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일까, 과장일까…'도움 되는 암 보도' 구별 요령

국립암센터·대한암학회 "'암 보도 권고 가이드라인' 올바른 기사 작성·판단 도움"

 1998년 5월 뉴욕타임스 1면에는 'Hope in an Expanding Effort to Attack Cancer'(커지는 암 정복 노력 속에서 엿보이는 희망)라는 제목의 머리기사가 실렸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개발한 두 가지 단백질 약물이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신생혈관을 차단해 종양을 굶겨 죽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기사는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암 정복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기대를 키웠다.

 특히 DNA 이중나선을 공동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 박사가 "2년 안에 암이 정복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암 환자와 가족들의 희망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의학계의 거센 항의 끝에 뉴욕타임스는 공식 사과문을 내야 했다.

 세계 최고 영향력을 가진 언론사조차도 건강 보도에서 한순간의 과장이 얼마나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리고 27년이 지난 지금, 우리 언론 역시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일부 암 관련 보도 중에는 '기적', '완치' 등의 선정적 표현이 과도하게 쓰이거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이 효과적인 암 치료법인 양 오도되고 있다.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불필요한 희망과 혼란을 주는 보도 관행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이 때문에 암 환자와 가족들은 믿을 수 있는 암 보도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는 "의사의 한마디보다 언론 기사의 한 줄이 암 환자와 가족에게 더 큰 영향을 주는 경우도 상당하다"면서 "특히 당장이라도 새로운 약품이나 의료기술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오해를 주거나, 특정 환자의 치료 사례를 일반화하는 보도는 환자들에게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국내 처음으로 마련한 '암 보도 권고 가이드라인(초안)'은 기자들의 기사 작성뿐만 아니라 암 환자와 가족들이 올바른 기사를 선별하는 데 있어 참고할만하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가이드라인은 먼저 '근거 중심 보도'를 암 관련 기사의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와 "사람에서 효과가 입증됐다"는 전혀 다른 만큼 기사에 연구 단계를 명시하고, 연구의 규모와 논문 게재 여부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만약 이런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보도를 접할 경우 신뢰도를 의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가이드라인은 '치료법·신약 보도의 균형성 유지'를 강조했다. 새 치료법이나 신약 관련 기사에는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 한계, 비용, 승인 여부까지 함께 언급함으로써 환자들이 과도한 기대감보다는 균형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밖에 특정 환자의 사례가 일반화됐는지, 통계와 위험도 표현이 정확한지, 기사 속 전문가가 다른 이해관계는 없는 것인지, 민간요법 보도에 '의학적 경고'가 있는지, 암 관련 제도와 정책이 정부나 기업 홍보에 치우치지 않고 환자 입장에서 쓰였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도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독자들이 주목할 부분이다.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은 "환자와 국민이 새롭게 마련된 암 보도 권고 가이드라인의 존재를 알고 이를 토대로 보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의료인들 역시 가이드라인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암은 사망원인 1위다. 전체 사망자의 4명 중 1명이 암으로 숨지고, 암을 치료 중이거나 경험한 사람은 258만명에 이른다.

 국민 20명당 1명이 암 환자인 셈이다. 매년 새로 암 진단을 받는 환자만 28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암은 모든 국민의 삶과 직결된 질병이기에, 환자와 가족들은 언론 보도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암 보도는 반드시 환자 중심이어야 하며, 과장이 아닌 균형 잡힌 정보 전달이 핵심이다.

 유럽의 ESO(European School of Oncology)와 미국의 헬스케어저널리스트협회(Association of Health Care Journalists)가 오래전부터 이런 원칙들을 가이드라인으로 정리하고, 암 보도에서 생길 수 있는 과장과 희망 고문을 줄이는 노력을 제도화한 것도 이런 이유다.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정착하려면 오랜 시간 동안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대한암학회, 국립암센터, 환자단체 등 여러 관련 기관이 함께 노력해 가이드라인을 실질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암 보도 환경이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치명률 최대 75% 니파바이러스…"해당국 방문시 철저 주의"
질병관리청은 인도 등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지역 방문자는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30일 밝혔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치명률이 40∼75%로 높고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위험한 질병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9월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국내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의 주된 감염 경로는 과일박쥐, 돼지 등 감염병 동물과 접촉하거나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환자의 체액과 밀접히 접촉할 때는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감염 초기에는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나고 현기증, 졸음, 의식 저하 등 신경계 증상도 나타난다. 이후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 동물 접촉 주의 ▲ 생 대추야자수액 섭취 금지 ▲ 아픈 사람과 접촉 피하기 ▲ 손 씻기 ▲ 오염된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 등을 예방 수칙으로 제시했다. 질병청은 발생 동향과 위험 평가를 반영해 지난해 9월부터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검역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국가로 출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감염병 예방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입국 시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건강 상태를 검역관에게 알려야 하고, 일선 의료기관은 관련 의심 증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인간의 수명은 타고난다?…"유전적 요인 영향 최대 55%"
사고나 감염병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망의 영향을 제거할 경우 유전적 요인이 사람의 자연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 5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 우리 알론 교수팀은 30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수학적 모델과 인간 사망률 시뮬레이션, 대규모 쌍둥이 코호트 자료 등을 활용해 유전 등 내인성 사인과 사고 등 외인성 사인을 분리해 분석한 결과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수명 결정에서 약 50~55%를 차 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외부 원인에 의한 사망을 적절히 보정하고 나면 인간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기여는 약 55%까지 급격히 증가한다며 유전적 요인의 영향에 관한 기존 연구 추정치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간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규명하는 것은 노화 연구의 핵심 질문이지만 장수에 대한 유전적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수명과 관련된 일부 유전자가 확인되기는 했지만, 질병이나 생활환경 같은 외부 환경 요인은 개인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며,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가리거나 혼동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