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부족 지방의료원 "다른 병원 가세요"...10곳 중 7곳 정원 미달

보건소도 의무직 충원율 고작 26%…지자체, 의사 모시기 '안간힘'
공공의료인력 처우 개선·의대 정원 확대·공공임상교수제 개선 시급

 "100병상이 넘는 큰 병원이면 뭐하나요, 의사가 없어 결국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데"

 전남 강진군에 사는 김양석(58)씨는 지난 7일 교통사고가 난 부인을 강진이 아닌 장흥의 종합병원에 입원시켜야 했다.

 강진의료원이 있지만 신경외과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장흥의 종합병원을 찾아야 했다.

 김씨는 "의료원이 바로 코앞에 있지만 봐줄 의사가 없어 다른 지역 병원을 찾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구의료원은 대도시에 있는데도 수년째 의사 부족으로 순환기내과 등 8개 과가 휴진 상태다.

 의료원장까지 당직 업무에 투입되는 등 열악한 근무 여건 탓에 의사들이 의료원 근무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과 보건의료 발전이라는 거점 공공병원의 역할을 부여받은 전국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이 이처럼 '의사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고질병에 함께 시달리고 있다.

 ◇ 필수 진료과목 의사 없는 곳 '수두룩'

 김원이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지방의료원 의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의료원 35곳 중 26곳이 의사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2018년 7.6%였던 의료원 결원율은 올해 14.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원은 2018년 1천37명에서 올해 1천266명까지 늘었으나 아직 184명이 선발되지 않았다.

 결원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26.1%)으로, 전남(25.8%), 충북(21.3%), 대구(20.5%), 경남(17.9%)이 뒤를 이었다.

 전북 진안군의료원은 결원율이 33.3%에 달한다. 의사 정원 20명 중 14명만 있다.

 전남 강진의료원(31.8%), 전남 순천의료원(30%), 전북 군산의료원(26.1%) 등도 의사 부족이 심각하다.

 4개 필수진료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모두 있는 지방의료원은 23곳(65.7%)에 그쳤다.

 6개 필수진료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비뇨기과) 의사가 있는 곳은 고작 8곳(22.9%)에 불과했다.

 정원 44명 중 35명의 의사가 근무 중인 대구의료원의 경우 산부인과·재활의학과의, 순천의료원은 외과·신경외과·비뇨기과의, 경북 포항의료원은 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의 의사가 한 명도 없다.

 주변 대도시와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인력 충원은 더욱더 '하늘의 별 따기'가 된다.

 전북 군산·남원·진안군 의료원의 의사 정원도 92명이지만 68명만 근무하고 있다.

 경북도 산하 3개 도립의료원도 정원 102명 중 79명만 근무하고 있어 필수 의료 기능조차 수행하 기에 역부족이다.

 경남은 진주의료원 폐쇄 이후 마산의료원 한 곳만 운영되고 있어 경남 서부권 일대 공공의료 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

 ◇ 보건소도 의료인력 태부족…'낮은 급여·빈약한 정주여건'에 외면받아

 전국 보건소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강은미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보건소와 보건지소 의무직 공무원(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정원 245명 중 53명만 임용돼 충원율이 21.6%에 불과하다.

 강 의원은 보건소·보건지소의 경우 계약직(임기제) 의사의 비율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전북의 경우 지난해 배정된 보건소·보건지소 의료 인력 5명 중 2명만이 정규직이다.

충남에는 보건소 16곳·보건지소 151곳이 있지만 의사는 8명뿐으로, 치과의사·한의사는 아예 없다.

 도시 접근도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들이 극심한 인력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민간병원에 비해 낮은 급여와 빈약한 정주 여건 등이 꼽힌다.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는 데다, 근무 중인 의사도 다른 대도시 민간병원에서 제의가 들어오면 옮기는 경우가 잦다.

 도립의료원 3곳이 있는 경북도 관계자는 "급여를 어느 정도 주더라도 가족생활 여건 등의 이유로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근 도입한 공공임상교수제는 공공의료인력 확충이 단순히 급여수준과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 의사 인력 확보를 목표로 최근 도입한 공공임상교수제도는 150명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까지 13명만 채용·배치됐다.

 이 제도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던 일부 지방의료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지역 대학병원들도 의사·간호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여러 필수 진료과들의 의사와 의료진이 골고루 충원돼야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지자체, 의사 모시기 '골몰'…의료인력 확충 근본대책 시급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하려면 처우 개선, 의사 정원 확대, 공공임상교수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공공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지자체들은 지역 거점 병원과의 협력 등 다양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충북도는 보건복지부에 공보의 배치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상 인구 50만명이 넘어가는 지역(청주)의료원에는 공보의 배정이 안 되는데 3명까지 배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골자다.

 간호 인력 확충을 위해 장학생을 선발하고 지역 의료원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공공간호사 양성 사업도 추진한다.

 충남도는 국립대뿐 아니라 사립대 병원과도 업무 협약을 통한 의료진 파견을 계획하고 있다.

 경북도는 경북대병원에 운영을 위탁하고 중장기적으로 경북대병원 분원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과대학이 1곳도 없는 전남도는 의대 유치와 상급종합병원 설립을 도정 최대현안으로 삼고 있다.

 국립경찰병원 분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경남 하동군처럼 공공성격을 지닌 병원 분원 유치에 공을 들이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의사 정원 확대와 함께 의무적으로 지방에 근무하는 '지역 의사제' 도입 등에 대한 요구도 나날이 커진다.

 김원이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전국 시민 1천5명을 대상으로 한 '2022 보건 현안 관련 여론조사'를 발표하며 의대 신입생 선발 시 비수도권에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지역 의사 정원을 별도로 뽑는 '지역의사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은미 의원도 "정부는 의사 총량 확대 등 발 빠른 지원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더불어 공공 의료기관 의사 채용 시 채용 조건과 지원 등을 현실성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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