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부터 알츠하이머병까지 대다수 신경 퇴행 질환의 특징은 축삭 돌기(axon)가 손상된다는 것이다. 가늘고 긴 축삭 돌기는 한 뉴런(신경세포)의 전기 자극을 다른 뉴런으로 전달하고 뉴런 사이의 소통을 촉진한다. 뉴런의 손상에 관여하는 효소로는 '이중 류신 지퍼 키나아제(DLK)'가 널리 알려져 있다. 신경 퇴행 질환 모델에서 이 효소를 억제하면 뉴런이 견고하게 보호된다. 류신 지퍼(Leucine zipper)는 진핵세포 전사인자의 DNA 결합 부위에서 자주 보이는 단백질 구조를 말한다. 문제는 DLK가 억제되면 축삭 돌기의 재생도 차단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뉴런의 장기 생존을 북돋우고 재생도 촉진하는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길이 열렸다. 발현 억제 상태에서 뉴런을 보호하고 축삭 돌기의 재생도 촉진하는 효소 군(GCK-IV kinases)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15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데릭 웰스비 안과학과 부교수는 "발현을 억제하면 시신경의 생존과 재생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매사에 흥미가 없는 무관심한 태도가, 이른 시기에 나타나는 치매의 전조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관심은 특히 45세부터 65세까지 연령대에 많은 조발성 전측두엽 치매(FTD)로 이어질 위험이 커 주목된다. 이 연구를 수행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저널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전측두엽 치매에 걸린 환자는 행동, 언어, 성격 등에 변화를 보이면서 충동적 행동이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자주 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선 무관심을 우울증이나 나태함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FTD 환자의 뇌 스캔을 통해, 전두엽의 특정 영역이 수축해 있고 수축 정도가 클수록 무관심도 심하다는 걸 확인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무관심한 태도나 행동이 증상 발현 수십 년 전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FTD는 환자의 3분의 1에 가족 병력이 있는 일종의 유전병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는 '유전성 전측두엽 치매 이니셔티브(GENFI)'의 데이터를 토대로 이뤄졌다. 유럽과 캐나다 과학
비만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엔 이제 의사든 환자든 거의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암도 비만의 영향을 받는 질병의 범주에 든다. 실제로 비만은 10여 개 유형의 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거로 알려져 있다. 비만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암 치료 결과가 나쁘고 생존 기간도 짧아지기도 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이런 일에 관여하는 면역학적 기제를 밝혀냈다. 암세포가 에너지원인 지방을 흡수하는 능력에서 면역세포를 크게 앞지르는 게 문제였다.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에 가용 지방이 늘어나면 암세포는 스스로 대사 프로그램을 재편해 지방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였다. 종양 주변의 지방이 이렇게 고갈되면 암 공격에 특화된 CD8+ T세포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굶어 죽을 처지가 되는 것이다. 비만한 사람에게 암이 생기면 CD8+ T세포의 수가 줄고 항암 작용이 현저히 약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발견은 환자에 따라 천양지차로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항암 면역요법의 개선 등에 큰 도움이 될 거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이 연구는 하버드의대(HMS) 블라바트닉 연구소의 마샤 헤이기스(Marcia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서 드러났듯이 우울증은 현대인이 많이 앓는 정신 질환이다. 전 세계의 우울증 환자는 약 2억6천4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우울증과 장내 미생물의 연관성을 입증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내 미생물군의 균형이 깨지면 뇌 기능 수행에 필수적인 대사물질이 줄어 우울증 유사 행동(depressive-like behavior)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이 연구는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와 국립 보건의료 연구소(Inserm), 국립 과학연구센터(CNRS) 등이 함께 진행했다. 그 내용은 11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장내 미생물이 감정 장애(mood disorders)와 관련돼 있다는 관찰 보고는 최근에도 몇 건 나왔다. 이번 연구에선 장 미생물이 우울증 치료제 플루옥세틴(fluoxetine)의 효과에 영향을 준다는 게 입증됐다. 연구팀은 만성 스트레스로 장 미생물군에 변화가 생기면 뇌와 혈액의 내생성 칸나비노이드가 줄어 우울증 유사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걸 확인했다. 지질 대사산물인 칸나비노이드는 대사물질 감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폐뿐 아니라 심장, 신장, 지라 등 다른 주요 신체 기관도 심하게 손상한다. 신종 코로나가 어떻게 이런 기관을 공격하는지 세포 생물학적 기제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처음 나왔다. 신종 코로나는 관련 유전자의 '온·오프' 체계를 일시적으로 변경해 세포의 에너지를 생성하는 분자 경로를 망가뜨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관련 유전자들에 후성유전 변이를 일으켜 유전자의 발현 교란 효과가 장기간 지속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중에는 바이러스를 퇴치한 후에도 수주부터 수개월까지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그 원인이 이런 후성유전 변이에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의 아준 데브 발달 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국 임상연구학회 저널 'JCI Insight'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9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번에 신종 코로나 생체 실험에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생쥐 모델을 개발했다. 생쥐는 인간 질병의
