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 '냉방병', 한국엔 있고 미국엔 없다?

진단명 아니지만 두통·근육통 증상…"적정 온도차 유지하고 면역력 높여야"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에어컨은 24시간 가동이 필요한 '생존템'이 됐다. 

 하지만 에어컨을 너무 믿었다가는 '냉방병'이라는 복병을 만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무더위를 피하려던 냉방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냉방병?…"정확한 진단명 아니어도 증상은 있어"

 냉방병은 말 그대로 에어컨으로 과도하게 냉각된 실내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신체 이상을 의미한다.

 두통, 근육통, 소화불량, 기침, 권태감 등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이정아 교수는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 차가 5도 이상 벌어질 때 자율신경계가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며 "특히 냉방으로 인한 실내 습도 저하가 호흡기 점막을 건조하게 해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냉방병이 의학적인 진단명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냉방병(cold-related illness)이라는 질환 자체가 없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여름철 건강 문제로 온열질환(Heat-related illness)은 경고하지만, 에어컨 관련 증상은 별도 질환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메이요클리닉 등의 의료기관에서도 에어컨 환경과 관련된 문제를 명시적인 질병 대신에 '증상군'(symptom complex) 또는 '병든 건물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 등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건물의 실내가 과도하게 건조하면 건조성 결막염, 피부건조, 코점막 자극 등이 나타나고, 찬 공기에 자주 노출되면 냉기 유발성 근육통, 혈관 수축에 따른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질병을 바라보는 문화적 차이로도 해석된다.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는 환경 변화에 따른 자율신경계 반응에 민감하게 접근하는 반면, 미국과 유럽은 명확한 병리 메커니즘이 없는 경우 '비특이적 증상'(non-specific symptoms)으로 간주하고 각각의 개별 증상으로만 관리하기 때문이다.

 ◇ 외부와 실내 온도차 5도 이하 권장…과도한 냉음료 섭취도 주의

 그렇다고 과도한 냉방에 의한 건강 이상을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냉방병 증상을 오래 방치하면 심한 경우 폐렴까지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냉방병을 피하는 첫걸음은 '온도차 조절'이다. 외부와 실내 온도가 5도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인 경우 실내 온도는 여름철 적정 기준인 24∼27도를 지키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환기다.

 무더위를 막기 위해 창문을 닫고 에어컨만 틀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수록 실내 유해 물질은 더 많이 쌓이게 마련이다.

 페인트, 가구, 복사기 등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먼지는 환기를 통해서만 빠져나간다.

 창문을 열 수 없는 고층 건물이라면 중앙 환기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냉방기 자체의 세균 오염도 주의가 필요하다. 대형 냉방기의 냉각수에서 번식하는 레지오넬라균이 공기 중으로 퍼져 감염을 일으키는 '레지오넬라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레지오넬라균 감염을 예방하려면 최소 2주에 한 번은 에어컨 필터를 점검해 세균이나 곰팡이 번식을 막아야 한다.

 이 교수는 "덥다고 해서 냉음료나 찬 음식만 찾게 되면 위장 기능이 약화하기 쉬워 냉방병에 더 잘 걸릴 수 있다"며 "오히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얇은 긴팔 옷으로 체온을 조절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냉방병 예방, 면역력이 핵심…"실내에서라도 운동 꾸준히 해야"

 이미 냉방병 증상이 나타났다면, 무리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며 체온 유지를 우선해야 한다. 실내 온도를 조금 높이고 수분을 보충하면 대부분은 수일 내 호전된다. 필요에 따라 두통, 근육통 등 증상에 맞는 대증치료 약물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38도 이상의 고열, 지속되는 기침, 심한 근육통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 냉방병이 아닐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고열과 기침 등의 증상을 냉방병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냉방병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결국 면역력 관리다.

 과로나 수면 부족, 불규칙한 생활은 자율신경계를 무너뜨려 냉방병을 더 쉽게 유발한다. 더위에 지치더라도 실내 스트레칭이나 짧은 산책 등을 꾸준히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냉방 온도가 낮은 쇼핑몰이나 식당에 갈 때는 겉옷을 준비하는 것도 요령이다.

 이 교수는 "여름철 냉방병은 단순한 불편함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방치하면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따금 에어컨 바람을 줄이고 창문을 활짝 열어 바깥 공기를 들이는 작은 실천이 건강한 여름나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
"무릎 위 절단 환자, 자연스럽게 걷게하는 생체공학 의족 개발"
무릎 위를 절단한 환자의 근육과 뼈조직에 직접 연결해 사용자가 움직임을 더 정밀하게 조절하면서 기존 의족보다 더 빠르게 걷고 계단을 오르며 장애물도 피할 수 있게 돕는 새로운 생체공학 의족이 개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휴 허(Hugh Herr) 교수팀은 12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무릎 위 절단 부위의 뼈조직과 신경에 연결한 생체공학 의족으로 자연스러운 다리 움직임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뼈에 고정되고 자기 신경계로 직접 제어하는 조직통합형 의족은 단순히 생명 없는 분리된 장치가 아니라 인간 생리에 정교하게 통합된 시스템으로 더 높은 수준의 체화감을 준다"며 "이는 단순히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환자 몸의 일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난 수년간 절단 후 남은 근육에서 신경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이용해 움직임을 제어하는 새로운 의족을 개발해 왔다. 지난해에는 무릎 아래 절단 환자에게 이를 적용, 기존 의족보다 더 빠르게 걷고 장애물을 더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전통적인 절단 수술에서는 보통 번갈아 가며 늘어나고 수축하는 근육 쌍이 절단되는데, 이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