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처방 해야" 움직임에 의협 "의약분업 백지화하겠다"

국회 토론회서 나영균 배재대 교수 "성분명처방 등으로 13.5조 비용 절감"
의협, 국회서 성분명처방 저지 궐기대회…"같은 성분이라도 치명적일 수"

 다른 이름의 의약품이라도 성분이 같다면 바꿔서 처방할 수 있게 하는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에서 법 개정을 준비하는 가운데 학계 일각에서는 성분명 처방 등으로 약품비 지출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사 단체들은 성분명 처방이 현실화하면 의약분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나섰다.

 나영균 배재대 보건의료복지학과 교수는 11일 더불어민주당,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이 연 국회 토론회 '대한민국 약제비 구조의 개혁방안' 주제발표에서 성분명 처방 의무화 등을 도입하면 27조원에 이르는 약품비 지출이 절반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5'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약제비는 2023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969달러(현재가 약 142만원)로, OECD 평균 658달러보다 47.3%나 많았다.

 그는 "한국은 국민 의료비의 20.5%를 약제비가 차지한다"며 "미국은 1인당 약제비가 1천432달러로 더 많지만, 의료비 대비 비중은 11.5%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제네릭(복제약)을 많이 쓰면서도 약값이 줄지 않는 현실을 꼽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복제약의 가격을 처음 개발된 오리지널약 가격의 53.55%로 정해두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가격 장벽이 일종의 '하한선'처럼 장기간 유지되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게 나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제네릭 진입 초기에는 오리지널약 대비 50∼60%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더라도 다수의 경쟁자가 진입함에 따라 1년 안에 오리지널약의 10∼20% 수준으로 가격이 급락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의사가 성분명이 아닌 특정 브랜드명으로 처방하는 상품명 처방 관행 때문에 약사가 동일한 성분의 더 싼 제네릭으로 약을 교체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국내 대체조제율이 0.79%에 머무른다"고 덧붙였다.

 나 교수는 "성분명 처방 의무화, 참조가격제 도입, 제네릭 경쟁입찰제를 도입해 약제비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며 "이들 세 가지 개혁 방안을 종합적으로 시행하면 현행 약품비의 절반 수준인 13조5천억원을 한해에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 단체들은 성분명 처방이 2000년에 이뤄진 의약분업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맞선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연 궐기대회에서 "의사는 진단과 처방을, 약사는 조제와 복약지도를 담당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대원칙"이라며 "만약 성분명 처방이 강행되면 이를 의·약·정 합의의 일방적 파기로 간주하고 의약분업 제도 자체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김 회장은 "동일 성분이라도 임상 반응은 천차만별로, 특히 소아와 고령자, 중증질환자처럼 건강이 취약한 국민들께 이런 작은 차이는 생사를 가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처방 주체와 책임을 모호하게 만드는 성분명 처방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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