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 급성 빈혈 왜?...적혈구 감소→면역계 자극

혈중 DNA 결합한 적혈구, 구조 바뀌면서 대식세포에 포식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 논문

 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패혈증, 세균 감염, 기생충 감염, 부상 등이 심해지면 급성 빈혈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응급실 환자 중엔 이런 빈혈로 병세가 위중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우리 몸 안의 산소 공급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건 적혈구다.

 순환 혈액의 적혈구가 빠르게 감소해 급성 염증성 빈혈로 진행하는 메커니즘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증이 생기면 환자의 혈액에 세포 유리 DNA(cell-free DNA), 즉 핵산이 나타나는데 적혈구는 이런 핵산과 잘 결합하는 성질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핵산과 결합한 적혈구는 비정상인 구조로 변해 무더기로 면역세포에 잡아먹혔고, 그 결과 숫자가 급격히 줄면서 빈혈과 염증을 촉발했다.

 이 과정에서 적혈구는 일종의 면역 센서 역할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닐람 망갈무르티(Nilam Mangalmurti) 의학 조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0일(현지 시간)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망갈무르티 교수는 "급성 염증성 빈혈은 말라리아 원충 등의 감염 초기에 종종 나타난다"라면서 "지금까진 이유를 몰랐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빈혈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 100명과 패혈증 환자 50명의 적혈구를 검사해 TLR 9 수용체 단백질이 적혈구 표면에 많이 발현한다는 걸 발견했다.

 TLR(Toll-like receptor)은 사이토카인 생성과 같은 면역 반응 활성화에 관여하는 일군의 단백질을 말한다.

 염증 유발 핵산에 너무 많이 묶인 적혈구는 정상 구조가 깨졌고, 인체 면역계는 이런 적혈구를 '우리 편'으로 식별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대식세포가 적혈구를 하나둘 포식해 순환 혈액에서 제거했다.

 그런데 적혈구가 이렇게 줄어드는 게 뜻밖에도 면역계를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시 말해 그렇지 않았으면 자극될 일이 없었던 기관의 면역계가 적혈구가 감소하면서 활성화돼 염증을 유발했다.

 이 발견은 수혈에만 의존했던 급성 염증성 빈혈의 치료법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무엇보다 적혈구 표면에서 TLR 9 단백질의 발현을 차단하는 게 유력한 옵션으로 꼽힌다.

 이는 면역세포에선 TLR 9을 그대로 두고 선천 면역의 활성화만 부분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병원체를 퇴치하거나 부상을 치유할 땐 TLR 9이 면역세포에 필요하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급성 빈혈과 관련된 자가면역 질환, 감염병, 염증 질환 등에 대한 표적 치료도 가능해졌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망갈무르티 교수는 "응급실 환자에게 빈혈이 나타났을 때 현재의 표준 대처법은 수혈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런 경우의 수혈은 급성 폐 손상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켜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혈액의 핵산과 결합하는 적혈구는 진단과 처방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폐렴 환자의 혈액에서 적혈구를 분리할 수 있다면, 핵산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어떤 종류의 병원체가 감염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어떤 항생제를 처방할지도 더 효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망갈무르티 교수팀은 실제로 감염 환자를 진단하는 데 유효한 선택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적혈구의 DNA 결합이 말라리아 같은 기생충 감염에서 빈혈을 일으키는 보편적 메커니즘인지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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