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1개는 1년 수명연장 가치…'구강돌봄'이 노인건강 출발점"

일본은 40년 전부터 구강돌봄 국가정책…80세 노인 절반이 치아 20개 보유
한국도 구강돌봄 인프라 시급…"양치, 하루 3번보다 '꼼꼼함'이 더 중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제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노인 건강 분야에서는 최근 '구강관리'가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치아 한 개를 지키는 일이 노년기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라는 연구와 현장 경험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임지준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은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연 미디어아카데미 강연에서 초고령사회 한국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돌봄 정책으로 구강관리를 지목했다.

 그는 "노인의 건강 악화는 뇌나 심장이 아니라 '입 안'에서 시작된다"며 "씹지 못하면 먹지 못하고, 먹지 못하면 몸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노인의 건강수명은 입 안에서 '첫 단추'를 끼우게 되는 셈이다.

 ◇ 건강수명 늘리는 '구강 돌봄'…"돌봄 진입을 늦추는 게 가장 큰 돌봄"

 건강수명 5080 국민운동의 핵심은 노인 간 건강수명 격차를 줄이는 데 있다. 지역·소득에 따라 건강수명이 10년 이상 차이 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임 회장은 돌봄에 들어가지 않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돌봄이라고 말한다. 그 출발점은 바로 구강 관리다.

 노인이 치아 문제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즉시 건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음식을 씹지 못하면 단백질과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근육량이 줄고, 이는 체력 저하와 체중 감소로 이어진다.

 이른바 '노쇠의 도미노'다. 낙상, 골절, 욕창, 감염, 치매 진행 가속 등으로 이어지면서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국내 연구에서도 그 근거가 확인된다.

 65세 이상 노인 3천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소 씹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노쇠 위험이 2.68배 높았다.

 임 회장은 "노인의 몸은 음식이 약이고, 씹는 힘이 곧 면역력"이라며 "구강관리는 노쇠와 치매의 첫 단추를 조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강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4대 과제'로 ▲ 치매 어르신·가족·지역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돌봄 인프라 구축 ▲ 방문간호·방문요양 등 노인 돌봄 체계에 치과·구강 프로그램 포함 ▲ 요양원·가정 방문을 위한 치과·치과위생사 진료 수가 신설 ▲ 전국 요양시설의 구강관리 정기화·의무화를 제안했다.

 ◇ 일본이 보여준 '8020 프로젝트의 힘'…"80세 노인 절반이 치아 20개"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40년 전부터 구강건강 대책을 본격화했다. 그 대표적인 성과가 1989년 시작한 '8020 프로젝트(80세에 자연 치아 20개 유지)'다.

 당시 일본 노인의 평균 잔존 치아는 10개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구강건강이 곧 영양·근육·인지기능·삶의 질·의료비 지출과 직결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노인을 위한 방문 치과 진료가 세계 최초로 본격 시행됐고, 치매 환자는 연 4회까지 구강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됐다.

 그 결과 일본은 2016년, 목표보다 6년 앞서 프로젝트의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1989년 대비 잔존 치아 수는 3배 이상 증가했고, 80세 이상 노인의 20개 이상 치아 보유율이 50%를 넘어섰다.

 노인 폐렴의 90%를 차지하는 흡인성 폐렴 감소와 의료비 절감에도 구강 관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임 회장은 "치아 한 개의 가치는 약 3만달러(약 4천500만원)에 달하고, 1∼1.5년의 수명연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일본이 거대한 국가 예산을 구강관리와 치매정책에 꾸준히 투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은 요양시설 입소자에게 연 1~4회의 정기 구강관리를 의무화해 시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 요양시설 노인은 거동이 불편한 데다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에 방문 치과진료 수가가 없어 치과 진료 접근성이 매우 낮다.

 임 회장은 "65세 이상 노인의 연간 치과 건강보험 비용이 65만∼70만 원 수준이지만, 치매·요양 환자는 이 혜택을 거의 쓰지 못한다"며 "반려동물도 방문진료를 받는 시대에 요양시설 노인은 여전히 치과 문턱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 올바른 칫솔질은 한 번이라도 꼼꼼하게…"'333법칙'은 버려도 돼"

 임 회장은 구강건강의 기본은 양치질이지만, 흔히 알려진 '333법칙'(하루 3번·식후 3분 이내·3분 이상 양치)은 반드시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꼼꼼함'이라는 것이다.

