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원발 암일 때보다 전이됐을 때 훨씬 더 위험하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는 것과 관련이 있는 수백 개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전이암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암의 전이는 과학자들이 암 생물학에서 가장 잘 모르는 분야일 수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가설 중 하나는 암세포의 전이 과정에 돌연변이 외의 요인들이 많이 작용하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추론이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암의 확산을 부추기는 덴 유전자 돌연변이뿐 아니라 유전자의 발현 패턴, 즉 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켜고 끄는지도 깊숙이 관여했다. 또 계통이 같은 특정 클론(암세포 무리)이 전이 과정을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수의대의 크리스토퍼 렝너(Christopher Lengner) 생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캔서 셀(Cancer Cell)'에 실렸다. 15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췌장암이 생기게 조작한 생쥐를 모델로 개별 암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과 계통을 추적했다. '크리스퍼(CRISPR) 계통 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후유증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를 한 달 이상 앓다가 회복한 환자가, 확진 6개월 이내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긴 질환이나 증상으로 사망할 위험은 일반인보다 60%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미 워싱턴의대 4월 22일 저널 '네이처' 논문) 처음엔 코로나19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질환으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론 거의 모든 인체 기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이 논문은 밝혔다. 이 논문은 호흡계, 심혈관계, 신경계 등 11개 범주로 나눠 코로나19의 장기 후유증 유형을 상세히 열거했지만, 다행히 알츠하이머병은 여기서 빠졌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의학 저널 '알츠하이머병 연구와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논문으로 실렸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비영리 연구 의료센터다. 사실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환자의 신경학적 합병증에 대한 연구 보고는 몇 차례 나왔다. 이런 논문은 한
요즘 새롭게 주목받은 '암 면역 대사'(cancer immunometabolism) 분야는, 암 종양 내에서 가용한 영양 성분의 변화에 따라 면역세포의 대사 프로그램이 어떻게 바뀌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암 종양 내에 지방에 많이 쌓이고, 이런 지방 축적이 면역 기능의 이상과 연관돼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종양 내 지방 증가가 어떻게 면역 이상을 유발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암이 성장하고 퍼지는 전제 조건은 T세포 등 면역세포를 회피하는 것이다. 그런데 암세포 제거에 특화된 '킬러 T세포'(killer T cells)가 종양 내의 '나쁜 지방'을 흡수하면 항암 기능이 약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종양 미세환경(종양 내 환경)에 산화된 지방 분자가 늘어나면 에너지에 굶주린 킬러 T세포가 이런 지방을 포식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산화된 '나쁜 지방'이 암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소크 연구소의 수잔 캐히(Susan Kaech) 면역학 교수 연구팀은 최근 면역학 저널 '이뮤니티'(Immunity) 온라인판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캐히 교수는 이 연구소 산하 NOMIS 면역생물학
치매는 주로 알츠하이머병에서 생긴다. 지역과 인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치매 진단 환자의 50~75%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치매는 세계 보건 의료계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지 오래다. 영국의 경우 현재 약 85만 명인 치매 환자가 2040년에는 160만 명이 될 거로 예상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따라서 이제 막 생긴 초기 단계에 진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 발병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건 물론이고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도 어렵다. 많은 과학자가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초기에 뇌 조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의 면역세포인 소교세포(microglia)가 일부 노화해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진행을 가속한다는 게 요지다. '신경아교세포'라고도 하는 소교세포는 중추 신경계 조직을 지지하면서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뉴런)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하고, 노폐물 등을 제거하는 식세포 작용도 한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의 디에고 고메스-니콜라 생물과학 부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밤에 잠들기 어렵거나 쉽게 깨는 사람은 낮에 피로감이나 무력감에 시달릴 수 있다. 수면 장애가 건강에 해롭다는 건 체감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어 하나의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에게 수면 장애가 생기면 실제로 '기대 수명'(life expectancy)이 크게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과 영국 서리 대학 과학자들이 공동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8일(현지 시각) 유럽 수면학회(European Sleep Research Society)의 공식 학술지인 '수면 연구 저널'(Journal of Sleep Research)에 논문으로 실렸다. 