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의문 약제에 5천600억 지출…불필요한 약값 거품 걷어내야

5년 소송 끝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축소 시행
약품비 27.7조 돌파…OECD 평균 상회 지속성 확보 시급

 국민이 매달 성실히 납부하는 건강보험료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쓰임새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구석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뇌 기능 개선제로 알려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년 급여 의약품 지출현황을 분석해보면 이 성분 하나에만 2024년 한해 5천576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됐다.

 이는 전체 성분별 청구 순위에서 고지혈증 치료제에 이어 당당히 2위를 차지한 기록이다.

 문제는 이 약의 실제 효능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마트에서 팔릴 만큼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치매 치료 효과가 확실치 않은데도 유독 한국에서만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매년 수천억원어치씩 처방됐다.

 정부가 뒤늦게 2020년 치매 진단 외의 용도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률을 80%로 높이기로 결정했으나 제약사들은 즉각 소송이라는 카드로 맞섰다.

[자료: 건강보험공단]

 이후 5년 동안 이어진 법정 공방은 사실상 제약사들의 시간 끌기 전략이었다. 소송 기간 중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급여 축소 효력을 정지시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사이 국민의 소중한 건보 재정은 속절없이 빠져나갔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동안 이 약에 들어간 누적 처방액만 무려 2조5천748억원에 달했다.   다행히 2025년 3월 13일 대법원이 정부의 결정을 정당하다고 인정하며 이 소모적인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몇몇 제약사들의 버티기는 계속됐다.

 일부 제약사가 판결 이후에도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급여 축소 시행을 늦추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5년 9월 서울고등법원이 이들 제약사가 제기한 집행정지 청구를 기각하면서 마침내 급여 축소가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이 약을 처방받을 때 내야 하는 본인 부담률은 기존 30%에서 80%로 늘어났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사례는 전체 건강보험 재정 누수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2024년 전체 건강보험 약품비는 27조7천억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전체 진료비 116조원 대비 약품비 비중은 23.8%에 달해 전년보다도 높아진 추세다.

 더욱 심각한 점은 우리나라의 의약품 지출 수준이 국제적인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사실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경상 의료비 중 의약품 지출 비율은 19.4%로 OECD 평균인 14.4%를 크게 웃돈다.

 약값을 참조하는 주요 선진국인 일본 17.6%나 독일 13.7%, 영국 9.7%와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만성질환 치료제에 대한 지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상위 5개 효능군인 항암제와 동맥경화용제 등에만 11조2천억원이 쓰이고 있으며 이는 전체 약품비의 40.4%를 점유한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을 효능이 불분명한 약제에 쏟아붓는 사이 정작 고가의 혁신 신약이 절실한 암 환자나 희귀난치 질환자들은 건강보험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제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정부는 혁신 신약과 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적정한 보상을 통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되 불필요한 약값 거품과 재정 낭비 요인을 과감히 제거하는 약값 관리체계 합리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제약업계 역시 단기적인 소송 이익에 매몰돼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잡기보다 신약 개발과 윤리 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약품비 지출 증가세를 잡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건강보험 제도의 미래는 결코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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