 그는 "치아를 완전히 깨끗하게 닦으면 세균이 다시 나쁜 영향을 주기까지 약 48시간이 걸린다"며 "하루 한 번만 10분 이상 꼼꼼하게 닦아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올바른 양치법으로 ▲ 칫솔은 어린이용처럼 작고 세밀한 제품을 사용할 것 ▲ 칫솔모가 많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칫솔은 3개월마다 교체할 것 ▲ 전동칫솔은 문지르지 말고 갖다 댈 것 ▲ 이가 시리거나 잘 썩는다면 불소 함유 치약을 쓸 것 ▲ 양치 전 치실을 꼭 사용할 것 ▲ 정기적 스케일링을 통해 치태·치석을 체거할 것 등을 권했다.

 임 회장은 특히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흡인성 폐렴의 출발점이 구강 세균인 만큼 평소 구강 건강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한 요양시설에서는 치과 전문가가 주 1회 구강관리를 시행한 결과, 폐렴 입원일수가 4분의 1로 줄고 의료비도 4억원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임 회장은 "80세 이상 폐렴 환자의 90%가 흡인성인데, 구강위생이 나쁘면 폐렴 위험이 1.6배 증가한다"며 "건강할 때 양치질과 치태 제거만 잘해도 치주질환과 폐렴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와 관련해서도 "치주균은 치매 원인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을 촉진한다"며 "치매 치료제는 없지만, 구강관리로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복지부, 내년 3월 통합돌봄 시행 앞두고 조직 확대 개편
보건복지부가 내년 3월 통합돌봄의 전국적 시행을 앞두고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을 위해 제약바이오산업과를 새로 만들고, 국가 재난 발생 시 보건의료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재난의료정책과도 설치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라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을 전담하는 국장급 통합돌봄지원관, 통합돌봄정책과 및 통합돌봄사업과가 신설됐다. 그동안 임시 조직으로 운영돼오던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단이 국 단위로 직제화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본사업의 전국 확대 시행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통합돌봄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 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복지·의료·요양 등의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제도다. 통합돌봄 대상자는 시·군·구에서 수립하는 개인별 계획에 따라 방문진료, 재택간호, 방문요양 및 목욕, 식사·이동 지원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통합돌봄 시행을 위해 방문의료를 제공하는 재택의료센터를 올해 192곳에서 내년 250곳으로 늘리고 방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간에 쌓인 지방 '직접 제거'…KIST, 나노 치료물질 개발
간세포 속에 쌓인 지방을 직접 찾아 제거하는 방식의 새로운 지방간 치료제 후보물질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이현범·박진영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한양대 이준석·전대원 교수팀과 지방 인식 물질과 지방분해 효소를 결합한 물질로 세포와 동물실험에서 지방 제거 효과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비만과 대사증후군이 늘며 최근 늘고 있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환자는 식이 조절이나 운동, 약물을 통해 지방 대사 과정을 간접적으로 조절할 수는 있지만, 간에 이미 쌓인 지방을 직접 제거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실리카 나노구조체에 지방 인식 물질과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하나로 결합한 나노치료제를 개발했다. 이 치료제는 간세포 내 지방 방울 표면에 안정적으로 달라붙어서 방울 형성을 막으면서 동시에 방울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치료제를 지방간 유도 세포와 동물모델 실험에 적용해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간에 축적된 지방과 염증 반응이 감소했으며 간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도 최대 84%까지 감소했다. 또 쥐 실험에서 간 독성이 나타나지 않아 실제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줬다고

메디칼산업

더보기
"구급대원 음성 기록·환자 상태 평가하는 AI프로그램 개발"
구급차 안에서부터 응급실까지 환자 이송과 치료를 돕는 인공지능(AI)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이 병원 장혁재 심장내과 교수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과 함께 소방청 연구개발(R&D) 과제로 '지능형 구급활동지원 플랫폼'을 개발해 시제품을 구현했다고 2일 밝혔다.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은 구급차에서 응급조치와 활력 징후(바이탈 사인) 점검은 물론, 수용 가능 병원을 확인하고 응급실 의사에게 전달할 내용을 기록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이에 연구진은 총 10종의 인공지능을 통합해 ▲ 응급 대화 특화 음성인식 모델을 이용한 '응급정보 변환' ▲ 환자 상태 악화를 예상하는 '응급상황 예측' ▲ 구급차 폐쇄회로(CC)TV에 담긴 환자 상태를 기반으로 한 '응급환자 평가' ▲ 적정 처치 가이드 모델과 이송 병원 선정 모델을 통합한 '구급현장 지원' 기능을 구현하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구급대원들은 분석 내용을 이송 의사결정에 참고하고 활동일지를 작성할 수 있다. 현장 사진과 소견을 응급실에 전송할 수도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프로그램을 사용한 구급대원들에게 업무 효율성 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