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경우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은 흔하고 무해한 세균이다. 숙주인 인간의 몸 안에 함께 살지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피부, 혈액 등에 침입하는 기회감염 병원체(opportunistic pathogen)로 돌변하는 것이다. 이 병원균의 감염이 진짜 심각해진 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일명 슈퍼버그)이 급속히 퍼지면서부터다. 일례로 슈퍼버그의 동의어처럼 쓰이는 MRSA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의 영문 머리글자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관심이 쏠려 있긴 하지만, 사실 MRSA도 세계 보건 의료계가 직면한 심각한 위협 가운데 하나다. 올해 나온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해에만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고 약 12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해에도 감염의 확산과 사망자 발생을 주도한 게 바로 MRSA였다. 특히 MRSA는 병원, 요양소 등 의료 시설 내 감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MRSA 확산을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몰고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의 뇌에 침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환자 중 상당수는 여러 유형의 신경계 질환을 겪는다. 바이러스가 침입하지 못하는데 뇌 조직이 손상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미국 NIH(국립 보건원)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맞서 면역 반응으로 생성되는 항체가, 강력한 필터 역할을 하는 뇌의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혈관을 손상하는 건 바이러스가 아니라,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하기 위해 만든 항체라는 뜻이다. 이 발견은 코로나19에 수반하는 신경계 질환은 물론이고 이른바 '롱 코비드'(Long COVIDㆍ코로나 후유증)의 유사 증상을 치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이 연구는 NIH 산하 NINDS(국립 신경질환 뇌졸중 연구소)의 임상 디렉터인 아빈드라 나스 박사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5일(현지 시각) 신경학 저널 '브레인'(Brain)에 실렸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Oxford Univers
한 사람의 장(腸)에는 500 내지 1천 종의 미생물종이 존재한다. 장 미생물의 개체 수는 10만 조에 달할 거로 추정된다. 셀 수 없이 많다는 의미다. 장의 미생물종이 균형을 맞춰 공존하는 건 몸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매우 중요하다. 이 균형이 깨지면 무엇보다 몸 안의 대사 체계에 혼란이 생겨 비만, 2형 당뇨병 등 여러 가지 질병이 올 수 있다. 그런데 음식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거나 먹는 시간이 불규칙하면 장 미생물의 균형에 큰 충격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의 미생물은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circadian clock)에 맞춰 순환적 변화를 반복했고, 과식이나 나쁜 음식 섭취 패턴은 이 리듬을 교란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의대의 아미르 자린파 조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5일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논문으로 실렸다. 자린파 교수는 UC 샌디에이고 메디컬 센터의 위장병 전문의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의 회장(回腸ㆍileum)에 집중했다. 소장(small intestine)의 끝 부위인 회장은 길게 뻗은 구조로 대장이 시작되는 부분과 연결된다. 소장은 위의 소화 작용으로 액화된 음
원래 인간의 간(肝)은 놀라운 재생 능력을 갖췄다. 간의 70%를 잘라내도 수개월만 지나면 남은 조직이 원래 크기로 자랄 수 있다. 간의 이런 복원력을 의학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고치기 어려운 간 질환에 대한 치료 옵션(선택)도 다양해질 게 분명하다. 의료계의 이런 숙원을 푸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간의 재생 단계를 전보다 더 세부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간 혈관 모델이 개발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활용해 생쥐 등 동물 모델 연구에선 접근도 어려웠던 인간 간 조직의 재생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의료공학 과학 연구소의 산기타 바티아 석좌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다. 그는 MIT의 코흐 통합 암 연구소에서도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간 이식이 필요한 사람은 대부분 바이러스 간염, 지방간, 간암 등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다. 간의 재생을 자극하는 확실한 치료법이 있다면 간 이식까지 가지 않아도 될 환자가 적지 않다. 이런 재생
바이러스가 숙주 내에서 증식하려면 계속 에너지를 구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의 지방 처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입자 복제에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신종 코로나는 트라이글리세라이드(triglyceride)를 좋아했다. 인간도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이 중성 지방을 많이 쓴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면 체내 지방으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능력이 약해진다는 의미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시중에 판매 중인 비만 치료제와 새로 찾아낸 실험 화합물을 테스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가 억제된다는 걸 확인했다. 이 발견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미국 오리건 보건 과학대(OHSU)의 피카두 타페스 분자 미생물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엔 미국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 연구소'(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미국 과학진흥협
