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에 암 성장 억제 효과 있다"

미 러시 대학교 연구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논문

 다수의 암 환자는, 면역세포가 결여된 종양을 갖고 있다. 이런 '차가운' 종양은 암에 맞서 싸우는 면역체계의 저항력을 억제한다.

 반대로 암 종양의 면역 세포를 늘리면, 면역계의 암세포 탐색 능력이 향상된다. 이런 '뜨거운' 종양은 암 치료제에도 좋은 반응을 보여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진다.

 '차가운' 암 종양에 독감 백신을 주입하면 '뜨거운' 종양으로 변한다는 걸 미국 러시 대학교 과학자들이 생쥐 실험에서 발견했다. 생쥐의 몸에 생긴 종양 한 개에만 백신을 넣으면 다른 종양까지 성장이 억제된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 실험에는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계절 독감 백신도 사용됐다. 이는 독감 백신을 이용한, 새로운 암 면역치료법 개발이 가능하다는 걸 시사한다.

 러시대 연구진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7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일부 암 면역치료에선 지금도 살아 있는 병원체를 쓴다. 하지만 이런 치료법은 일부 환자만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고, 반응하는 암 유형도 제한적이다.

 이번 연구의 실마리는 국립암센터(NCI)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왔다.

 폐암 환자가 독감 바이러스의 폐 감염으로 입원한 경우 독감에 걸리지 않은 폐암 환자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게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피부처럼 독감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는 부위의 종양에선 동일한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진은 자체 기술로 독감 백신을 만든 뒤 생쥐의 흑색종에 직접 주입해 봤다. 그랬더니 종양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거나 종양의 크기가 작아졌다.

 백신을 주입하면 면역계를 자극하는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의 종양 내 점유율이 높아지고, 종양  세포를 공격해 죽이는 'CD8+ T세포'가 증가했다. 백신이 종양을 뜨겁게 만든 것이다.

 특이하게도 생쥐의 몸 한쪽에 생긴 흑색종에 백신을 주입하면, 해당 종양은 물론이고 백신을 주입하지 않은 다른 쪽 종양까지 크기가 작아졌다.

 삼중 음성 유방암(metastatic triple-negative breast cancer)이 폐로 전이된 생쥐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유방의 원발 암에만 백신을 주입했는데도 폐의 종양까지 성장이 억제됐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러시대 의대의 앤드루 즐로자 내과 조교수는 "희망을 갖고 추정컨대, 하나의 종양에 독감 백신을 주입하면 같은 환자의 다른 종양에도 면역 반응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요즘 주목받는 '면역 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를 쓰면서 동시에 독감 백신을 주입하면 종양 성장 억제 효과가 더 커졌다.

 하지만 면역관문 억제제에 반응하든 반응하지 않든 상관없이, 독감 백신만 단독으로 투여해도 종양의 성장엔 제동이 걸렸다.

 연구팀은 이번에 2017~2018 독감 시즌에 FDA 승인을 받은 백신 5종을 시험했는데 이 중 4종이 자체 개발한 백신과 동일한 효과를 보였다.

 즐로자 교수는 "사람과 생쥐는 유전자의 95%가 일치해 이런 접근법이 암 환자한테도 통하기를 기대한다"라면서 "임상 시험을 통해 다양한 변수를 시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상 4단계로 진행되는 임상시험을 제대로 하려면 8년 내지 10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계절 독감 백 신은 이미 FDA 승인을 받아서 임상시험 기간이 대폭 단축될 수도 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치명률 최대 75% 니파바이러스…"해당국 방문시 철저 주의"
질병관리청은 인도 등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지역 방문자는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30일 밝혔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치명률이 40∼75%로 높고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위험한 질병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9월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국내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의 주된 감염 경로는 과일박쥐, 돼지 등 감염병 동물과 접촉하거나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환자의 체액과 밀접히 접촉할 때는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감염 초기에는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나고 현기증, 졸음, 의식 저하 등 신경계 증상도 나타난다. 이후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 동물 접촉 주의 ▲ 생 대추야자수액 섭취 금지 ▲ 아픈 사람과 접촉 피하기 ▲ 손 씻기 ▲ 오염된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 등을 예방 수칙으로 제시했다. 질병청은 발생 동향과 위험 평가를 반영해 지난해 9월부터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검역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국가로 출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감염병 예방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입국 시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건강 상태를 검역관에게 알려야 하고, 일선 의료기관은 관련 의심 증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인간의 수명은 타고난다?…"유전적 요인 영향 최대 55%"
사고나 감염병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망의 영향을 제거할 경우 유전적 요인이 사람의 자연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 5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 우리 알론 교수팀은 30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수학적 모델과 인간 사망률 시뮬레이션, 대규모 쌍둥이 코호트 자료 등을 활용해 유전 등 내인성 사인과 사고 등 외인성 사인을 분리해 분석한 결과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수명 결정에서 약 50~55%를 차 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외부 원인에 의한 사망을 적절히 보정하고 나면 인간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기여는 약 55%까지 급격히 증가한다며 유전적 요인의 영향에 관한 기존 연구 추정치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간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규명하는 것은 노화 연구의 핵심 질문이지만 장수에 대한 유전적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수명과 관련된 일부 유전자가 확인되기는 했지만, 질병이나 생활환경 같은 외부 환경 요인은 개인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며,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가리거나 혼동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