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늘리고, 유연근무 확대한다지만…현실은 "딴나라 얘기"

출산휴가 1개월로 늘리고, 육아휴직급여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 검토
"육아휴직 사용하면 불이익 여전…기존 제도도 활용 못해"
'세수 펑크'로 저출산 정책 펼칠 재원 마련도 난제

 저출산 현상이 '흑사병'에 비유될 만큼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차원 다른 대책'을 주문하면서 정부는 출산휴가와 유연근무제 확대, 육아휴직 급여 상향 등 가능한 카드를 모두 펼쳐놓고 저출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있는 제도도 제대로 뿌리지 못한 실정이라, 추가로 제도를 확대하는 게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세수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정책을 펼칠 재원을 마련하는 데도 난항이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육아휴직을 늘리기 위해 현재 15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의 월 상한액을 최저임금(내년 206만740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만 7살까지인 아동수당의 수급 연령을 늘리고 액수를 높이는 방안, 육아휴직급여의 25%를 복직 후 6개월이 지나야 주는 사후지급 제도를 없애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여기에 현행 10일인 배우자 출산휴가를 1개월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배우자 출산휴가 한 달 의무화는 가능성을 두고 고용노동부와 얘기하고 있다"며 "다음 달 열릴 예정인 대통령 주재 전체회의에서 이런 방안을 포함해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위한 방안들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육아 친화적인 기업에 인센티브를 더 주는 방안도 찾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간담회에서 "출산율과 여성 고용률이 동반 상승한 선진국 사례를 보면 일·육아 양립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하고 남성 돌봄 참여를 확대했다"며 "육아 친화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제도적 보완 방안은 많지만, 문제는 이를 추진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다.

 여러 방안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은 무려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민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기를 원치 않는 상황이라 저출산 예산을 확대하려면 기존 정부 재원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최근 열린 저고위 간담회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내국세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조정하고, 5조원 규모인 교육예산의 일부를 저출산 극복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하지만 '역대급 세수 펑크'로 인해 교육청이 받을 교부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부족한 탓에 11조원에 육박하는 교부금이 지방 교육청에 배분되지 못해 각 지역 교육청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실정이다.

 ◇ 합계출산율 0.6명대 진입 '눈앞'…저출산 제도 정착은 '먼길'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3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년 전보다 0.10명 줄어든 0.70명으로, 이제는 0.6명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심각한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경쟁·비교 같은 사회문화적 요소 외에 부모들의 직장인으로서의 한계도 꼽힌다.

 특히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현실은 직장인 부모들에게 뼈아프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개최한 저출산 현장 간담회에서는 자녀 1명을 둔 부모들이 참석해 아이를 직접 볼 수 있는 육아휴직 제도와 육아시간 이용의 활성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맞벌이 가정 등 돌봄이 어려운 가구를 위해 어린이집 연장보육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기관의 돌봄보다도 '아이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육아휴직을 쓰기엔 눈치가 보이고, 쓸 수 있다고 해도 금전 문제로 쉽게 쓰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육아휴직 제도는 1987년에 도입됐고, 2001년부터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휴직자들에게 휴직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제도의 모양새는 갖춰졌지만, 실제 이용률은 저조하다.

 고용노동부, 저고위 등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출생아 100명당 평균 육아휴직자 수는 68명인데, 한국은 29명에 불과하다.

 또 연도별 육아휴직자 수는 2018년 9만9천198명에서 2022년 13만1천87명으로 늘었지만, 그 속도는 더디다.

 특히 육아휴직을 쓸 때 '불이익'이 여전해 부모들이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 5천38곳 가운데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소요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업체는 45.6%에 달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만큼 승진이 늦어지는 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셈이다.

 더욱이 국내 전체 기업 종사자의 80%를 넘게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육아휴직 제도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보다 훨씬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권준화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제도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압도적으로 적게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가정 양립이 기업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업종별로도 다른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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