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도토리하우스' 개소…"보호자 재충전 기회"

 올해 다섯살인 민수(가명)는 저산소성 뇌병변으로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데다 기기에 의존해야 호흡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모두가 포기하라고 했지만, 민수 엄마는 지금껏 밤낮없이 24시간 아이의 곁을 지키고 있다. 쪽잠을 자고 에너지음료를 마시며 버틴다는 민수 엄마는 "개인의 삶이라는 건 감히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민수처럼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국내 최초의 독립형 어린이 단기돌봄 의료시설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별칭 도토리하우스)가 1일 문을 열었다.

 아이를 돌보느라 개인적인 생활은 물론 사소한 병원 진료마저 받지 못했던 보호자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을 제공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보니 보호자들은 잠깐의 외출도 꿈꾸지 못한다. 치과에 다녀올 짬도 내지 못해 진통제로 버틴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친정어머니 장례식조차 제대로 가지 못했다는 보호자도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증 소아 환자 보호자는 하루에 평균 14시간을 자녀의 간병에 쏟아붓는다. 이들의 82.9%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일 년에 3일 이상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센터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1일 개소한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도토리하우스'

 김민선 센터장은 "중증 소아 환자의 부모는 신체의 자유가 없어질 뿐 아니라, 내 자녀의 생명을 내가 책임지고 있다는 엄청난 부담에 시달린다"며 "이 아픔이 왜 가족에게만 맡겨져야 하느냐는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넥슨재단과 정부의 지원으로 부지 확보와 건물 설립이 가능해졌다.
 서울대병원은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사재 50억원을 포함해 넥슨재단에서 100억원, 보건복지부로부터 25억원을 지원받았다.

 1994년 자본금 6천만 원으로 넥슨을 창업해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 반열에 올린 김 대표는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센터는 전국의 중증 소아 환자와 그 부모들을 위한 김 창업주의 '선물'인 셈이다.

서울대병원은 작은 도토리 같은 아이들이 커다란 참나무로 자랄 때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살 피는 집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도토리하우스'라는 별칭도 붙였다.

 이곳에서는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단기 입원과 돌봄 치료를 제공한다.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건물에 총 16개 병상과 놀이치료실, 상담실 등이 마련됐다.

 입원 대상은 스스로 움직이기 어렵고 인공호흡기 등 기기 관리가 필요한 만 24세 이하 중증 환자다.

 한 번에 최대 7박8일, 연간 최대 20박21일 이용할 수 있다.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돼 본인 부담률은 비용의 5%다.

 아이들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숙련된 간호사 등으로부터 24시간 돌봄을 제공받는다. 전문의 5명이 2교대로, 간호사 20명이 3교대로 근무한다.

 마땅한 돌봄 의료시설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와 이들의 보호자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보호자들의 기대도 크다.

 민수 엄마는 동생에게 늘 엄마를 양보해야 했던 첫째 아이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큰아이도 어리다 보니까 그 아이한테 늘 미안했어요. 아직 놀이동산도 한번 못 가봐서 거기도 데려가고 싶고, 캠핑도 가보고 싶다고 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보람있게 쓰고 싶어요"

 서울대병원과 넥슨재단은 센터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새로운 돌봄 모델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은 이날 개소식에서 "전국의 중증 환아와 지속되는 간병으로 지친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후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센터 운영을 통해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전인적 치료와 중증 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공공의료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축사에서 "이 센터는 복지부와 서울대병원이 중증 어린이 환자의 단기 치료와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독립형 입원 병동을 만든 첫 시도"라며 "정부는 어린이 환자들이 가까운 곳에서 불편함 없이 필수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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