흔히 '에이즈'(AIDS)로 통하는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은 HIV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병하는 전염병이다. 그러나 HIV에 감염됐다고 해서 곧바로 에이즈로 발병하는 건 아니다. 그냥 HIV 감염 상태인 사람은 에이즈 환자와 구분해 'HIV 감염인'이라고 한다. 에이즈에 대한 공포감은 매우 무뎌졌지만, 에이즈를 완치하는 보편적인 치료법은 아직 개발된 게 없다. 다만, 1995년에 나온 고활성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HAART)은 많은 에이즈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HAART는 NRTI(뉴클레오타이드 유사 역전사 효소 억제제) 등 몇 가지 항바이러스 제제를 병행 투여하는 '칵테일 요법'이다. 완치는 못 해도 중증 진행은 막는 이 치료법의 등장은 에이즈에 대한 인식을 뿌리부터 바꿨다. 요즘 에이즈를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적어도 일반인의 인식에서 에이즈는 이제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이 됐다. 그런데 HIV 감염의 숨겨진 위험을 알리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HIV에 감염되면 그 자체로 노화가 빨라져 수명이 5년가량 단축된다는 게 요지다. HIV는 노화와 연관된 생물학적 과정을 재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피험자에 따라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0%에 불과한 치명적인 암 중 하나다. 췌장암이 이렇게 위험한 건 무엇보다 다른 부위로 걷잡을 수 없게 전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췌장암의 전이 속도를 늦추거나 전이 자체를 중단시킬 수 있는 '분자 경로'가 발 견됐다. 문제를 일으키는 건 단백질 내 아미노산의 산화 손상을 복구하는 일명 '지우개 효소'(eraser enzyme)였다. 암세포가 이 효소의 활성화를 막으면 전이가 촉발됐다. '지우개 효소'의 결핍은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활성화를 자극했고, 이렇게 늘어난 에너지가 새로운 암의 씨앗이 온몸에 뿌려지는 원동력이 됐다. 이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적 접근은 췌장암뿐 아니라 다른 유형 암의 전이를 막는 데도 효과가 있을 거로 과학자들은 기대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약칭 UC Berkeley)의 크리스토퍼 창 분자 세포 생물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4일(현지 시간) 저널 '분자 세포'(Molecular 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엔 컬럼비아대 통합 암센터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아미노산은 모두 20종이 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무작위로 연결된 사슬 구조를 가졌다. 단백질이
신약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은 보통, 병원체의 특정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는 치료법을 찾는 데 주력한다. · 그러나 이런 접근법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병원체 단백질 중에는 억제제를 써서 기능을 차단하기 어려운 게 많다. 그런데 많은 질병은 이런 단백질 기능의 상실 또는 약화에서 비롯된다.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는 신약 개발은 이처럼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과학자들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획기적인 내용의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DNA 산화 손상을 복구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대폭 증강하는 촉매 물질을 찾아냈다. 이 기술은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와 관련이 있는 암,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료제 개발과 혁신에 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이 연구는 토마스 헬레다위 종양학 병리학과 교수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세계 유수의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카롤린스카 의대는 노벨상 선정 기관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노벨 생리ㆍ의학상은 이 대학 교수 50명으로 구성된 노벨상 위원회가 지명한다. 이 연구가 눈길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신약 개발의 초점을
연조직 육종(soft-tissue sarcoma)은 근육, 결합조직, 지방, 혈관, 신경, 힘줄, 관절 활막(joint lining) 등에 생기는 암이다. 신체 부위별로 보면 팔다리, 복강 후벽, 내장, 체강, 두경부 순으로 자주 발생한다. 희소 암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미국의 경우 한 해 5천 명 넘는 환자가 연조직 육종으로 사망한다. 특히 활막 육종은 폐로 많이 전이해 예후가 좋지 않다. 연조직 육종이 생성하는 특정 단백질이 면역세포의 공격을 차단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식세포(macrophage)의 이동을 억제하는 이 단백질이 발현하면 원래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가 오히려 암세포의 성장을 도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세다스 시나이(Cedars-Sinai) 메디컬 센터'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1일(현지 시각) 오픈 액세스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이 이 단백질을 찾아낸 곳은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이다. 암 종양이 오래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정상세포보다 훨씬 많은 영양분을 흡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암 종양은 새로운 혈관을 만들고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