인체에 들어온 병원성 박테리아가 빠르게 증식해 균락(菌落·colony)이 커지면 감염증이 심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동 속도가 느린 박테리아 균락이, 빨리 이동하는 균락보다 훨씬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몸집을 키워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병원성 박테리아의 세계에서도 '토끼와 거북이 경주'와 비슷하게 반 직관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 고펜하겐대의 닐스 보어 연구소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물리학(Nature Physics)'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엔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셰필드대 과학자도 참여했다. 이 발견이 주목받는 건, 거의 모든 항생제에 저항하는 '슈퍼버그', 즉 MRSA 감염 치료에 새로운 통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MRSA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을 뜻하는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병원성 박테리아인 슈도모나스(Pseudomonas 속<屬> 간균<稈菌>)는 미세한 섬모로 표면에 달라붙어 움직인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슈도모나스 개체의 섬모 수를 늘려 종전보다
암의 재발은 중대한 암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다. 화학치료나 외과 절제 수술을 하고 호전되는 듯했던 암이 재발하면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처럼 위험한 암의 재발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미국 위스타 연구소(Wistar Institute)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스트레스 자극을 받은 호중구(호중성 백혈구)가 변형된 지질을 분비해 휴면 상태의 암세포를 깨우는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이 연구는 '중개 종양 면역학 프로그램'의 미켈라 페레고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논문으로 실렸다. 펜실베이니아대 캠퍼스 안에 위치한 위스타 연구소는 1892년 설립된 비영리 독립 의학 연구기관으로 종양학, 면역학, 전염병 백신 등을 전문으로 한다. 제약업체 이노비오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INO-4800'을 개발 중인 파트너이기도 하다. 3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암의 재발은, 발생 초기 몸 안에 퍼진 휴면 암세포들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시작된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에서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스트
40대와 50대에 혈압이 높으면 60대 이후 뇌 손상 범위가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50세 이전의 이완기 혈압(diastolic blood pressure)은 노년기의 뇌 손상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만 40세부터 69세까지 지원자 3만7천41명을 대상으로 MRI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다. 영국 옥스퍼드대 뇌졸중 치매 예방 센터의 카롤리나 바르톨로프스카 박사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최근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이 집중 분석한 건 MRI 영상에서 밝게 보이는 '백질 과집중(WMH)'이라는 손상 부위다. WMH는 나이가 들고 혈압이 높아져 뇌의 가는 혈관에 손상이 늘어나는 걸 말하는데 뇌졸중, 치매, 우울증, 사고 능력 저하, 신체 기능 상실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65세 초과 환자의 50% 이상, 80세 초과 환자의 대다수에서 고혈압이 없어도 WMH가 관찰된다. 하지만 고혈압이 있으면 WMH가 나타나거나 악화할
치료가 필요한 손상 조직으로 줄기세포를 유도하는 신약 후보 물질을 미국 샌퍼드 번햄 프레비스 의학 발견 연구소(SBP)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이 연구를 수행한 SBP 줄기세포 재생의학 센터의 에번 스나이더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1977년에 캘리포니아 라호야에 설립된 SBP는 미 국립 암연구소(NCI) 지정 암센터와 줄기세포 재생의학센터 등을 갖춘 비영리 독립 연구·교육기관이다. 25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발견은, 현재 의술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영구적 척수 손상,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SL·루게릭병), 뇌졸중 후유증 등을 치료하는 줄기세포 재생 의학의 발전에 중요한 전기가 될 거로 보인다. 이 센터 소장이자 논문의 수석저자인 스나이더 교수는 "신체 기관의 특정 부위로 줄기세포를 유도하는 건 재생의학의 성배와 같다"라면서 "원하는 부위로 줄기세포를 유도해 집중적인 치료 효과가 나타나게 하는 데 사상 처음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SDV1a로 명명된 이 신약 후보 물질을 기존의 줄기세포 치료제와 함께 생쥐 모델에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