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기기' 법제화…공급 중단 사태 막는다

식약처, '의료기기법' 개정해 안정적 공급망 구축 추진
R&D 지원으로 수입 의존도 낮추고 보험수가 현실화 협의

 의료 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하지만, 공급이 중단될 경우 대체하기 어려운 '필수의료기기'를 국가가 법적으로 지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 의존도가 높거나 공급 중단 시 국민 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료기기의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기기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잠재적인 공급망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법이 개정되면 식약처는 필수의료기기의 정의, 지정 대상 및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체를 운영하게 된다.

 지정된 필수의료기기에는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한 '행정적 지원'과 지속적인 생산·공급을 유도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이 동시에 이뤄진다. 행정적으로는 제품 개발 초기부터 사전상담을 제공하고, 허가·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신속심사(패스트트랙)'를 적용한다.

 재정적으로는 제품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고, 낮은 보험 수가로 인해 기업이 공급을 포기하는 일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보험 수가 조정(인상)을 적극 협의할 방침이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필수의료기기의 국산화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된다.

 식약처는 복지부, 산업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 지원 2기 사업'(2026∼2032년)과 연계, 필수의료기기 국산화 제품 개발을 본격 지원할 계획이다. 임상부터 허가까지 제품화 전 과정에 걸쳐 업체 맞춤형 기술지원도 이뤄진다.

 이와 함께 기존의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공급 시스템도 효율화된다.

 식약처는 최근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 지정에 걸리는 기간을 기존 14주에서 9주로 대폭 단축했다.

 나아가 특정 필수의료기기가 공급 중단될 예정이지만 국내 대체품이 없는 경우 즉시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로 신속 지정하는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고시 개정도 추진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필수의료기기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R&D 지원, 보험 수가 조정 등 관계 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국민이 어떤 상황에서도 필수의료기기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촘촘한 안정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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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주권' 없는 한국, 그날의 혼란 반복하지 않으려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이 가장 크게 흔들린 순간은 확진자 급증이 아니라, 백신 도입이 늦어지던 시기였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자국에서 생산한 백신으로 접종 일정을 앞당기는 동안, 한국은 물량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접종 계획을 여러 차례 조정해야만 했다. 정부는 1회분에 수십 달러에 달하는 백신을 사기 위해 밤낮없이 글로벌 제약사와 협상했고, 국민들은 매일 뉴스를 확인하며 '언제 맞을 수 있나'를 걱정했다.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이었지만, 백신만큼은 끝내 수입 의존국이라는 현실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더 뼈아픈 지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 종료를 선언한 지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한국이 아직도 mRNA 백신을 개발하지 못해 '백신 주권'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다가는 다음 팬데믹이 닥쳤을 때도 해외 의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공공백신 개발과 mRNA 백신 플랫폼 구축에 팔을 걷어붙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세계 각국이 백신 확보 전쟁을 치르는 현실에서, 백신을 스스로 개발해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