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 쓰지 않는 진통제 개발 가능...조절인자 발견"

아데노신 A1 수용체와 잘 결합하는 PAM 조절 인자 발견
호주 모내시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만성 통증은 세계 보건·의료계가 큰 부담을 느끼는 현안 중 하나다.

 통증 환자는 늘어나는데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아, 아편을 쓰는 마약성 진통제에 많이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마약성 진통제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호흡 기능 저하나 약물 중독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만성 통증의 한 유형인 신경병성 통증(Neuropathic pain)도 마약성 진통제를 많이 쓰는 질환이다.

 신경병성 통증은 신체 부상, 바이러스 감염, 다발성 경화증이나 당뇨병 합병증, 암 치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올 수 있다.

 이런 신경병성 통증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비(非) 마약성 진통제 개발의 길이 열릴 것 같다.

 비 마약성 진통제의 유력한 치료 표적인 아데노신 A1 수용체(adenosine A1 receptor)와 잘 결합하는 조절 인자가 발견된 것이다

 호주 모내시대의 아서 크리스토풀로스(Arthur Christopoulos) 약학·제약과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8일(현지 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아데노신 A1 수용체는 오래전부터 신경병성 통증에 쓸 수 있는 비 마약성 진통제의 유력한 표적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정확한 선별 능력(on-target selectivity)을 갖춘 분자를 찾아내지 못한데다 부작용 우려도 커 지금까지 진통제로 개발되지 못했다.

 모내시대 연구팀은 알로스테릭 효과(allosteric effect) 양성인 PAM(positive allosteric modulator) 조절 인자가 A1 수용체에 훨씬 더 선별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발견했다.

 알로스테릭 효과란, 단백질의 원래 기능을 수행하는 활성 자리(active site) 외의 다른 특정 부위에 활성인자가 결합해 활성 자리의 구조가 변하는 걸 말한다.

 PAM은 A1 수용체의 다른 부위에 결합해 신경병성 통증을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완화할 뿐 아니라 척수의 통증 신호가 강해지는 것에 맞춰 작용 수위를 높였다.

 연구팀은 또 진통 작용을 하는 PAM과 아데노신이 모두 결합하는 A1 수용체의 고해상 구조를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으로 풀어냈다.

 비 마약성 진통제가 직접 작용하는 A1 수용체의 고해상 원자 구조가 밝혀진 건 처음이다.

 모내시대 생물의학 발견 연구소(BDI)의 '통증 메커니즘 랩(lab)' 팀장인 웬디 임래치(Wendy Imlach) 부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알로스테릭 약물의 작용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크리스토풀로스 교수는 "현재 글로벌 마약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안전하고 효과적인 비 마약성 진통제 개발이 시급하다"라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구조 기반(structure-based)의 통찰을 지렛대로 활용해, 만성 통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비 마약성 알로 스테릭 약물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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