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검사는 '양날의 검'…소아엔 백혈병 위험 '빨간불'

0∼19세 두부 외상 소아 241만명 CT 촬영 분석…"암 발생 위험 29% 높아"
전문가 "노후장비의 방사선 선량 관리 문제인 듯…'위험-이익' 잘 따져야"

 컴퓨터 단층촬영(CT)은 의료기관에서 널리 시행되는 영상 검사 중 하나다.

 일반 X-선 영상과 달리 다양한 각도에서 X-선을 투과시킨 후 흡수 정도의 차이를 컴퓨터로 재구성해 3차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뼈, 혈관, 연부 조직 등 인체 내부 구조를 더욱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빈번한 CT 촬영은 암 위험 증가와 관련 있는 수준의 방사선에 환자를 노출할 수 있다.

 과도한 방사선 노출이 세포 유전자(DNA)에 손상을 일으켜 장기적으로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소아는 성인보다 활발한 세포 분열, 긴 잔여 수명, 작은 체구 등의 생리학적 특성 때문에 CT 검사에 따른 방사선 노출에 더 취약한 게 그 이유로 거론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개최한 미디어아카데미에 나와 "흉부 CT 촬영은 방사선 피폭량이 X-선의 최대 33배에 달하는데도, 폐렴 진단 과정 중 어린이 대상 CT 검사 비율이 늘었다"면서 CT 검사의 남용 현상을 짚었다.

 마침 국내에서는 머리에 경미한 외상을 입은 소아 및 청소년에게 시행한 CT 검사가 오히려 발암 위험성을 높였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연구팀은 지난해 유럽영상의학회 공식 학술지(European rad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머리 부위에 경미한 외상을 입은 0∼19세(중앙값 7세) 환자 241만1천715명을 CT 노출군(21만6천826명)과 비노출군(219만4천889명)으로 나눠 백혈병 등의 혈액학적 악성 신생물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CT 방사선의 발암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다른 이유로 암 발생 위험이 높거나 과거 의료 방사선 노출이 과다한 소아·청소년 환자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관찰 기간의 중앙값은 6.5년이었다.

 분석 결과 CT 노출군의 악성 신생물 발생률은 CT 비노출군보다 29% 더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신생물의 개수도 CT 노출군이 CT 비노출군보다 10만 인년(人年) 당 평균 1.71개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년은 개인별로 서로 다른 관찰 기간을 합한 개념으로, 단순한 비율보다 시간적 차원을 더 잘 반영한 수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CT 방사선의 발암 영향은 일찍 나타났으며, CT 노출 후 약 6년까지 CT 방사선에 기인하는 혈액학적 악성 종양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소아 환자에게 CT 사용을 주저하게 만들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출혈과 같은 외상성 손상의 진단 지연을 초래할 수 있는 CT의 과소 사용은 불필요한 검사를 초래하는 CT의 과다 사용만큼이나 문제가 된다"면서 "머리에 경미한 외상을 입은 소아 환자에게 CT를 올바르게 선택 사용하기 위한 지침과 시스템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연구 결과의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 방사선 분야 권위자인 서울의대 핵의학교실 강건욱 교수는 "논문에 발표된 세부 분석 데이터를 보면 CT 방사선의 발암 가능성은 백혈병에서만 그 연관성이 확인됐고, 이런 위험은 과거 방사선 선량 관리가 미흡한 노후 장비로 검사를 받았던 특정 환자 그룹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CT 검사에 따른 백혈병 위험보다는 노후화된 기기 사용 등으로 인한 일부 병원의 불량한 방사선 선량 관리가 더 큰 문제로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의료방사선을 이용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적정 방사선량 기준(진단참고수준)을 마련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적정 방사선량 값을 제시함으로써 의료방사선을 이용한 촬영이나 시술 시 환자의 방사선 피폭량을 낮추기 위함이다.

 질병청은 환자들이 받는 피폭선량 분포 중 75% 수준을 적정값으로 설정·권고했다.

 의료 분쟁과 관련한 일부 법원 판결이 오히려 CT 검사의 남용과 방사선 노출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응급내시경 시술 후 발생한 환자 사망 사건의 법원 판결에서 내시경 시술 전 금식 여부를 구두로만 확인하고 X-선 검사나 CT로 금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의사의 과실로 인정된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한영상의학회는 성명서에서 "어떤 진료 지침에서도 X-선 검사나 CT가 금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필수 검사로 권고된 바 없다"면서 "이 판결은 방사선을 사용하는 X-선 검사나 CT의 남용을 부추기고 우리 국민들의 방사선 노출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회장(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은 "건강검진 시 CT 검사의 과도한 사용이나 반복 검사 등 '불필요한 검사 줄이기'는 학회의 중점 사업"이라며 "다만 CT 검사는 위험과 이익을 꼼꼼히 따져 이익이 더 큰 경우라면 꼭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의학회 등 "전공의 조속히 복귀해달라…입영 연기 긴밀히 협의"
대한의학회와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은 사직 전공의들에게 조속한 복귀를 요청하며 미필 전공의들의 입영 연기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의학회와 수련병원협의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5개 단체는 20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전공의 5월 추가모집 조치를 환영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보건복지부는 이들 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수련병원별로 사직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모집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의학회 등은 입장문에서 "전공의 수련 중단은 개개인의 경력 단절을 넘어 국민 건강과 의료의 지속가능성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회적 과제"라며 "5월 특별모집은 의료인력 양성 체계 복원과 의료현장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이들은 그러면서 입대 문제 등 전공의 복귀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군미필 전공의가 복귀할 경우 수련을 완료한 후 병역을 이행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군의관·공중보건의로 복무 중인 사직 전공의에 대해서는 병역 의무 종료 후 기존 수련병원으로 복귀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직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
옆구리 찌릿! 혹시 요로결석?…AI가 CT영상 분석해 찾아낸다
인공지능(AI)이 의료 분야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만으로 요로결석 진단을 돕는 AI 기술이 정부로부터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3년간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길이 열렸다. 정부가 특정 의료기술을 혁신의료기술로 지정하는 이유는 당장 임상적 필요성은 있지만 아직 연구 데이터가 부족한 새로운 기술에 대해 일정 기간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근거를 쌓을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 AI, 비조영 CT 영상 속 요로결석 '콕' 집어낸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비조영 CT 영상을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요로결석 진단 보조 기술'을 새로운 혁신의료기술로 최근 고시했다. 이 기술은 조영제 투여 없이 촬영한 복부 CT 영상을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요로결석이 의심되는 부위의 유무, 크기, 위치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AI가 먼저 CT 영상을 샅샅이 훑어보고 '이곳에 이만한 크기의 결석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표시해주는 것이다. 이는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는 영상의학과나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진단 과정을 보조해 판독 정확도를 높이고 시간을 단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