보건소 단위에서의 의료 공백은 없다고 본다"며 "보건지소가 있는 지역에서는 이동 수단만 제대로 확보되면 응급 환자 이송이 쉬워지는데, 지자체는 민원이 두렵고, 지출은 하기 싫은 탓에 불필요한 곳까지 공보의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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