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는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진료행위' 사례들을 모아 24일 공개했다.
의사가 해야 할 진료행위들을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PA'(진료보조)로 불리는 간호사들이 일부 대신하고 있다는 것인데, 간호사들은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사 수가 부족해 간호사들이 대장용종 절제 등을 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불법적인 '업무 전가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협회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8일 오후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개설한 이후 23일까지 5일간 총 1만2천18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앞서 간호사들은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간호사 업무범위 밖에서 행해지는 '불법' 진료행위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벌여왔다.
협회가 신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종합병원에서 5천46건(41.4%)으로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됐다. 상급종합병원 4천352건(35.7%), 전문병원 등 병원 2천316건(19%), 의원급 병원과 보건소 475건(3.9%)이 뒤를 이었다.
병상 수 기준으로 보면 500∼1천 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에서 3천486건(28.6%), 1천 병상 이상 2천632건(21.6%)으로 500병상 이상 병원에서 6천118건의 신고가 접수돼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불법진료행위' 지시를 한 주체는 교수가 4천78건(44.2%)으로 가장 많았다.
신고 유형으로는 검사(검체 채취, 천자)가 6천932건, 처방 및 기록 6천876건, 튜브관리(L-tube 및 T-tube 교환, 기관 삽관) 2천764건, 치료·처치 및 검사(봉합, 관절강내 주사,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2천112건, 수술보조(1st, 2nd assist) 1천703건, 약물 관리(항암제 조자) 389건이 접수됐다.
최훈화 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간호사가 대장용종절제술을 한다는 신고가 있었고 심지어 환자 사망선고도 한다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년 가까이 PA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에 전공의 파견이 중단되면서 교수님이 요청해 PA 간호사가 됐다"며 "처방 넣기, 수술 스케줄 올리기, 협진 진료 상황을 파악해서 시행, 환자 경과 기록 작성 등 의사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시켜서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공의라면 한 번 들여다봤을 일을 간호사니까 두세 번씩 확인했다.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가 심해서 번아웃이 온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간호협회는 PA 제도는 불법이기 때문에 근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A 간호사 대신 의사 수를 늘려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를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앞으로 불법진료를 지시 받았거나 목격한 것에 대한 회원 여러분의 신고 시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등 공적기관을 통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사 인력 부족으로 생긴 PA 제도를 당장 없앨 수 없다면, 양성화를 통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A씨는 "의사가 충분하다면 PA 간호사가 없는 게 낫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PA 간호사가 합법화돼서 일을 하는 게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PA 간호사가 자기 이름을 걸고 일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