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달래기용 패키지' 의료인 형사 특례 도입 가능할까

의료계 "현행법상 의료분쟁 대부분 소송으로 이어져…형사 특례 조건 완화해야"
환자단체 반발·직역간 형평성·합헌성 등 법리적 문제 많아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의료계 달래기에 나선 가운데 의료사고에서 형사 처벌 특례가 도입될지 주목된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관련 단체에 따르면 지난 2일 첫발을 뗀 '의료분쟁 제도 개선 협의체' 회의가 오는 14일에 열린다.

 정부는 의료 공급·수요자 외에도 법조계 대표들이 참석하는 이 협의체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의료인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 방안과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의료계는 개원의들이 주축인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꾸준히 '필수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도입 등 법적 부담 경감을 주장해왔다.

 의사가 최선을 다해 진료해도 의도치 않게 사망이나 상해의 결과에 이를 수 있지만 현행법은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요구가 지나치게 빈번하고 과도하게 제기된다는 것이다.

 ◇ 의료계 "현행법상 분쟁 대부분 소송으로 이어져…형사 특례 조건 완화해야"

 법령상 진료행위에 최선을 다한 의료인에 대한 면책 규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의료분쟁의 조정·중재 관련 사항을 명시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에는 조정이 성립한 경우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생명의 위험 등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예외를 두도록 했는데, 의료계는 이 조항으로 형사특례가 무력화되고 분쟁이 대부분 소송으로 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붕괴 원인으로 이러한 부담이 지목되자 국회에서도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한 의안이 나왔다.

 지난달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중증외상, 응급의료, 분만 등의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의료사고를 발생시킨 의료인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는 조항을 포함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뿐 아니라 조정이 성립하거나 공제보험에 가입한 경우 등으로 면책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형사 면책 조항을 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을 참고해, 의료인들의 보험 가입을 확대하고 충분한 피해자 보상이 이뤄지게 하자는 것이다.

 ◇ 타 직역과 형평성·적용범위·합헌성 등 문제…"넘어야 할 산 많아"

 정부는 '의대 증원'과 함께 의료인의 법적 부담 완화를 정책패키지에 넣는다는 방침이지만 특례법 제정이나 현행 의료분쟁조정법 특례조항 확대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협의체에 참가하는 법조계 관계자는 "쉽지 않은 과제다. 형사처벌에 관한 특례 조항을 인정할 것인지, 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 등 넘어야 할 산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안전 등 권리 침해를 우려하는 환자·소비자 단체의 격렬한 반발 외에도 형사 특례에 대한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은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료분쟁조정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의사들의 과실에 대해서만 특별히 형사처벌을 면제해주거나, 친고죄·반의사불벌죄 등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 면에서 법리적으로 가장 큰 논란이 됐다"고 말했다.

 국회에 발의된 법률안과 관련해서도 '필수의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부터 논쟁이 격렬할 전망이다.

 또 의료계가 형사 특례 조건으로 지목하는 의료인의 공제보험 가입은 선행입법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일부 위헌 판결을 받은 선례도 있어 합헌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결과적으로 의료인의 법적 부담 경감 방안이 특례조항의 도입보다 현행 분쟁조쟁제도의 활성화 정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특례조항을 도입하게 된다면 의료인 부담 경감과 동시에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책을 최대한으로 마련해 국회에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미라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형사 특례 범위를 어떤 식으로든 확대하려면 피해자에 대해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지부터 정리해야 하고 그 부분을 협의체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법 등 다른 법에도 일부 근거는 있기 때문에 원래 없던 제도는 아니고, 과실의 정도나 진료행위에 최선을 다했는지, 피해자가 충분히 구제받았는지 등을 검토하는 체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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