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기르는 취약계층의 비용 지출이 일반 가구와 비슷한 수준이며 반려동물을 위해 생활비를 줄이거나 돈을 빌리는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서울시가 작년 하반기 반려동물을 기르는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독거노인·장애인) 604명을 대상으로 벌인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계기로는 '동물을 좋아해서'(29.7%), '외로워서'(20.4%), '우연한 계기'(17.6%) 등이 꼽혔다.
연령별로 20대에서는 '동물을 좋아해서'(58.8%)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고, 70대(31.1%)와 80대(24%)는 '외로워서' 키우게 됐다는 경우가 많았다.
반려견을 데려온 경로는 '친척·친구·지인에게 받은 경우'(42.3%)가 많았고, 반려묘는 '길고양이 또는 유기 묘를 데리고 온 경우'(45.1%)가 절반에 가까웠다.
반려동물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책임감 증가, 외로움 감소, 생활의 활기, 긍정적 사고, 스트레스 감소, 건강·자신감 향상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비용은 문제가 됐다.
취약계층이 반려동물 양육을 위해 월간 지출하는 비용은 반려견의 경우 평균 13만8천437원, 반려묘는 12만4천346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8년 다른 기관이 조사한 일반 반려인 가구의 월평균 지출 비용(12만8천∼14만5천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취약계층은 이런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생활비를 줄이거나(37.7%) 신용카드로 처리(22.7%)하는 경우가 많고, 돈을 빌리거나(7.8%)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4.5%)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의 62.1%가 반려동물과 관련해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비(30.1%), 사료 및 간식(21.8%), 용품(11.8%), 장례(10.8%) 등의 지원을 희망했으며, 공공 수의병원 개설(24.5%),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20.4%),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확대(19%), 반려동물 보험제도 의무화(12.6%) 등의 제도가 마련되기를 원했다.
서울시는 올해 시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노원구의 취약계층 100명, 동물 200마리를 대상으로 의료와 교육·위탁 서비스, 반려인의 정신건강 상담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또 사회복지관, 정신건강복지지원센터, 의료기관과 협력해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통합복지를 지원하는 한편, 이번 실태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취약계층 반려동물 복지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