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모 아기' 8명 건강히 성장중…희소유전질환 퇴치 청신호

미토콘드리아 질환 모계 유전차단 추적
체외수정 기술…2016년 미국 의료진이 멕시코서 첫 성공

 중증 희소질환의 모계 유전을 차단하는 의학적 시술로 영국에서 아기 여러 명이 태어나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학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을 통해 고됐다.

 NEJM는 최근 뉴캐슬대 등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2편과 학술지 자체 사설 1편을 게재해 영국에서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MDT) 혹은 '미토콘드리아 치환술'(MRT)로 불리는 의학 시술로 남아 4명과 여아 4명이 출생한 사례를 보고했다.

 MDT는 미토콘드리아 변이에 따른 질환을 차단하기 위한 의학적 시술로, 체외수정(IVF)과 결합해서 시술된다.

 세포핵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에도 자체적 유전자가 있다.

 다만 세포핵 유전자는 아이가 부모 양측으로부터 각각 절반씩 물려받는 것과 달리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어머니로부터만 물려받는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세포의 에너지 활용에 문제가 생겨 어릴 때부터 뇌, 심장, 근육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각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중증 희소질환 모계 유전 차단하는 '전핵이식'(PNT) 기술

 영국의 경우 이런 질환에 시달리는 인구가 약 5천명에 1명 꼴이다.

 이런 중증 희소 질환의 모계 유전을 차단하려는 시술이 MDT다.

 이는 IVF를 하려는 여성(이하 엄마1로 표시)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분석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 이 여성이 아닌 다른 여성(이하 엄마2로 표시)이 제공한 난자를 이용해 미토콘드리아를 치환(바꿔치기)하는 것이다.

 실제 MDT 시술에서는 수정과 미토콘드리아 치환이 언제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대체로 2개 방식 중 하나가 쓰이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치환 후에 수정이 이뤄지는 것이 '모체 방추체 이식'(MST·maternal spindle transfer) 방식이다.

 기증받은 엄마2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세포질만 남겨두고 여기에 엄마1의 난자 핵을 심은 후, 이를 아빠가 될 남성의 정자와 수정시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수정 후에 미토콘드리아 치환이 이뤄지는 것이 '전핵이식'(PNT·pronuclear transfer) 방식이다.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로 만들어진 배아

 엄마1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를 수정시킨 '수정란1'과, 엄마2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를 수정시킨 '수정란2'를 각각 만들고, 핵이식을 통해 수정란1의 핵 부분과 수정란2의 세포질 부분을 결합하는 것이다.

 MST든 PNT든 시술이 성공하면, 세포핵 유전자는 아빠로부터 절반, 엄마1로부터 절반을 받고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엄마2로부터 받은 아기가 태어나게 된다.

 이런 아기는 부모가 아빠, 엄마1, 엄마2 등 도합 3명인 '3부모 아기'인 셈이며, 이 중 엄마1과 엄마2 양쪽 모두가 '유전적 생모'가 된다.

 영국은 2015년 입법을 통해 세계 최초로 MDT를 합법화했다.

 다만 MDT로 아기가 태어난 세계 첫 사례는 영국이 아니라 멕시코에서 이뤄졌다.

 2016년 4월 요르단 출신 부모 사이에서 미국 의료진의 MST 방식 시술로 멕시코에서 출생한 건강한 남아였으며, 같은 해 9월 발표가 나왔다.

 당시 시술이 멕시코에서 이뤄진 이유는 미국에서 이런 시술이 합법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사례들이 영국에서도 처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보건당국은 2023년 5월 발표에서 같은 해 4월말까지 영국에서 MDT 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기의 수가 "5명 미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NEJM에 발표된 논문에 보고된 MDT 출생아 8명은 출생 당시 건강에 이상이 없었으며, 성장단계상 정상 발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중 5명은 만 1세 미만, 일란성 쌍생아인 2명은 만 1세와 2세 사이이며, 나머지 1명은 2세 이상이다.

 일부는 태어난 후 비교적 가벼운 질환을 앓았으나 모두 치료나 자연치유 등으로 나아 지금은 모두 건강한 상태다.

 이 중 아기 1명은 요로감염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다른 아기 1명은 근육경련이 발생했으나 저절로 나았다.

 임신 중 고지혈증을 앓은 산모로부터 태어난 또다른 아기 1명은 고지혈증과 부정맥이 있어서 치료를 받았다.

 유전자 검사 결과 이 아기들은 질환을 유발하는 변이 미토콘드리아가 체내에 아예 없거나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을 일으키지는 않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체내에서 변이 미토콘드리아가 발견되는 것은 시술 과정에서 엄마1의 미토콘드리아가 일부 남겨졌기 때문으로 추정되며, 그런 면에서 시술 과정에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MDT 시술이 원래 목적인 유전병 차단이 아니라 난임 치료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임 치료 목적으로 MST 방식 MDT 시술이 성공해 아기가 태어난 사례는 2019년 4월 그리스에서 그리스와 스페인 연구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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