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화학물질·미세먼지에서 살아남기

◇ 백해무익 미세먼지

이번 칼럼에서는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의하면 매년 전 세계에서 70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망원인 1위가 암이지만 인도에서는 사망원인 1위가 미세 먼지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3년에 50만 명이 미세먼지 때문에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엄청난 인구가 미세먼지에 의해 희생되고 있고, 특히 심혈관계질환은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문제는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나라는 대개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없었다. 수치가 높은 나라는 미세먼지 말고도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급급한 경우가 많거나, 혹은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들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미세먼지와 건강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 그런데도 미세먼지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찾아봤다. 우선 노인사망률이 증가한다.

 

미세먼지가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다음으로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에 무척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앙아시아 아랄해에서는 공해물질이 축적됐다가 건기에 미세먼지로 날아와 큰 피해를 주는데, 아랄해 근처의 투르크메니스탄 어린이들은 폐활량 등 폐 기능이 유럽 어린이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의 한 대학병원이 1천700여 명의 아동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지역 출신 아이들은 타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보다 폐 기능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어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를 '조용한 살인자'라고 부른다.

미세먼지는 천식, 두통, 그리고 기관지염이나 만성폐쇄성 폐 질환 등과 관련이 있다.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혈관 벽에 염증이 생겨 심혈관질환을 유발하고, 관련 질병에 의해 사망할 확률이 8~18%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1㎥당 초미세먼지 25㎍에 2시간 이상 노출되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48% 증가한다. 혈압도 상승하고 심장박동도 불규칙적으로 변하며 동맥벽이 두꺼워져 급성 심장마비가 오기도 한다.

또 미세먼지는 동맥경화, 뇌경색,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고 아토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슐린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오염이 남성 정자의 기형이나 청소년의 생리불순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하니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게 참 문제다. 앞으로 오랫동안 살아야 할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이런 점을 보면 밖에 나가기가 겁이 난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식습관과 관련된 질병은 개인의 노력으로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지만 화학물질과 미세먼지 등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다. 게다가 독감처럼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질병은 몸에서 금방 반응하지만, 미세먼지에 의한 질병의 증상은 시간이 오래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에 훨씬 더 위험하다.

◇ 미세먼지를 어떻게 피할 것인가

요즘 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들이 많다. 필자는 한때 '창문 닫아요'라는 앱을 쓰기도 했다. 원칙대로라면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해서 공기를 깨끗하게 해야 하는데 창문을 열면 미세먼지가 더 들어오니까 창문을 닫으라는 거다. 슬프고 우울한 현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해서 미세먼지를 피하고, 미세먼지가 유발하는 질병에 걸리지 않을 것인가인데, 사실은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다. 우선 화학물질이나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 이걸 다시 유해 물질들이 들어오는 경로에 따라 나눠봤다.

우선 호흡기를 통한 화학물질의 유입을 차단하는 방법인데 첫째가 철저한 실내 환기다. 이건 물론 그날의 미세먼지 수치, 주변 환경에 따라서 달라진다.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에 접해 있다면 창문을 여는 게 오히려 해가 된다. 다만 요리할 때는 미세먼지나 해로운 물질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꼭 환기해주는 게 좋다.

일례로 튀김기 옆에 서 있는 것은 간접흡연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환기가 어려울 때는 레인지후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레인지후드를 수시로 청소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집안 청소를 자주 해야 하며, 특히 물걸레질이 아주 효과적이다. 또 먼지와 진드기 등이 많은 침구를 자주 점검하고, 되도록 불필요한 화학물질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냄새와 세균보다 화학물질이 가득 들어있는 방향제와 살균제가 훨씬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호흡기를 통한 미세먼지와 화학물질의 유입을 차단하는 거의 유일한 해법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스크도 보통 마스크가 아닌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기능성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는데, 최소한 KF80 이상 되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여기서 KF는 '코리안 필터'(Korean Filter)의 약자이며, KF80은 미세먼지의 80퍼센트를 걸러준다는 의미다. 다만 마스크의 필터 효과가 높을수록 착용 시 불편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스크를 써도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미세먼지가 눈으로 들어오는 경우다. 이건 어떻게 막을 수가 없다. 사실 제대로 막으려면 고글을 써야 하는데, 그러면 일상생활이 매우 불편하다.

이런 것들이 개인적인 수준의 대책이라면 훨씬 더 중요한 국가적 대책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우선 디젤 차량의 생산·판매 금지 및 도시 진입을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경유 가격을 대폭 인상해 디젤차 구입 동기를 줄이고 기존 운행 차량에 대한 매연 저감 장치 부착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 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자동차도 되도록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추세로 가야 한다. 그리고 중국 등 주변국과 미세먼지 감축 협력 방안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 논리보다는 국민들의 건강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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