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년간 한국인의 심혈관 건강 수준이 뚜렷한 개선 없이 제자리걸음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흡연 감소와 식습관 개선 등 생활 습관 지표는 좋아졌지만, 비만과 혈당, 혈중 지질 등 대사 지표는 오히려 악화하는 '엇갈린 건강 구조'가 확인됐다.
국제학술지 '미국 예방심장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최신호에 따르면,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이호규 교수 연구팀이 2007∼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7만6천255명의 '심혈관 건강 점수'를 분석한 결과, 2007∼2009년 68.5점에서 2016∼2018년 65.9점으로 낮아졌다가 2022∼2023년 다시 68.5점으로 회복됐다.
성별과 연령에 따른 격차도 뚜렷했다.
2022∼2023년 기준 여성의 심혈관 건강 평균 점수는 72.8점으로 남성(64.3점)보다 높았고, 20∼39 세는 72.5점으로 70세 이상(64.5점) 고령층보다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건강 행동'은 좋아졌는데 오히려 '몸'은 나빠졌다는 역설적인 결과다.
연구팀은 2022년 미국심장협회(AHA)가 제시한 '심혈관 건강 필수 8요소'(Life's Essential 8)에 따라 생활 습관과 대사 요인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생활습관지표(식습관, 신체활동, 흡연, 수면)는 전반적으로 개선되거나 유지된 반면 임상 건강 지표(체질량지수, 혈중 지질, 혈당, 혈압)는 지속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만과 고혈당 증가가 두드러졌다.
연령대별로는 젊은 층에서 심혈관 건강의 위험 요인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20∼30대의 경우 비만 증가와 낮은 식단 질, 신체활동 부족이 동시에 나타났으며, 남성의 경우 높은 흡연율이 여전히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향후 나이가 들면서 조기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최하위권에 머문 식단 점수는 '젊으니까 괜찮겠지'라며 자극적인 식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반면 70세 이상 고령층은 전체 점수는 낮았지만, 일부 지표에서 점진적인 개선 양상을 보였다. 다만 혈당과 혈압 관리는 최대 숙제로 꼽혔다.
이에 따라 연령대별로 각기 다른 심혈관 위험 구조를 개선하려면 젊은 층에서는 조기 개입이, 고령층에서는 맞춤형 관리가 각각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호규 교수는 "생활 습관 개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질환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괴리가 심혈관 건강 개선을 제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혈관 건강은 특정 시점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관리돼야 한다"며 "특히 젊은층을 포함한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