사실 수면 부족과 건강 악화의 연관성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당뇨병은 없고 수면 장애만 가진 사람도 사망 위험이 커질 수 있고, 그런 연관성은 이번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당뇨병의 경우 그 파급 효과가 매우 크고 분명했다고 연구팀은 지적한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과 불면증이 겹쳤을 때 수명 단축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를 처음 조사 한 것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연구'(UK Biobank Study)에 참여한 약 50만 명의 중년 인구를 대상으로 기존의 데이터를 추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생기는 대사질환이다. 베타 세포가 손상되는 기전은 1형과 2형이 서로 다르다.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2형 당뇨병은, 신체 조직의 인슐린 내성으로 인해 베타 세포가 과도하게 인슐린을 만들다가 탈진해 죽는다. 이와 달리 전체 환자의 약 10%가 해당하는 1형 당뇨병은 면역 과민 반응으로 베타세포가 파괴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대부분 30세 이전에 발병하는 1형 당뇨병은 현재 치료법이 없다. 환자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계속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이런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스러운 소식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종전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식용 베타 세포를 만드는 분화 및 배양 기술을 미국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이런 줄기세포 배양 베타 세포를 1형 당뇨병 생쥐에 시험한 결과, 약 2주 후에 혈당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소크 연구소의 후안 카를로스 이스피수아 벨몬테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7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스페인 출신의 생화학자인 벨몬테 박
면역계는 뇌에 양면성이 있다. 친구일 수도 있고 적(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상일 때 면역계는 뇌의 감염을 막고 상처 난 조직의 치유를 돕는다. 하지만 비정상일 땐 신경 퇴행의 원인인 염증이나 자가면역 질환을 일으킨다. 뇌의 면역세포가 '두 얼굴'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이유를 미국 워싱턴의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연구팀은 두개(頭蓋·머리뼈)의 골수에서 생성돼 혈액을 거치지 않고 직접 뇌막으로 이동하는 독특한 면역세포를 발견했다. 뇌를 건강하고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는 건 바로 이 두개 골수 유래 면역세포였다. 이와 달리 혈액을 통해 뇌막으로 들어오는 면역세포 중 일부가 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혈액 유래 면역세포는, 염증이나 자가면역 질환을 촉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유전적 특징이 존재했다. 또 나이가 들거나 질병·상처가 있을 땐 세포 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조너선 킵니스(Jonathan Kipnis) 워싱턴대학 의대 신경면역학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킵니스 교수는 "신경성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비롯해 알츠하이머병,
암 치료의 최종적인 성공은 전이암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 무리, 이른바 '순환 종양 세포 클러스터(CTCs)'가 다른 기관으로 옮겨가 생기는 전이암은 그만큼 치명적이다. 성공적인 암 치료가 이뤄져도 안심하긴 이르다. 수년 뒤 잠복했던 전이암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부위로 옮겨간 암세포 무리는 이주한 곳에서 긴 '동면(冬眠)'에 들어간다. 이렇게 '휴면 세포'로 숨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깨어나 전이암으로 뿌리를 내린다. 전이암의 씨앗인 암세포 무리가 어떻게 휴면 상태를 유지하고, 어떤 경로를 거쳐 잠에서 깨는지를 스위스 바젤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암세포의 휴면 잠복과 활동 재개에 깊숙이 관여하는 건, 초기 면역 단계의 주요 공격수인 '자연 살해 세포(natural killer cell)', 일명 NK세포였다. 모하메드 벤티레스-알이(Mohamed Bentires-Alj) 생물의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벤트레스-알이 교수는 "휴면 기간엔 암세포 수와 이질성을 아직 관리할 수 있어, 귀중한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지금도 의학계의 큰 논쟁거리다. 풀기 힘든 난점 중 하나는 뇌 전체의 신경 작용을 직접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뇌의 신경 작용을 개별 세포나 모세혈관 수준에서 연구하려면 두개골 절개 등 외과적 수단에 의존해야 한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ETH 취리히) 과학자들이,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뇌 미세순환의 고해상 이미지를 구할 수 있는 형광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살아 있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지 않고도 미세한 부위까지 생생히 들여다본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이 기술에 'DOLI(diffuse optical localization imaging)'라는 이름을 붙였다. ETH 취리히의 다니엘 라찬슈키 생체의학 영상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광학회(The Optical Society)'가 발행하는 저널 '옵티카(Optica)'에 논문으로 실렸다. ETH 취리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수학과를 졸업하고 교수 생활을 시작한 대학으로 유명하다. 아인슈타인(1936년 물리학상) 외에도 빌헬름 뢴트겐(1913년 물리학상), 알프레드 베르너(1915년 화학상), 볼프강 파울리(1950년 물리학상), 리처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