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아주대 갈등…헬기·인력·병상에서 곪아 터졌다

2013년 외상센터 지정 때부터 갈등 시작…최근 '바이패스'로 폭발
아주대 "밝힐 입장 없다"…이 교수는 해외서 해군훈련 참가중

 

  최근 공개된 욕설 대화로 드러난 아주대학교의료원 측과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사이의 갈등은 근래에 불거진 게 아니다.

 문제의 대화가 이뤄진 시기는 4∼5년 전으로 알려져, 갈등의 씨앗이 처음 뿌려진 것은 적어도 그 이전으로 보인다.

 양측 사이에서 한번 생겨난 상처는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악화를 거듭하다가 결국 곪아 터지기에 이르렀다.

 ◇ 외상센터 지정 때부터 불협화음…닥터헬기로 재충돌

 의료계에 따르면 양측은 아주대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된 2013년 무렵부터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아주대병원은 2002년 중증외상환자 진료시스템을 가동하고 2010년에 중증외상 특성화센터로 지정된 뒤 3년 만에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권역외상센터의 실질적인 운영방안을 두고 이 교수가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아주대 측과 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이 교수가 사경을 헤매던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자 그를 향해 국내 '트라우마 서전'(외상전문 외과 의사) 계의 젊은 권위자라는 평가가 막 나오던 때였다.

 이 교수는 자신의 실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권역외상센터 운영에 자신감과 애착을 보였고 아주대 측은 전체적인 병원 살림을 앞세우면서 긴장 관계는 점차 갈등 양상으로 번졌다.

 지난 13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문제의 욕설 대화도 이 와중에 흘러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화는 2015∼2016년께 권역외상센터와 병원 내 다른 진료과와의 협진 문제를 두고 아주대의료원의 유희석 원장과 이 교수가 말다툼하다가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갈등은 지난해 8월 아주대병원에 닥터헬기가 도입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닥터헬기는 응급환자의 신속한 항공 이송과 응급처치 등을 위해 운용되는 전담 헬기로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린다.

 환자 이송, 조종사 이착륙 훈련 등 닥터헬기가 하루 10여차례 이착륙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소음 문제를 제기했고 병원 측이 관련 회의체에서 이를 이 교수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은 심해졌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면 애초에 왜 닥터헬기를 도입했느냐고 주장했고, 병원 측은 민원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며 맞서고 있다.

 ◇ 이국종 "인력지원예산 전용" vs 아주대 "전용 아니다"

 이 교수는 2017년 11월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를 2차례에 걸친 대수술 끝에 살려내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이에 당시 보건복지부는 그와 아주대 권역 외상센터의 공로를 인정하며 외상센터 간호인력 60여명의 1년 치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했고, 아주대 측은 이 예산으로 36명을 추가 채용했다.

 이로 인해 92명이던 간호인력은 현재의 128명으로 늘어났다.

 아주대 측과 이 교수는 추가 채용에 들어간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예산의 사용처를 두고 다시 대립했다.

 이 교수는 아주대 측이 복지부 지원 예산을 모두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데 쓰지 않고 이처럼 일부만 채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아주대가 애초 계획된 60여명 중 일부만 증원해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고민"이라며 고충을 털어놓고,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는 '예산 전용'이라는 표현을 쓰며 아주대 측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아주대 측은 36명만 채용해도 복지부가 정하는 '권역 외상센터 중환자실 간호사 운영등급'상 최고 등급인 '가' 등급(환자당 배치된 간호인력 등을 살펴 '가'부터 '라'까지 등급 설정)을 충족해 그 이상 채용할 필요가 없었고 남은 예산은 기존 간호인력 인건비로 사용해 전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주대 관계자는 "현재 '가' 등급은 전국에서 아주대 권역 외상센터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고 복지부 지원을 받기 전에도 병상당 필요한 인력인 64명보다 28명이 많은 9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며 인력 지원에 인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병상 부족에 '바이패스' 증가하자 갈등 폭발

 이처럼 양측의 갈등은 오래된 데다 자주 불거졌지만, 그동안 수면 위로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번에 폭발한 것은 부족한 병상 문제라는 뇌관에 '바이패스'라는 불꽃이 튀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주대병원에는 모두 1천187개(집중치료병상 170개 포함)의 병상이 있다. 이 가운데 본관이 아닌 권역 외상센터에는 100개(집중치료병상 40개 포함)가 있다.

 나머지 1천87개의 병상 중 소아·청소년과, 정신과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병상 320개를 제외한 750여개 정도를 40여개의 과에서 나누어 쓰는데 권역 외상센터와 본관 모두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권역 외상센터의 경우 집중치료병상이 확보되야만 환자를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센터의 집중치료병상이 다 차면 본관의 집중치료병상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다 찼을 경우이다. 바이패스(우회)는 이처럼 병상이 부족하니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119에 통보해 다른 곳으로 환자를 이송하도록 하는 조치이다.

 아주대 권역 외상센터는 2017년 11건, 이듬해 53건, 지난해 57건의 바이패스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교수는 이처럼 바이패스가 늘어나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본관에서 권역 외상센터 환자를 더 수용해 위급한 환자를 권역 외상센터가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했지만, 아주대 측은 다른 과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2달간 리모델링 공사를 하느라 병상 100개를 사용하지 못한 시기를 빼면 병상 문제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외상센터 환자들이 본관으로 문제없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 측은 그러나 드러난 이 교수와의 갈등에 대한 입장은 따로 내놓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번 문제에 관해 밝힐 입장이라는 게 따로 없다"며 "향후 필요할 경우 입장을 정리해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군 훈련에 참가해 현재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곧 귀국할 예정이지만 해군 파견 기간 이 이달 말까지여서 다음달 초 다시 출근할 때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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