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코로나 면역력도 떨어뜨린다

뇌 시상하부 자극→ 면역 반응 저해 메커니즘 첫 규명
림프절의 백혈구, 혈액ㆍ골수로 '대이동'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보통 스트레스는 정신적ㆍ신체적 자극을 받았을 때 이에 대항해 변화를 일으키려는 정신적 압박을 말한다.

 외부에 '스트레스 요인'이 생기면 긴장, 각성, 흥분, 불안 같은 생리 반응이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외부 압박을 원상으로 되돌리려는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도 있다.

 만 2년을 넘긴 코로나 팬데믹에도 스트레스는 나쁜 영향을 미쳤을 거로 짐작된다.

 이런 추론이 사실이라는 걸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리거나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 반응이 뚜렷이 약해진다는 게 요지다.

 연구팀은 이번에 뇌의 특정 영역이 세포의 면역 반응을 통제하는 메커니즘도 처음 밝혀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30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스트레스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면역 반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낸 것이다.

 과학적 실험을 통해 이 메커니즘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이 발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증의 개인별 위증도 차이가 큰 이유를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심한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곧바로 영향을 받는 영역은 '뇌실결핵 시상하부'(paraventricular hypothalamus)였다.

 스트레스는 이 영역의 뉴런(신경세포)을 자극해 백혈구의 대이동을 유도했다.

 림프절의 백혈구가 한꺼번에 혈액과 골수로 옮겨가게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과 저항력이 약해지고, 감염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커졌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받은 생쥐와 편안한 상태의 생쥐를 모델로 면역 반응을 비교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생쥐는 몇 분 지나지 않아 백혈구의 대규모 이동이 관찰됐다.

 광유전학(optogenetics) 등 첨단 기술로 확인해 보니,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곧바로 자극을 받는 건 뇌실결핵 시상하부였다.

 편안한 상태에 있던 생쥐는 '스트레스 그룹'보다 바이러스 감염에 더 잘 맞서 싸웠고 바이러스를 더 쉽게 제거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생쥐는 면역력이 약해져 바이러스 감염증이 더 심해졌고 더 많이 죽기도 했다.

 연구팀은 갖가지 유형의 면역세포가 골수에서 혈액으로 이동할 때 뇌의 운동 기능 영역이 관여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온몸의 백혈구 분포와 백혈구 기능을 제어하는 뇌 영역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도 이 실험에서 드러났다.

 물론 연구의 초점은 뇌실결핵 시상하부와 운동 기능 관장 영역에 맞춰졌다.

 스트레스가 백혈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인체의 바이러스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건 향후 면역력 연구에 긴요히 참고될 거로 보인다.

 일례로 백혈구의 혈액 이동이 너무 오래가면 심혈관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어쨌든 스트레스가 인간의 면역계와 바이러스 감염 방어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건 분명하다.

 이 의대 심혈관 연구소 소장이자 논문의 교신저자인 필립 스워스키 박사는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 회복력이 생기는지, 스트레스가 면역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그런 회복력으로 경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라면서 "스트레스의 장기적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성분명 처방 갈등 속에…의협 "'불법 대체조제' 약국 2곳 고발"
의약품의 '성분명 처방'을 둘러싸고 의사와 약사 사회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명백한 불법 대체조제가 확인됐다"며 약국 2곳을 고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자체 운영해온 불법 대체조제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사례들 가운데 약국 2곳에 대해 약사법 위반으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의협은 이 중 한 곳에선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면서 환자와 의사에게 통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약국은 의사가 처방한 타이레놀 1일 3회 복용량을 2회로 변경해 조제하고 타이레놀 8시간 서방정을 세토펜정으로 변경조제하면서 의사·환자에게 통보하지 않았다는 게 의협 주장이다. 현행 약사법은 처방전 의약품과 성분, 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에 대해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사전 동의 하에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박명하 의협 부회장은 "불법 대체조제는 환자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보건의료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기본원칙을 무시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고발은 최근 성분명 처방 허용을 두고 의사와 약사사회가 갈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결정을?'…성인 8%만 "연명의료 지속"
자신이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성인 8%만이 '연명의료 지속'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나 안락사, 의사조력자살을 원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 따르면 성누가병원 김수정·신명섭 연구팀과 서울대 허대석 명예교수가 지난해 6월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실었다. '본인이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결정을 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41.3%가 '연명의료 결정'을 택했다. 연명의료 결정은 무의미한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를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뜻한다.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지도 연장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겠다는 것이다. '안락사'를 택하겠다는 응답자가 35.5%, '의사조력자살'이 15.4%로 뒤를 이었다.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은 모두 의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죽음을 유도하는 약물을 처방하는 것인데,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고, 의사조력자살은 환자 스스로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연명의료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7.8%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