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앓는 미국…백신 회의론 속 연초부터 환자 900명 육박

최근 10년 같은기간 평균보다 감염사례 400건 이상 더 많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집단 발병…환자 95%가 백신 미접종

 후진국형 감염병으로 여겨지던 홍역이 미국에서 예년에 비해 크게 빈발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 초부터 이달 12일(현지시간)까지 총 896건의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10년 같은 기간 평균보다 429건 많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총 50개 주 가운데 23개 주에서 홍역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605명의 환자가 발생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의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타주에서는 77명, 플로리다주에서는 68명이 홍역에 걸렸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6년 만에 처음으로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

 환자 대다수는 20세 미만 청소년·어린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의 57%가 5∼19세였으며, 5세 미만 환자의 비중도 28%에 달했다.

 환자의 95%가 한 번도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미접종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역은 공기로 전파되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호흡기 감염병이다.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홍역 환자와 접촉하면 90% 이상 감염될 수 있으나 백신 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미국은 예방백신 접종 등을 통해 2000년 홍역 청정국이 됐지만, 최근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홍역 발병 사례가 자주 보고되는 양상이다.

 2019·2020 학년도까지만 하더라도 유치원의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접종률은 95.2%였지만, 5년 만에 92.5%로 떨어졌다. 통상 집단면역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접종률은 95%다.

 CDC는 "홍역 발병이 1년 이상 이어진다면 미국은 홍역 청정국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팽배한 백신 회의론이 홍역 발병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표적인 백신 회의론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아동 백신접종 권장 횟수를 줄였고, '반(反) 백신' 정책을 비판하는  소아과학회에 지원금을 끊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자녀에 대한 MMR 백신 접종 의향이 2024년 11월 90%에서 지난해 8월 82%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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